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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존엄 신화 허무나…김정은 대의원 추대 선전 생략

중앙일보 2019.03.11 16:38
10일 김책공대 투표장에서 투표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10일 김책공대 투표장에서 투표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수령 신격화’를 스스로 허무는 정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수령 유일 영도체제인 북한에서 최고지도자를 신격화하는 건 그간 북한 체제의 특징이었다. 그러다 김 위원장이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14기 대의원 선거를 10일 치르면서 김 위원장이 어느 선거구에 입후보했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또 “투표 대신 김 위원장을 대의원에 추대하는 행사 등 일체의 동향도 포착되지 않았다”고 정부 당국자가 11일 밝혔다.  

 
국회의원을 뽑는 한국의 총선 격인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는 여러 명이 출마해 다득표한 인물을 선출하는 한국의 방식과 달리, 단수로 입후보한 인물에 찬반 투표하는 형식이다. 특히 최고지도자는 투표 전 입후보 선거구를 공개하고, 투표 대신 추대하는 형식을 취해 왔다. 2014년 13기 선거 당시 북한은 김 위원장이 111호 백두산 선거구에서 입후보한 사실을 선거 20일 전부터 알렸고, 당·정·군의 추대 행사가 잇따랐다. 대의원 추대 행사 자체가 김 위원장을  ‘유일 수령’으로 추앙하는 정치 행위이자 주민들에겐 대대적인 ‘신격화’ 선전이 됐다.
    
10일 김책공대 투표장에서 투표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AP=연합뉴스]

10일 김책공대 투표장에서 투표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AP=연합뉴스]

하지만 올해는 이같은 추대 행사 대신 김 위원장이 직접 김책공업대학 선거구에 나와 투표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집권 자신감을 바탕으로 정상국가 지도자상을 안팎에 보여주려 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집권 초기엔 추대 행사로 통치력을 강화했다면 올해는 직접 선거하는 모습을 통해 보통국가의 지도자상을 선보였다”며 “인민과 함께하는 지도자상을 강조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 6~7일 평양에서 열린 2차 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 보낸 서한에선 “수령의 혁명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우게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사실을 지난 8일 노동신문에서 공개한 것도 신적인 존재인 ‘수령의 무오류성’을 강조해온 전례와 배치되는 것으로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로 평가됐다.  

양 교수는 “김정은 정권의 또 다른 특징은 투명성, 절차성을 강조하는 것”이라며 “독재국가, 반인권 국가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김 위원장의 정상국가 지도자로의 행보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는 결국 대북 제재 국면에서 국제사회의 도움을 얻으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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