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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백스톱'인데…볼은 치워도 되고 낙엽은 안된다 왜?

중앙일보 2019.03.11 13:00
[더,오래] 민국홍의 19번 홀 버디(25)
LPGA투어 혼다 타일랜드 경기에 참가한 미국 출신의 에이미 올슨(amy olson). [사진 LPGA]

LPGA투어 혼다 타일랜드 경기에 참가한 미국 출신의 에이미 올슨(amy olson). [사진 LPGA]

 
최근 그린에서의 ‘백스톱(Backstop)’이 화제가 되었다. 지난 2월 26일 끝난 LPGA투어 혼다 타일랜드 2라운드 경기 도중 미국 출신의 에이미 올슨이 백스톱 덕분에 버디를 했는데 뭔가 찜찜한 구석을 남겼다. 에이미 올슨 선수가 18번 파 5홀에서 칩샷을 한 볼이 홀 뒤에 놓여있던 태국의 간판스타 아리야 주타누간의 볼에 맞고 멈춰 섰다.
 
칩샷 볼의 속도로 미루어 한참 굴러갈 공이었지만, 이 덕분에 홀 근처에 볼이 멈추었고 올슨은 짧은 퍼트로 버디를 낚아 올리는 망 외의 소득을 올렸다. 주타누간도 그의 볼에 맞고 움직인 자신의 볼을 원래의 자리에 놓고 퍼팅을 해 버디를 잡고서는 올슨과 주먹을 맞부딪히며 좋아했다. 그러나 문제는 골프규칙에 그린에 올라간 볼이 백스톱 역할을 하는 것을 방지하는 조항을 넣어놓았다는 사실이다.
 
경쟁자에게 이득 준 주타누간의 백스톱
사실 프로선수나 아마추어나 플레이를 하다가 자신의 볼이 다른 사람의 볼로부터 방해를 받거나 자신의 볼이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해주는 경우 당황스러워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번 주타누간의 경우처럼 자신의 볼이 다른 플레이어한테 도움이 되는 경우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낯설 것 같다.
 
이런 경우는 퍼팅그린에 한해 일어나는데 자신의 볼이 ‘백스톱’ 역할을 하는 것이다. 백스톱이란 어느 플레이어의 볼이 홀을 지나쳐 오는 것을 홀 뒤에 있던 다른 플레이어의 볼이 이를 막아 주는 것을 말한다. 골프규칙 15조3항은 볼이 플레이에 도움이 되거나 방해가 되는 경우에 대한 규정을 담고 있는데, 도움이 되는 경우 볼을 치울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혼다 LPGA 2019 골프대회에 참가한 한국 양희영 선수가 경기 도중 페어웨이에서 어프로치샷을 바라보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혼다 LPGA 2019 골프대회에 참가한 한국 양희영 선수가 경기 도중 페어웨이에서 어프로치샷을 바라보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A, B, C 세 사람이 플레이를 하는데 A가 경사가 심한 내리막 그린 위쪽에서 퍼팅을 할 때 홀 뒤에 B의 볼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C가 먼저 퍼팅을 하면서 깃대를 빼놓았다. B가 자신의 볼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A는 다소 자신을 갖고 퍼팅을 할 수 있다. 볼이 홀에 들어가면 좋고 안 되더라도 볼이 홀을 지나쳐 볼에 맞고 설 확률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규칙에서는 자신의 볼이 다른 플레이어에 도움이 된다고 믿을 경우 볼 마크를 하고 집어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론 집어 올리지 않는다고 벌을 주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A가 B에게 볼을 그대로 두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다. 둘이 친한 사이라서 B가 이를 들어주면 A와 B 모두 2벌타를 받는다. 만약 A와 B 모두가 이런 행위가 규칙에 위반되는 것을 알고 있었더라면 의도적으로 규칙을 위반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실격이 되어 경기장에서 쫓겨난다.
 
또 규칙은 B가 볼을 집어 올리지 않는 경우를 상정해 C가 B에게 볼을 집어 올리도록 요구할 권리를 주고 있다. B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B는 2벌타를 받는다. 프로 시합에서는 경쟁자에게 쉽게 유리한 상황을 조성해주는 경우를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일부 선수는 아직도 다른 선수에게 볼이 도움될 경우 그대로 두도록 하는 것을 배려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는 금물이다.

그러나 규칙을 잘 모르거나 타이밍을 놓친다면 이런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주타누간도 이 규정을 잘 몰랐거나 아니면 미적대다가 볼을 마크하고 들어 올리는 시점을 잡지 못했을 수 있다. 아무튼 주타누간이 올슨의 행운을 축하해준 것은 그리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인공물 아닌 자연물은 치우면 2벌타
이날 양희영 선수는 최종합계 22언더파 266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날 양희영 선수는 최종합계 22언더파 266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그러면 위와 같지만 볼 대신 나뭇잎이나 잔디낙엽 등 루스임페디먼트가 홀 뒤에 있어 다른 플레이어한테 도움이 될 경우 이를 제거할 수 있을까. 루스임페디먼트의 일반 조항을 보면 어디에서든지 제거가 가능하다. 그러나 예외조항을 보면 움직이고 있는 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고의로 루스임페디먼트를 제거해서는 안 된다고 하고 있다.
 
A가 내리막 퍼팅을 해 볼이 홀이 지나가는 경우 B가 나뭇잎이 백스톱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든 말든 일반론으로 이를 제거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예외조항을 몰랐다고 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문제는 A가 규칙 8조 1d 항의 해석(interpretations)을 들어 루스임페디먼트를 그대로 놓고 치겠다고 요청할 때 생긴다.
 
이를 치우게 되면 플레이에 영향을 주겠다는 고의성이 입증된다. 2벌타를 받는다. 규칙이라는 게 복잡하다. 인공물인 볼이 다른 사람의 플레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치울 수 있는데 자연물인 낙엽은 아닌 것이다.
 
한편 다른 플레이어의 볼이 플레이하는 데 방해가 되면 어떻게 될까. 볼이 바로 앞에 있든 다소 떨어져 있지만 눈에 거슬려 정신집중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하면 다른 플레이어한테 볼을 마크하고 치워달라고 할 수 있다. 벙커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볼을 마크하고 들어 올리다가 모래를 조금 퍼 올렸다든지 움직이게 되면 라이가 나빠지든지 좋아지든지 그대로 쳐야 한다.
 
민국홍 KPGA 경기위원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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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국홍 민국홍 KPGA 경기위원 필진

[민국홍의 19번 홀 버디] 골프 전문가다. 현재 KPGA(한국남자프로골프협회) 경기위원과 KGA(대한골프협회) 규칙위원을 맡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전무를 역임했고 스포츠마케팅회사인 스포티즌 대표이사로 근무하는 등 골프 관련 일을 해왔다. 인생 2막을 시작하면서 골프 인생사를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풀어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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