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3월인데 이제야 업무보고···그것도 11곳은 서면으로 끝

중앙일보 2019.03.11 16:26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19년 보건복지부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19년 보건복지부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1일 정부세종청사를 찾아서 교육부 2019년 업무보고를 받았다. 보고 후 유아교육정책과를 찾았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폐원을 시사하면서 갈등이 고조되는 시점이었다. 문 대통령은 "민간 영역이라도 국고가 지원된다면 정말로 회계를 투명하게 하도록 하라"고 단호한 대응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여기 와보니 업무보고에서 듣지 못한 현장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유치원 폐원 문제에 원칙대로 대응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참여하는 업무보고는 지난해 12월 교육부·산업통상자원부·농림축산식품부·환경부 등 7개 부처로 끝나버렸다. 나머지 11개 부처는 업무보고 자체가 미뤄지다 이달 들어 '소나기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 보고는 사라졌다. 
대신 지난달 말 총리실에 서면으로 올렸고, 이낙연 총리가 11개 부처 보고를 모아서 문 대통령에게 총괄 보고 한다. 문 대통령이 10~16일 브루나이·캄보디아 등지 순방을 마치고 오면 이 총리가 보고한다. 
 보건복지부·문화체육관광부·행정안전부는 11일 장관이 나서 올해 업무계획을 브리핑했다. 이에 앞서 7일 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중소벤처기업부 등 7개 부처가, 6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했다. 인사혁신처는 14일 발표한다. 
 업무보고는 새해 정책을 짜서 확정하는 자리다. 민생과 직결된다. 전년 12월이나 1월, 늦어도 2월에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해왔다. 연말이 다가오면 각 부처 공무원들이 머리를 짜내기 시작한다. 뭔가 새로운 정책을 찾고, 기존 정책을 효율화할 방법을 모색한다. 전문가 조언을 듣고 외국의 사례를 탐구한다. 또 업무보고 자리에 정부부처 관료와 청와대 수석, 관련 공공기관, 전문가,정책 대상 민원인 등이 참여했다. 부처가 보고하고 대통령과 토론했다. 점심으로 이어져 토론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총리가 대신 보고를 받더니 올해는 서면보고로 대체됐다. 문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에다 해외순방 등으로 일정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대 정부에서 새해 업무보고를 서면으로 대체한 전례가 없다. 그것도 새해가 시작된 지 두 달이 지난 시점에 발표했다. 그러다 보니 알맹이도 별로 없다. 보건복지부 업무 보고는 이미 시행 중이거나 시행하겠다고 수차례 알려진 정책을 모아서 발표했다. 행정안전부 발표도 별 내용이 없었다. 행안부·문체부 등은 떠날 장관이 발표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새해 업무보고는 한 해 가장 큰 행사다. 서면으로 보고한 적이 없다"며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하는 자리에서 대통령이 꼭 모르는 것을 집어내 물어본다.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19년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윤종인 차관.[연합뉴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19년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윤종인 차관.[연합뉴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11일 브리핑에서 "왜 서면 보고를 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김 장관은 "대통령 일정 때문에 그랬다. 그렇지만 그동안 손 놓고 놀고 있었던 건 아니고 계속 논의하고 토론하고 실제로 추진해왔다"며 "사실 후임 장관이 업무보고를 하면 모양새가 깔끔할 수 있으나, 그렇게 되면 신년 업무보고의 신선도가 너무 떨어지는 측면이 있어 부득이 제가 하게 됐으니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대면 업무보고는 순기능이 많다. 이명박 대통령은 2010년 12월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미국에서 감기약을 수퍼에서 팔던데"라며 복지부를 질책했다. 당시 복지부는 약사회 반발을 의식해 미온적이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과 전문가, 복지부 직원 등이 토론을 벌였고 대통령의 의중이 전달되면서 감기약 수퍼 판매로 이어졌다. 복지부가 수퍼판매를 보고하지도 않았는데, 대통령이 의제를 꺼내 방향을 잡았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면보고를 하게 되면 대통령 또는 총리의 리더십이 실린다. 국정 책임자의 철학이 무엇인지 장관을 비롯한 담당부처 공무원이 확실히 알 수 있다"며 "대통령이 강조한 것을 부처 직원들에게 전파하며 업무를 독려한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서면보고로 하면 국정 최고 책임자의 피드백을 알 길이 없고 대통령이 부처 업무계획을 제대로 따져봤는지 확인할 수 없다. 긴장도가 떨어지고 무엇이 더 중요하고 긴급한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사전에 청와대나 총리실에 서면보고하고 짧게라도 대통령이나 총리가 주재하는 대면보고 시간을 가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신성식·이승호·박형수 기자ssshin@joongang.co.kr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