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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학교 이은호 교수 개인전, 종로 갤러리 H 전관에서 개최

중앙일보 2019.03.11 14:55
 홍익대학교 이은호 교수의 개인전이 갤러리 H 전관에서 <순환-시간>이라는 주제로 지난 6일부터 19일까지 열리고 있다.
 

6일부터 19일까지 ‘순환-시간’을 주제로 선보여

이은호 작가는 홍익대학교 동양화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는 홍익대학교 동양화과와 대학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며 전통회화기법을 통한 한국화의 현대적 표현에 주력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 H 전관 4개 층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대부분이 100호 채색화 대작이다. 이은호 작품에는 다양한 소재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순환적 시간을 의미하는 기호들이 드러난다. 한지 바탕에 은은한 색채의 번짐과 석채(石彩), 금, 은박 기법을 이용한 이은호의 채색화는 부드러움과 강렬함이 혼재되어 한국적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이은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숨은 그림 찾기처럼 이미지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다. 시계, 숫자, 이국적 풍경들, 아이, 건물, 과거의 유물, 현대적 인공물들, 꽃과 바위, 해와 달 등이 질서없이 한 화면에 얽혀 있다.
 
이은호 작가는 엄마가 되고 여러 사별을 겪으며 생성과 소멸에 대해 생각하다가 이처럼 여러 소재들을 한 화면에 배열하고 ‘순환-시간’이라는 주제를 설정했다고 말한다.
 
이은호 작가는 “나의 작품은 순환적 시간과 유한한 시간을 의미한다. 이미지를 구성하는 다양한 개체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유한함을 의미하고, 그 개체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의도하는 상징적 기호들로 표현한다. 그것들이 얽혀 순환을 뜻하는 원(圓)이나 복(福)이라는 글씨, 사랑을 의미하는 기호 등으로 상징화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은호의 작품은 동양적 자연관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동양화를 전공하며 동양회화정신의 철학적 바탕에서 형성된 주제의식은 전통 회화재료의 사용과 시서화(詩書畵)를 한 화면에 구현하는 창작행위를 통해 현대적 이미지로 구현되었다. 이번에 전시된 이은호 작품 다수에서는 활달한 필치로 쓴 붓글씨가 화면의 오브제로 등장하는 점이 눈길을 끄는데, 작가는 평소 애송하는 시와 기도문을 써 놓았다가 작품의 구성요소로 활용한다.  
 
이 점은 전통문인화의 특징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문인화가 수묵(水墨)으로 표현되었다면 이은호의 작품은 먹(墨)과 동양화안료, 석채, 금박(金箔), 은박(銀箔) 등을 사용해 화려하면서도 현대적 색채관에 부합하는 화면을 그려냈다.
 
미술평론가 김이순은 이은호 작가의 작품에 대한 특징을 한국 예술계에서 여성작가들이 안고 있는 현실적 어려움과 전통회화와 현대회화의 간극사이에 갈등하는 예술적 태도 등에 초점을 두고 분석하고 있다.  
 
이은호의 조형세계는 지속적으로 변화해 왔지만, 그러한 변화 속에서도 일관되게 지속된 것은 여성작가로서 삶에 대한 깊은 사유다. 그리고 ‘채색화’라는 독특한 전통회화 양식을 현대적이고 독창적인 자신만의 화풍으로 구현하려는 의지를 볼 수 있다. 혹자는 이은호의 그림을 두고 ‘대립구조’ 혹은 ‘중층구조’로 설명하기도 한다.  
 
여성으로서의 책무와 작가로서 품은 스스로에 대한 기대가 대립적 구조나 중층적 화면 구조로 표현된 것일 수도 있고, 때로는 반동형성(reaction formation)의 방식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어떠한 방식이든 그의 작품 속에는 남성 작가에게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이중성이 있으며, 그러면서도 삶과 예술이 서로 응결되어 나타난다.  
 
‘채색화’라는 고유한 양식과 ‘문인화 정신’, 그리고 이 땅의 ‘여성작가’로서 서 있는 위치 등은 이은호가 지니고 있는 특징적 요소이며, 작가로서 그가 헤쳐 나아갈 방향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앞으로 펼쳐질 이은호 작가의 예술세계가 더욱 기대된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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