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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단죄만이 5·18 왜곡 막는 길”…‘전두환 회고록’과 싸우는 변호사들

중앙일보 2019.03.11 11:30
김정호 변호사가 『전두환 회고록』에 대한 출판 및 배포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한 과정과 회고록 내 허위사실 등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김정호 변호사가 『전두환 회고록』에 대한 출판 및 배포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한 과정과 회고록 내 허위사실 등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두환 재판, 5·18 진상규명 단초 삼아야
“5·18 학살 책임자가 다시 법정에 서는 것은 사필귀정입니다. 이번 재판을 5·18 진상규명과 한국판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부정행위 처벌법을 제정하는 단초로 삼아야 합니다.”

‘5·18 학살책임자’ 재판 ‘사필귀정’
김정호 변호사, 1·2차 소송 주도
출판 및 배포 금지 결정 이끌어내

 
『전두환 회고록』 관련 소송을 주도해온 김정호(47·연수원33기) 변호사는 11일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전 전 대통령의 재판을 앞두고 “5·18의 역사를 부인하고 왜곡하는 행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역사와 국민 앞에 반성하지 않는 전 대통령을 단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2017년 8월 『전두환 회고록』에 대한 첫 번째 ‘출판 및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의 법률대리를 맡아 이 책의 출판 및 배포 금지 결정을 이끌어냈다. 지난해부터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광주전남지부장을 맡은 후 회고록의 출판 및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한 두 번째 소송도 승소를 이끌어냈다.  
왼쪽부터 강행옥 변호사, 임태호 변호사, 정인기 변호사, 홍지은 변호사. [중앙포토]

왼쪽부터 강행옥 변호사, 임태호 변호사, 정인기 변호사, 홍지은 변호사. [중앙포토]

2차 소송땐 임태호·정인기 등 동참
특히 2차 소송 때는 김 변호사 외에도 민변 광주전남지부 회원들이 대거 힘을 보탰다. 임태호(51·연수원28기) 변호사를 비롯해 정인기(48·연수원39기), 홍지은(38·여·변호사시험 4회) 변호사 등이 함께 소송을 맡았다. 
 
임 변호사 등은 “5·18에 대한 폄훼를 막아야 한다”는 5월 단체들의 취지에 공감해 2017년부터 관련 법리검토와 소명자료 수집 등을 해왔다. 아울러 지난해 1월 출범한 제10대 민변 광주전남지부는 ‘5·18특별위원회’를 신설하고 초대 위원장에 강행옥(58·연수원16기) 변호사를 위촉했다.
 
이들은 이날 재판을 앞두고 “전 전 대통령이 회피와 꼼수로 재판에 임하는 모습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면서도 “광주시민들은 분노를 승화시키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줄 때”라고 입을 모았다. 항구적인 5·18역사왜곡을 막기 위해 감정적인 대응보다 사법시스템을 통해 전 전 대통령을 단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리보는 전두환 전 대통령 재판 예상도. 오른쪽은 1996년 8월 열린 12·12와 5·18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혐의 선고공판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과 함께 서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연합뉴스

미리보는 전두환 전 대통령 재판 예상도. 오른쪽은 1996년 8월 열린 12·12와 5·18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혐의 선고공판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과 함께 서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연합뉴스

조비오 신부 등 5·18 내용 모두 허위
민변과 5월 단체들은 2차 소송 당시 ▶희생자들에 대한 암매장 부정(485페이지) ▶광주교도소에 대한 시민군 습격(518페이지) ▶무기고 탈취시간 조작(403페이지) ▶시민군의 파출소 습격 및 방화(391페이지) 등을 회고록의 출판·배포 금지 이유로 제시했다.  
 
2017년 1차 소송 때는 ▶5·18은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는 주장(535페이지 등 18곳) ▶헬기 사격은 없었다(379페이지 등 4곳) ▶비무장한 민간인에 대한 학살은 없었다(382페이지 등 3곳) ▶조비오 신부는 파렴치한 거짓말쟁이(484페이지 등 3곳) 등 33가지 내용을 허위 주장으로 판단했다.  
 
이에 법원은 지난해 5월 2차 소송 과정에서 『전두환 회고록』 제1권 ‘혼돈의 시대’에 대한 출판 및 배포를 또다시 금지시켰다. 2017년 8월 첫 제기된 1차 가처분 소송에 이어 2차 소송에서도 『전두환 회고록』의 내용 중 상당 부분이 허위사실이어서 회고록 1권에 대한 출판 및 배포를 금지한 것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 부부가 2015년 10월 모교인 대구공고에서 열린 총동문회 체육대회에 참석할 당시 모습. 오른쪽은 고 조비오 신부를 '거짓말장이'로 비난한 전두환 회고록. [중앙포토]

전두환 전 대통령 부부가 2015년 10월 모교인 대구공고에서 열린 총동문회 체육대회에 참석할 당시 모습. 오른쪽은 고 조비오 신부를 '거짓말장이'로 비난한 전두환 회고록. [중앙포토]

법원, “회고록 허위사실, 5·18 명예 훼손”
재판부는 1차 소송 당시 5·18과 관련된 33개 허위 사실 외에 이번에 추가로 제기한 36개 내용도 거짓 내용으로 인정했다. 전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통해 5·18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시민들이 광주교도소를 습격했다고 주장한 내용 등도 거짓으로 드러난 것이다.  
 
재판부는 “회고록의 허위사실 적시는 5·18 관련자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라며 “허위사실들을 삭제하지 않고는 1권을 출판·배포할 수 없고, 이를 어기면 1회당 5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앞서 광주지법은 2017년 8월 『전두환 회고록』이 5·18과 관련한 역사적 사실들을 왜곡했다고 판단해 총 3권 중 1권에 대한 출판 및 배포를 금지했다. 아울러 문제가 된 내용을 삭제하지 않고 회고록을 출판하거나 배포할 경우 5·18 단체 등에 1회당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명령도 내렸다. 이에 전 전 대통령 측은 2017년 10월 33개 부분을 검은색 잉크로 씌운 뒤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의한 삭제’라는 문구만 삽입해 책을 재출간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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