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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 전 대통령 탄핵 2년…교훈 제대로 기억하고 있나

중앙일보 2019.03.11 00:26 종합 30면 지면보기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당한 지 어제로 2년이 됐다. 2017년 3월 10일 헌재는 당시 박 대통령 파면을 선고하면서 “오늘 선고가 더 이상의 국론 분열과 혼란을 종식하고, 화합과 치유의 길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한국 정치는 사상 첫 대통령 탄핵의 교훈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탄핵 불복’은 헌법 무시하는 행태일 뿐
일방적 국정운영과 대결의 정치 우려 속
협치의 정신 구현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어제 여야 각 당이 낸 논평을 보면 여전히 대립과 갈등의 구도 속에 갇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이 공식 논평을 내지 않은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은 탄핵을 부정하더니 급기야 박 전 대통령 사면을 운운하고 있다”(수석대변인)고 비판했다. 민주평화당은 “탄핵 주역 세력이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고, 정부는 개혁과 민생 해결에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수석대변인)고 했다. 바른미래당은 정부와 여당에 대해 “촛불 정신과 탄핵 정신은 올바로 구현되고 있는지 심각한 회의를 던지지 않을 수 없다”(대변인)고 말했다. 앞서 그제 서울 도심 곳곳에선 “탄핵 무효”를 외치며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우선 분명히 할 것은 탄핵 불복은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사실이다. 헌법에 따라 국회에서 탄핵 소추하고 헌재에서 인용된 사안이다. 특히 국회의원 299명 중 234명이 탄핵소추에 찬성했고, 재판관 전원 일치로 파면 결정이 나왔다. 이처럼 적법 절차를 거친 결정을 뒤엎자는 것은 헌법과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행태일 뿐이다.
 
지금 우리가 돌아봐야 할 문제는 탄핵의 교훈이 한국 정치와 사회, 경제 각 분야에 뿌리내리고 있느냐다. 헌법재판소는 당시 결정문에서 개인(최순실)의 이익을 위한 박 전 대통령의 위헌·위법 행위와 함께 “국회에 의한 견제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었다”며 일방적인 국정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탄핵 이후 민주당을 비롯한 정당들은 앞다퉈 소통과 협치(協治)의 정신을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초기 여야 대표 오찬 회동 등을 통해 협치가 가능할 것이란 희망을 줬던 것도 사실이다.
 
2년이 흐른 지금, 정치권은 과거로 회귀한 양상이다.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과 탈(脫)원전 같은 주요 정책에 대한 비판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토론과 설득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은 청와대를 향해 쓴소리하는 대신 방어막 쳐주는 데 급급하다. 한국당 역시 황교안 대표 체제 출범과 동시에 “문재인 정부 폭정” “좌파독재 저지 투쟁” 같은 거친 언어를 구사하며 대결 구도 심화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2년간 한국 정치는 대체 무엇이, 얼마나 나아졌다는 것인가.
 
박 전 대통령 탄핵은 대통령 한 사람에 대한 것만은 아니었다. 후진적인 정치 문화가 시대에 맞게 발전하고 성숙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대통령과 정부, 국회가 헌법에 규정된 대로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제라도 탄핵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고 자성하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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