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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영양교사·유치원교사도 있어요" 금남의 영역 도전한 새내기 교사들

중앙일보 2019.03.11 06:00
인천 최초의 남성 영양교사로 선발돼 학교 발령을 기다리고 있는 서용덕(29)씨가 인하대 조리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건강한 식습관을 길러주는 선생님이 그의 꿈이다. 남윤서 기자

인천 최초의 남성 영양교사로 선발돼 학교 발령을 기다리고 있는 서용덕(29)씨가 인하대 조리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건강한 식습관을 길러주는 선생님이 그의 꿈이다. 남윤서 기자

 학교 교사는 대표적인 ‘여초(女超)’ 직업이다. 특히 유치원교사와 영양교사는 남성이 극히 드문 ‘금남의 영역’이라 할만하다. 남자 교사 비율은 전체 국·공립유치원교사 중 0.7%, 영양교사 중 0.6%로 1000명 중 6~7명에 불과하다.
 
 그런데 올해 인천시교육청 신규 교사 합격자 발표 때는 작은 이변이 발생했다. 인천교육청 최초로 남자 영양교사가 선발된 것이다. 주인공은 인하대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한 서용덕(29)씨. 또 서울시교육청에선 국공립유치원 교사 합격자 162명 중 단 1명의 남성이 합격했다. 중앙대 유아교육과를 졸업한 김태영(26)씨가 유일한 남성 합격자다. 금남의 영역에 도전한 두 새내기 교사를 만나봤다.
 
 남성이 드문 분야의 교사가 됐다. 주변 반응은 어땠나.
 서용덕(이하 서): 가족들이나 친구들이나 모두 '그거 조리사 아줌마들 하는 일 아냐'라는 반응이었다. 그래도 평소 요리에 관심이 많았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넌 잘할 거다'고 말해줬다.
 김태영(이하 김): 부모님은 '네가 어떻게 그 작은 애들을 돌보냐, 밥 먹이고 옷 갈아입힐 수 있겠냐'고 걱정하셨다. 친구들도 남자가 유치원에 있는 건 본 적이 없다며 놀라더라.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2019년 공립유치원교사 합격자 162명 중 유일한 남성인 김태영(26)씨. 친구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남윤서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2019년 공립유치원교사 합격자 162명 중 유일한 남성인 김태영(26)씨. 친구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남윤서 기자

 
 어쩌다 영양교사나 유치원교사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나.
 서: 대학 졸업하고 인천 어린이 급식 지원센터에서 일했다. 원아 수가 100명이 안 되는 작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의 위생상태를 점검하는 일이 주 업무였는데, 간혹 어린이 급식 교육을 하기도 했다. 아이들과 만나는 일이 점점 좋아져서 교사를 꿈꾸게 됐다.
 김: 4학년 실습 때 유치원에서 가장 어린 3세 반을 맡았다. 5세는 그나마 말이 통하는데 3세는 정말 아기들이다. 똥오줌을 못 가리는 아이가 있었는데도 짜증이 나기는커녕 너무 귀여웠다. 유치원 교사가 돼야겠다고 결정한 계기다. 
 
 원래부터 요리나 어린이에 관심이 많았나.
 서: 중학교 가정 시간에 당근 채썰기를 했는데, 선생님이 깜짝 놀라며 요리왕이라고 불렀다. 내가 생각해도 잘 썰었다. 그걸 계기로 요리에 관심이 생겼다. 고등학생 때 수능 보고 나면 대부분 운전면허 학원에 다니는데 나는 요리학원을 등록했다. 대학도 모두 식영과만 지원했다.
 김: 솔직히 처음엔 유치원교사 생각이 없었다. 일단 유아교육과에 입학한 뒤 다른 학과로 전과하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실제 수업에 필요한 놀이나 미술교육 등을 배우면서 재미가 붙었고 실습을 나가 아이들을 만나면서 결심하게 됐다.
 
밥 잘 먹이고 친구처럼 노는 선생님 되고파
 
 남성이 영양교사나 유치원교사를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서: 가정에서부터 주방 일은 여성이 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박혀있다. 함께 일하는 조리사가 대부분 중년 여성들이라는 점도 남성에겐 쉽지 않은 환경일 수 있다.
 김: 유치원교사는 당연히 여성이라는 인식이 있다. 심지어 어린아이들조차 그런 인식이 있어서 나를 희한하게 생각한다. 고정된 성 역할을 깬다는 의미에서 내가 아이들에게 모델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남성이라서 겪는 어려움이 있었나.
 서: 키가 180㎝가 넘는데, 아이들에게 위압감을 주는지 나를 보고 우는 아이도 있었다. 다리를 굽히고 아이와 눈높이를 맞춰 대화하니까 확실히 나아졌다.
 김: 여교사들은 목소리가 높고 리드미컬한 데다 표정도 다양하다. 반면 나는 원래 무뚝뚝한 성격이라 목소리가 낮고 표정도 어색해서 고민이었다. 학습 도구도 예쁘게 만들어야 하는데 여교사들보다 뭔가 부족했다. 해결책은 연습이었다. 수업을 영상으로 찍어서 바꾸려고 하고, 예쁜 학습 도구를 발견하면 사진으로 찍고 메모해뒀다.
 
교사로 첫발 내딛는데, 어떤 교사가 되고 싶나. 
 서: 엄마들이 자식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밥 먹었니'인 것 같다.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밥을 잘 먹을까 늘 고민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 음식점에서도 맛있는 걸 먹으면 이걸 어떻게 해야 대량 조리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교사는 아이들을 키우는 직업이지만 영양교사는 정말로 먹여서 키우는 직업이다.
 김: 첫 발령지가 산 아래에 있는 숲유치원이다. 아이들과 뛰어놀기 좋은 곳이라 기대가 된다. 유치원은 인성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유아들이지만 최대한 의견을 들어 학급을 운영해보고 싶다. 친구 같은 선생이 되고 싶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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