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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들까지 “전두환 물러가라”…첩보작전 방불 전두환 출석에 광주시민 분노

중앙일보 2019.03.11 14:49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광주지방법원에 재판을 받기 위해 들어서자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이 "전두환은 물러가라" "사과하라"를 외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광주지방법원에 재판을 받기 위해 들어서자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이 "전두환은 물러가라" "사과하라"를 외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88)의 재판이 열린 11일 광주지법 안팎은 분노와 함성이 뒤섞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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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단체와 시민들은 이날 낮 12시33분 전 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광주지법에 도착하자 “전두환은 사과하라”를 외쳤다. 검은 세단에서 내린 전 전 대통령은 무표정한 표정으로 경호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법정을 향해 걸어갔다.  
 
그는 “광주시민들에게 사과할 생각이 있으시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이어 다른 취재진이 손을 뻗어 “발포 명령 부인하십니까”라고 묻는 질문에는 “이거 왜 이래”라며 불만스런 표정을 지었다.
 
이날 전 전 대통령의 광주지법 출석은 첩보작전을 방불케 했다. 당초 전 전 대통령 일행은 이동 중 점심을 먹고 오후 1시30분쯤 법원에 도착 예정이었으나 1시간여 먼저 도착했다. 광주지법 관계자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 일행은 한차례 휴게소에 들렀을 때 취재진이 접근하자 쉬지 않고 광주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순자씨와 함께 광주광역시 동구 광주지방법원으로 들어오고 있다. 2019.3.11 프리랜서 장정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순자씨와 함께 광주광역시 동구 광주지방법원으로 들어오고 있다. 2019.3.11 프리랜서 장정필

시민들은 아무런 사과 표명 없이 법정으로 들어선 전 전 대통령을 향해 “전두환은 사과하라”를 외쳤다. 일부 시민단체 회원들은 예상보다 일찍 도착한 전 전 대통령에게 “재판마저도 꼼수로 받으려 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초등학생들도 시민들의 비난 행렬에 동참했다. 광주지법 맞은편에 있는 초등학교 학생들은 창문을 열고 “전두환 물러가라”를 외쳤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전 전 대통령의 도착 모습을 지켜보던 학생들은 주먹을 내저으며 연신 노래를 불러 눈길을 끌었다.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너희들이 대한민국의 희망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5월단체 회원들과 시민들 역시 말없이 법정으로 향하는 전 전 대통령을 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앞서 이들은 법원 정문 앞에서 사죄와 처벌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차량 통행로 주변 양쪽으로 길게 줄지어 서는 인간 띠 잇기를 했다.
 
사자명예훼손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광주광역시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가운데 시민들이 법원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2019.3.11 프리랜서 장정필

사자명예훼손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광주광역시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가운데 시민들이 법원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2019.3.11 프리랜서 장정필

시민들이 손에 든 피켓에는 ‘전두환은 5ㆍ18 영령 앞에 사죄하라!’ ‘전두환은 5ㆍ18의 진실을 밝혀라’ ‘전두환은 역사왜곡 중단하라’ 등 문구가 적혀 있었다. 광주지법 정문 앞에는 ‘헬리콥터는 있는데 사격은 없었다?’ ‘5ㆍ18 광주학살 원흉 전두환을 단죄하라’ 등 현수막도 내걸렸다.
 
알츠하이머 등 건강 상태를 이유로 재판에는 출석하지 않고 골프를 친 전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피켓도 등장했다. 전 전 대통령이 허리를 숙여 골프를 치는 사진을 넣은 피켓에는 ‘본인이 말이야 알츠하이머다. 몇번 쳤지?’라는 문구가 담겼다.  
 
전 전 대통령과 부인 이순자(80) 여사의 얼굴 사진을 넣은 피켓도 들고 나왔다. 이 여사의 얼굴을 합성한 피켓에는 ‘이십구만원’ ‘반민주화의 어머니’라는 문구를 넣었다. 이 여사가 올해 초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편을 ‘민주주의의 아버지’라고 표현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여사는 당시 “(전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단임을 이뤄서 지금 대통령들은 5년만 되면 더 있으려고 생각을 못하지 않느냐”며 이런 표현을 썼다.
고(故) 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씨가 재판 받기 위해 오후 12시33분 광주광역시 동구 광주지방법원에도착후 차에서 내리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고(故) 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씨가 재판 받기 위해 오후 12시33분 광주광역시 동구 광주지방법원에도착후 차에서 내리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이날 인간 띠 잇기 현장에 나온 박용해(59)씨는 “전두환이 온다고 해 치킨집 영업 준비도 미루고 왔다”며 “늦었지만, 이제라도 5월 영령과 광주 시민들 앞에 진정한 사과를 하기 바란다”고 했다.
 
전 전 대통령은 자신이 2017년 4월 펴낸 『전두환 회고록』을 통해 ‘조 신부는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주장했다가 기소됐다. 검찰은 2017년 4월 5·18단체와 조 신부 유가족의 고소를 토대로 수사한 끝에 전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겼다. 재판부는 전 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기소된 후 건강상 이유와 관할지 이전 요청 등으로 법정에 출석하지 않자 지난 1월 구인장을 발부했다.
 
한편, 이날 광주에서 첫 재판을 받은 전 전 대통령은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간단한 진료를 받은 뒤 연희동 자택으로 귀가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김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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