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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유죄', 이승만·박정희 '무죄' 나온 사자명예훼손, 핵심 쟁점은

중앙일보 2019.03.11 11:28
23년만에 법정에 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은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ㆍ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조 신부에 대해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기술해 재판에 넘겨졌다.
 
사자 명예훼손은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고인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성립되는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사실 적시’에 의한 것도 처벌하는 일반 명예훼손죄와는 다르다.
 
전두환 전 대통령 부부가 2015년 10월 모교인 대구공고에서 열린 총동문회 체육대회에 참석할 당시 모습. 오른쪽은 고 조비오 신부를 '거짓말장이'로 비난한 전두환 회고록. [중앙포토]

전두환 전 대통령 부부가 2015년 10월 모교인 대구공고에서 열린 총동문회 체육대회에 참석할 당시 모습. 오른쪽은 고 조비오 신부를 '거짓말장이'로 비난한 전두환 회고록. [중앙포토]

 
“노무현 가짜 당선”은 명백한 허위사실로 유죄
학생들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전자개표기 사기극으로 당선된 가짜 대통령이다”고 말해 지난 2016년 재판에 넘겨진 최우원 전 부산대 철학과 교수는 1·2심에서 모두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최 전 교수가 단순한 문제 제기가 아닌 대선 개표과정을 사기극이라 단정하고 노 전 대통령을 사기극으로 당선된 가짜 대통령이라는 취지로 발언하며 글을 게재해 사자명예훼손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했고, 2심도 이를 인정했다.
 
“이승만 맨법 위반”은 논란 대상이라 무죄
반면 이승만 전 대통령의 친일 행위를 비판한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을 제작해 사자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김지영 감독 등은 지난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2017년 검찰은 다큐 중 일부 틀린 내용이 있다며 김 감독 등을 재판에 넘겼다. 이 전 대통령이 1920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맨법(Mann Act·성매매나 음란행위 등 부도덕한 목적으로 여성과 주 경계를 넘는 행위를 처벌한 법)’을 위반해 체포ㆍ기소됐다는 게 허위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하와이 등지에서의 행적에 비추어 영화의 주장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고의성도 쟁점…‘박정희 명예훼손’ 주진우 기자도 무죄
이밖에도 사자명예훼손이 성립되려면 유포자가 허위 사실임을 알고도 적시했다는 ‘고의성’도 입증돼야 한다.

 
지난 201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4년 독일에 갔지만 뤼브케 대통령은 만나지도 못했다”는 내용의 발언으로 기소된 주진우 시사IN 기자는 이듬해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배심원들은 주 기자가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허위사실을 적시하려는 고의성이 없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심원 9명 중 8명이 무죄, 1명이 유죄 의견을 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김계리 변호사(법무법인 서인)는 “일반인에 대한 것이든 고인에 대한 것이든 명예훼손죄 자체가 적용이 다소 까다로운 면이 있다”면서 “명예훼손의 고의성이라는 게 주관적 개념이라 간접 사정으로 추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전두환 전 대통령 사건의 경우에는 시위 진압 상황을 보고받은 점, 회고록 발간 전에 헬기 사격을 뒷받침하는 국과수 감정결과가 나온 점 등으로 볼 때 명예훼손의 ‘고의성’이 충분히 입증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서정욱 변호사(법무법인 민주)는 “전 전 대통령이 헬기 사격을 정확히 누구로부터 어떻게 보고받았는지 혹은 국과수 감정결과가 그에게 전달된 건 맞는지 등이 아직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며 “좀 더 두고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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