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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경 칼럼] 미세먼지 지옥, 무능한 정부가 더 문제다

중앙일보 2019.03.11 00:25 종합 31면 지면보기
이하경 주필

이하경 주필

우울한 얘기다. 우리는 미세먼지 지옥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다. 덩치 큰 개발도상국인 중국은 하늘을 뒤덮은 더러운 공기를 단기간에 정화할 형편이 못된다. 1급 발암물질인 초미세먼지와도 오래 공존해야 할 판이다. 이웃을 잘못 만난 죄가 크지만 무능한 정부가 더 문제다.
 

중국발 미세먼지 피해 오래갈 것
무능 고백하고 국민협조 구해야
아시아 국가 공조 통해 압박 가능
원전·경유차 축소·2부제 결단을

문재인 정부는 난제를 해결하기엔 무능했다고 고백해야 한다. 그래야 이제부터 강력한 해결책이 통할 때까지 고통을 감수해 달라고 국민에게 호소할 수 있다. 계속 건성으로 넘어가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국민의 헌법적 권리’를 부인하는 위헌적 정부가 될 것이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41년간 고도성장으로 14억 인구의 의식주를 해결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세계 최대의 에너지 소비국이 된 대가로 생태 환경 파괴라는 악몽과 마주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푸른 하늘 수호 전쟁’을 앞장서 지휘해야 했던 절박한 이유다.
 
5년의 ‘전쟁’으로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90㎍/m³에서 50㎍/m³으로 감소했다. 지급(地級) 이상 338개 도시에선 22.7%가 줄었다. 전국 평균 농도는 여전히 한국의 두 배다. ‘전쟁’ 피로감 탓에 지난해부터 환경 규제는 느슨해졌다.
 
심각한 건 중국이 세계에서 석탄을 가장 많이 소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석탄 발전은 전 세계 설비용량의 절반에 육박하고, 2위인 인도의 4.5배나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후죽순으로 석탄발전소가 늘어나고 있다. 중국의 왕성한 석탄 수요는 20년간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한다. 국내 미세먼지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중국발 미세먼지의 위협이 적어도 20년은 지속된다는 끔찍한 시나리오다.
 
이하경칼럼

이하경칼럼

이 정부가 최악의 미세먼지 재앙에 대처하는 자세는 낙제점이다. 대통령이 조명래 환경부 장관의 ‘긴급보고’를 받은 것은 비상저감 조치를 알리는 문자메시지가 닷새째 이어지던 3월 5일 오후 6시였다. 하늘을 찌르는 원성이 청와대 담장을 넘어간 뒤에야 대통령이 “비상한 시기에 비상한 조치를 하는 게 정부의 책무”라고 했다. 장관들은 초등학교로, 건설현장으로 우루루 달려가 민심을 달래는 시늉을 했다.
 
문 대통령은 2년 전 대통령 후보 시절 미세먼지를 30% 감축하고, 대통령 직속 특별기구를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아이 대신 먼지를 다 마시고 싶은 심정”이라고도 했다. 대통령이 되자 미세먼지 30% 감축 약속은 까맣게 잊었고, 미세먼지 특별대책위원회는 슬그머니 총리실로 떠밀었다. “국민들은 불안을 넘어 정부의 무능과 안일에 분노한다”던 발언은 이제 대통령이 된 자신을 향해야 할 것이다.
 
미세먼지 특별법이 지난해 8월 14일 공포돼 올해 2월 15일 시행됐지만 서울시를 제외한 나머지 시·도는 아직도 조례를 만들지 않았다. 배출차량 운행 제한, 조업단축 기준을 정한 조례가 없으면 특별법은 무용지물이다. 컨트롤타워인 이낙연 총리는 시도지사를 불러서 독려한 적이 없다. 힘 없는 환경부 장관이 시·도의 국장들과 화상회의를 가졌을 뿐이다. 그러고도 총리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지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일갈했다. 유체이탈 화법의 진수다. 특별법에 설치 근거가 있는 미세먼지정보센터는 아직 문도 못 열고 있다.
 
집단우울증에 걸릴 지경인 국민들은 숨쉬기가 힘들다며 외출도 줄이고 있다. 소비가 위축되면서 자영업자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래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한국 정부의 미세먼지 중국 책임론을 “과학적 증거가 있느냐”며 반박한 것이 “우리는 많이 좋아졌으니 너네나 잘하라”라는 힐난으로 들린다.
 
한국이 홀로 거대 중국을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영국·서독·미국도 처음에는 피해 국가인 스웨덴·노르웨이·캐나다의 개선 요구를 무시했다. 그렇다면 우리도 유럽국가들처럼 자발적 다자협의체를 만들어 상호감시와 협력 속에서 해결해야 할 것이다. 중국·몽골·북한·일본·러시아와의 국제 협력이 필수다.
 
국제사회를 움직이고 중국을 설득하려면 먼저 국내에서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노후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고 미세먼지 제로(zero)인 원전 가동을 늘려야 한다. 정부는 여론이 등 돌린 탈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1000만 대에 육박하는 ‘달리는 배출원’ 경유차를 줄여야 한다. 과감하게 유류세를 올리고 노후차량의 운행을 제한해야 한다. 2002년 월드컵 때 확실한 효과를 본 민간차량 2부제도 실시해야 한다.
 
중국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우리가 먼저 국내 배출원을 줄여야 할 말을 할 수 있다. 최악의 생태 환경위기가 닥친 지금이 정치적 부담이 가장 적은 좋은 기회다. 아시아인의 생존을 위한 호흡공동체는 공짜로 얻을 수 없다.
 
이하경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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