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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 공세에 재계 60위 대기업도 후퇴…3월 주총 표 대결 '뜨거운 감자'

중앙일보 2019.03.11 16:17
재계 순위 60위의 대기업이 소액주주들의 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당초 발표했던 자본구조 개선 계획을 철회했다. 한솔그룹(총자산 5조1000억원)의 지주회사인 한솔홀딩스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 회사 소액주주들은 오는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주주인 조동길 회장 측과 표 대결도 예고했다. 이들의 요구는 현재 주가(4760원)보다 비싼 값(1만1000원)에 주식을 사주고 자신들이 원하는 인물을 임원으로 뽑으라는 것이다.
 
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

울산에 사는 이민정씨는 주총에서 표 대결을 위해 소액주주들이 자신에게 위임장을 맡겨달라는 제안서를 11일 한국거래소에 공시했다. 이씨가 보유한 한솔홀딩스 주식은 8694주(지분율 0.02%), 약 4100만원어치다. 이씨는 제안서에서 “더 이상 회사에 끌려다니지 않고 우리 스스로 주주가치를 제고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회사 측은 "주주들의 건전한 제안은 환영하지만 해당 제안은 회사와 전체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어서 반대한다"고 밝혔다. 유상감자는 과도한 자본유출로 이어져 회사의 성장과 투자 여력을 훼손하고 이사 후보로 추천된 인물은 전문성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 회사의 입장이다.
 
이에 앞서 회사 측은 주식의 액면가를 5000원에서 1000원으로 축소하는 자본감소(감자) 계획을 취소했다. ‘불성실 공시법인’이란 불명예를 뒤집어쓸 가능성까지 감수하면서 내린 결정이다. 회사 측은 “당초 감자 결정은 충분한 배당가능이익을 확보해 주주가치를 높이는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철강 등을 자회사로 거느린 키스코홀딩스에선 기관 투자가가 앞장서 표 대결을 예고했다. 이 회사의 지분 1.26%를 보유한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이다. 오는 29일 주총에서 벌어질 표 대결에는 키스코의 2대 주주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지분율 8.95%) 등도 참여하기로 했다고 밸류파트너스는 주장했다.
 
밸류파트너스는 "키스코의 경영진은 비합리적인 자본배분을 장기간 지속해 주주가치가 훼손됐다"고 공격했다. 그러면서 정관을 바꿔 중간배당을 신설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인물을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라고 요구했다.
 
대한항공과 한진칼 등 한진그룹 계열사 주총도 '뜨거운 감자'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오는 27일 대한항공 주총에서 표 대결을 선언하고 자신들에게 위임장을 맡겨달라는 제안서를 공시했다. 한진칼에선 이미 강성부펀드가 대주주인 조양호 회장 측과 표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강성부펀드는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낸 주주제안 가처분신청에서 승리했다. 회사 측은 이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서울고등법원에 항고한 상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계 엘리엇펀드의 공세를 받고 있다. 엘리엇이 보유한 현대차(2.9%)와 현대모비스(2.6%)의 지분율은 높지 않지만, 외국인 주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는 점이 회사 측에 부담이다.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 책임 원칙)'를 도입한 국민연금의 행보도 주목된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19일 넥센타이어 주총에서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이달 말 한진칼 주총에선 임원자격 제한 등 정관 변경을 위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예고했다.
 
국민연금이 앞으로 주총이 열리기 전에 주요 안건에 대한 찬성이나 반대 의사를 밝히기로 한 것도 상장사 대주주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90여 곳에 이른다.
 
윤진수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사업본부장은 "국민연금이 사전에 찬성이나 반대 입장을 공개하면 국민연금의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기관투자가(자산운용사)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며 "올해 상장사 주총에서 부결되는 안건이 예년보다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wh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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