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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1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선거제개편…각 당의 계산과 속내는

중앙일보 2019.03.11 17:43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선거제 패스트트랙 마감시한'을 앞두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당 소속 의원들과 긴급 회의를 마치고 당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선거제 패스트트랙 마감시한'을 앞두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당 소속 의원들과 긴급 회의를 마치고 당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국회가 내년 총선때 ‘게임의 룰’을 두고 논쟁의 늪에 빠졌다. 정치권은 선거제 개편안을 둘러싸고 ‘4대1’ 구도로 재편됐다. ‘더불어민주당+야3당(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과 자유한국당이 맞붙는 형국이다.
 
이번 논쟁은 여야4당이 비례대표 확대를 골자로 하는 선거제 개편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절차)에 태우겠다고 하면서 점화됐다. 패스트트랙은 2012년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시행된 제도다. 안건으로 지정된 법안은 일정 기간(최장 330일)이 지나면 상임위 심의ㆍ의결을 거치지 않아도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한국당이 이에 반발해 10일 ①국회의원 의석수 감축(300석→270석) ②비례대표 폐지 카드를 꺼내면서 ‘여야4당 vs 한국당’으로 전선은 더욱 뚜렷해졌다. 11일 여야4당은 한국당에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한국당 안에 대해 “의원정수 축소로 시선을 돌리려는 얄팍한 정치공세”라며 “어깃장과 몽니를 당장 중단하고 현실적 개혁안을 제시하라”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여론에 호소하는 분위기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비례대표는 당에서 그냥 찍는 후보”라며 “국민들이 뽑을 수 없는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는 데 여론이 호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제에서 다당제 난립 구조를 만들면 대통령을 견제할 수 없다. 위에는 한복, 아래는 양복 입는 꼴”이라고 반발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여야4당 원내대표들이 11일 서울 여의고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선거제도 개편 단일안 및 패스트트랙에 함께 올릴 법안 협상 회동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스1]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여야4당 원내대표들이 11일 서울 여의고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선거제도 개편 단일안 및 패스트트랙에 함께 올릴 법안 협상 회동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스1]

 
선거제 개편안을 둘러싼 이번 논쟁의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셈법은 더 복잡해진다. 정당별 이해관계가 모두 제각각이어서다.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한국당은 현행 소선거구제 하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할 경우 의석수 확보에 불리하다. 사표(死票) 방지 차원에서 정당 득표율만큼 의석수를 배분한다는 취지에 따라 지역구 당선자가 많은 민주ㆍ한국당에게는 배정되는 비례대표 의원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그러나 한국당과 달리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찬성하는 건 마이너 정당들과의 연대를 구축해 주요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다.
 
 민주당은 선거법 외에도 9개 법안의 패스트트랙 동시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공직자비리수사처법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ㆍ검찰청법 등 사법개혁안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 ▶국민투표법 ▶국가정보원법 ▶행정심판법 ▶권익위원회를 국가청렴위원회로 바꾸는 부정방지 및 권익위 설치법 ▶국회선진화법 개정안 등 중점 법안이 총망라돼있다. 반면 야3당은 선거제와 패키지로 묶일 법안 숫자는 줄이자는 입장이다.
 
민주당과 야3당이 주장하는 선거제 개편안도 차이가 있다. 민주당은 ‘권역별 연동형 비례제+비례대표 75석’을, 야3당은 ‘온전한 연동형 비례제+비례대표 100석’을 주장해왔다. 때문에 여야 4당은 아직 패스트트랙에 태울 법안의 목록과 내용을 확정하지 못했다. 21대 총선 선거사무는 내년 2월15일(선거일 60일 전) 전후로 확정된다. 패스트트랙(330일 후 법안통과)을 탄다고 해도 선거법 개정안이 다음 총선에서 효력을 발휘하려면 이번 주 안에는 법안을 상정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야3당 지도부는 11일 조찬회동을 갖고 법안 확정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이틀 정도에 걸쳐 민주당과 집중 논의해 신속히 결론 내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내일까지는 결론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데까지 이야기를 했다”며 “(개혁) 법안들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민주당과 협상하며 정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오후 여야4당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당대당으로 (협상)해야하는 거기 때문에 대표도 다 만나야 하고 의총 같은 걸 해서 추인도 받는 절차가 필요하다.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라 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대국민 홍보 캠페인 '손다방' 행사를 갖고 시민들에게 커피를 나눠주고 있다. [뉴스1]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대국민 홍보 캠페인 '손다방' 행사를 갖고 시민들에게 커피를 나눠주고 있다. [뉴스1]

 
 
다만 1987년 개헌 이후 게임의 룰인 선거법을 국회에서 합의처리 하지않고 표결로 밀어붙인 전례가 없다는 게 여권의 부담이다. 또 의원정수를 늘리는 것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돌파해야 한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높은 비례성 등 장점이 많은 제도”라면서도 “대신 정당들이 많아지는 게 단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거법은 룰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합의 없이 결론을 내면 안된다”며 “거대정당과 군소정당의 이해관계가 달라 합의가 쉽지 않지만 합의가 안 되면 못하는 것”이라 말했다.
 
한영익ㆍ임성빈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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