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쓰비시 유럽자산 압류 신청 검토…부글부글 대는 日 재계

중앙일보 2019.03.11 15:14
대법원 징용 판결의 원고 측이 일본 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의 유럽내 자산을 압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11일 산케이 신문이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파푸아뉴기니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파푸아뉴기니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연합뉴스]

 

지한파 日원로가 전한 재계내 기류
"손해 발생시 한국 지사 철수하고
한일 통화 스와프 절대 응하면 안돼"
원고측 日기업 해외자산 압류 검토
수산물 금수문제까지 갈등 악화일로

원고측 변호인단이 최근 나고야(名古屋)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그런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한국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근로정신대 피해자 5명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1인당 1억~1억2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확정했다.
 
원고측은 이미 상표권과 특허권 등 미쓰비시의 한국내 자산에 대해 자산압류를 신청했다. 하지만 만약 한국에서 손해배상액에 상당하는 자산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유럽의 자산 압류까지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현실화될 경우 한·일간 징용 갈등의 전선이 두 나라를 넘어 제3국의 법원으로까지 확산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재판의 직접 당사자인 일본 기업들의 반발 역시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한·일 관계 악화는 이미 50년간 이어져온 재계의 교류 행사 중단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1969년 첫 개최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져 온 ‘한·일경제인회의’의 5월 서울 개최가 양국 관계 악화의 여파로 전격 연기됐다.   

 
 지난해 5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앞줄 왼쪽에서 다섯째)를 예방한 김윤 한·일경제협회장(삼양홀딩스 회장·앞줄 왼쪽에서 넷째) 등 한국 경제인들이 일본 총리 공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0일 한·일경제협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5월 열릴 예정이던 올해 회의가 연기됐다고 공지했다. [사진=주일한국대사관]

지난해 5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앞줄 왼쪽에서 다섯째)를 예방한 김윤 한·일경제협회장(삼양홀딩스 회장·앞줄 왼쪽에서 넷째) 등 한국 경제인들이 일본 총리 공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0일 한·일경제협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5월 열릴 예정이던 올해 회의가 연기됐다고 공지했다. [사진=주일한국대사관]

일본 재계 내부, 특히 우리의 전경련에 해당하는 게이단렌(經團連)수뇌부 기류에 정통한 지한파 원로는 11일 통화에서  "그동안 어떤 정치적 갈등에서도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을 이어온 일본 재계였지만, 징용 판결 등 갈등의 장기화로 인한 '한국 리스크'에 이번에는 크게 동요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특히 "향후 한국과의 관계에 있어 재계 수뇌부가 공유하고 있는 세 가지 정도의 컨센서스(일치된 견해)가 있다"고 했다. 그 내용과 관련해선 “압류 자산의 매각 등이 현실화돼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한다면 한국의 지사를 철수시켜야 하며, 향후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한·일 통화스와프를 재개하지 않고, 또 자금 융통 분야에서의 협력을 포함해 양국 금융기관사이의 협조를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재계의 경우 아베노믹스 등 '친(親)기업적 경제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아베 내각과의 공동 보조를 맞추겠다는 경향이 강하다. 양국간 정치·외교적인 대립이 그대로 재계간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구조라는 뜻이다. 
 
양국 관계가 극적으로 개선될 기미도 현재로선 별로 보이지 않는다.  
한국 정부는 "일본 기업에 대한 자산압류 등 피해자들이 밟고 있는 절차는 법적인 프로세스의 일부이기 때문에 정부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일본 정부는 "청구권 문제는 1965년 협정으로 모두 해결됐다"는 입장에서 변화가 없다. 
한국 법원이 신일철주금에 대한 자산압류 신청을 승인한 지난 1월초 일본 정부는 65년 협정에 기초한 외교적 협의를 한국에 요청했으나 두 달 넘게 진전이 없다.
 
 이와는 별도로 압류자산 매각 등으로 일본기업에 실질적 피해가 발생할 경우 한국 제품에 대한 관세인상 등 대항조치를 일본 정부가 발동할 가능성도 크다. 이는 사실상 한국에 대한 경제 재재를 의미하기 때문에 양국간 갈등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으로 번질 수 밖에 없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앞 바다.[중앙포토]

일본 후쿠시마 원전앞 바다.[중앙포토]

 게다가 양국간 외교현안인 ‘후쿠시마현 등 일본내 8개현으로부터의 수산물 금수 조치’에 대한 WTO(세계무역기구)의 최종판단도 4월중 나올 전망이다. 한국에 불리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큰 이 사안 역시 양국 관계의 뇌관이 될 수 있다.
 
 ◇아베 "한일, 신뢰관계 만들어야"=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는 11일 가메이 시즈카(亀井静香) 전 금융상,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慎太郎) 전 도쿄도지사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과 일본은 신뢰관계를 만들어나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고 가메이 전 금융상이 기자들에게 전했다. 가메이 전 금융상이 징용 문제를 거론하며 "본격적인 싸움이 되면 곤란하다"고 하자 아베 총리가 이같이 말했다는 것이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