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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김정남 살해 혐의 인도네시아 여성 석방

중앙일보 2019.03.12 00:04 종합 8면 지면보기
11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한 언론인이 트위터에 올린 사진 속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관의 벽면에 북한 체제를 비난하는 낙서가 쓰여 있다.

11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한 언론인이 트위터에 올린 사진 속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관의 벽면에 북한 체제를 비난하는 낙서가 쓰여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 형 김정남을 2017년 살해한 혐의로 재판받아온 인도네시아 출신의 시티 아이샤(27·여)가 11일 석방됐다. 베트남 출신 공범 여성이 여전히 수감 중인 상태에서 말레이시아 검찰이 시티에 대해 먼저 공소 취소를 한 것은 인도네시아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도네시아 “석방 로비의 결실”
아들 김한솔 도피 도왔다는 단체
북 대사관 벽에 ‘김정은 타도’ 낙서

인도네시아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시티의 석방은) 끝없는 로비의 결실”이라면서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부통령, 외교 관계자들이 회담에서 끊임없이 이 문제를 (말레이시아 측에) 제기해 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최근에 보낸 서신에서도 “시티 아이샤는 북한 정보요원의 도구로 이용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북한 때문에 인도네시아 국민이 피해를 보아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담요 등을 사용해 낙서를 가린 모습. [트위터 캡처]

담요 등을 사용해 낙서를 가린 모습. [트위터 캡처]

일각에선 인도네시아가 다음달 17일 총·대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인도네시아 정부가 자국민 보호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더 공을 들였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선거를 앞둔 인도네시아 국내 상황과 외교 관계 악화를 우려한 말레이시아의 상황이 맞물려 시티 석방이 결정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베트남 출신 공범인 도안티흐엉(31·여)은 여전히 말레이시아에 구금된 상태다. 이날 시티의 석방 소식을 들은 흐엉의 변호사 살림 바쉬르는 “평등의 원칙은 어디로 갔는가”라고 당국의 석방 결정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아이샤. [AFP=연합뉴스]

아이샤. [AFP=연합뉴스]

두 사람은 2017년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 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시티는 석방 결정이 내려지자 법정에서 흐엉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한편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의 도피를 도왔다고 주장해 온 단체인 ‘자유 조선’이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관 벽면에 북한 체제를 비난하는 낙서를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11일 교민사회와 현지 소식통 등에 따르면 외교공관이 밀집한 쿠알라룸푸르 고급 주택가인 부킷 다만사라에 위치한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 외벽은 이날 오전 현재 스프레이 페인트로 심하게 훼손된 상태다. 외벽에는 “김정은 타도 련대혁명” “자유 조선, 우리는 일어난다” 등 문구가 적혔다. 북한대사관에 낙서가 그려진 시각은 지난 주말 전후로 추정된다. 자유 조선은 2017년 김정남 피살 직후 그의 아들 김한솔과 가족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다고 주장한 단체인 ‘천리마민방위’가 지난 1일 이름을 바꾼 단체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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