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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0통 항의···"국민, 미세먼지 피해자이자 가해자"

중앙일보 2019.03.11 00:03 종합 24면 지면보기
[박재현 논설위원이 간다] 미세먼지 최전선 대기질통합 예보센터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6일 전국의 미세먼지 상황을 점검하며 회의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남기표 전문위원, 장임석 센터장, 김옥길 전문위원. [최승식 기자]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6일 전국의 미세먼지 상황을 점검하며 회의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남기표 전문위원, 장임석 센터장, 김옥길 전문위원. [최승식 기자]

우리 사회를 집단적 우울증세로 내몰았던 미세먼지의 근본 원인과 대책이 궁금했다. 정부도, 전문가 집단도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가짜 뉴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보통 사람 머리카락 지름의 20분의 1~30분의 1에 불과한 미세먼지가 잿빛 공포로 우리의 청천(晴天)을 짓누르던 지난 6일 환경부 산하 기관을 찾았다. 국립환경과학원 기후대기연구부 대기질통합예보센터.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기를 바라며 하늘만 바라봐야 하는 현실을 깨트려 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가졌다. 인천의 사무실로 향하는 도로변 곳곳엔 흰 벚꽃이 시나브로 꽃망울을 터트리는 중이었다.
 

출범 4년째 맞은 미세먼지 연구센터
22명의 대기학 석·박사들로 구성돼

2013년 이전 ‘안개’로 포괄적 표현
지표의 세분화가 정신건강에 영향

하루 1백통 항의 전화 수신처 바꿔
사회적 재난에 희생양 찾기에 골몰

인천시 서구 환경로 종합환경연구단지 내 국립환경과학원 건물 2층. 이곳의 미세먼지 농도도 182㎍/m³으로 ‘매우 나쁨’이었다. 지난달 20일부터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면서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고 했다. 상황실은 어수선했다. 입구에선 센터 직원들이 IT업체 관계자들과 미세먼지와 오존 예보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회의를 하고 있었다. 장임석(49) 센터장은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국가대기질 예보 지원시스템의 모니터를 보며 전국의 미세먼지 상황을 분석했다. “전국 17곳의 지방자치단체에서 보내오는 자료를 바탕으로 대기질과 기상 관측 자료를 만들고 예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스템은 사례 분석과 중·단기 모델 분석을 하고, 각종 통계를 통해 예보의 적중률도 내놓고 있었다. 그는 현재 시스템에서 예보의 정확도는 70~80%라고 설명했다. 2013년 미세먼지에 대한 첫 예보를 실시한 이후 적중률이 점차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 장 센터장의 설명이다. 아직까진 걸음마 단계라는 얘기다. 그는 서울대에서 기후변화와 오염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과학원에 들어와 11년째 근무 중이다.
 
미세먼지의 원인이 중국 때문이라는 비판이 많은데.
“과학자의 입장에서 보면 주변국의 영향은 절반 정도다. 중국의 급격한 경제성장과 이에 따른 산업화가 큰 원인일 것이다. 하지만 국내의 영향도 크다. 한국 내 사업장에서 배출되고 있는 오염원과 자동차 배출, 발전소와 난방으로 인해 미세먼지가 발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온난화가 계속되면서 대기 흐름이 느려졌고 이로 인해 미세먼지 등 각종 오염원이 대기 상에서 정체돼 있기 때문이다. 근본 원인이 제거되지 않는 한 미세먼지로 인한 고통은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어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중국과 협의를 해 절반의 원인이라도 줄여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
“대기 오염과 관련해 양국의 협약이 없다. 우리가 중국에 항의할 수 있는 법률적 규정이 없다는 의미다. 대기 오염과 관련한 국제법도 변변치 않다. 스톡홀름 선언(※1972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113개국 대표가 모여 환경위기에 처한 지구를 보전하기 위해 다 함께 협력하고 노력하자는 선언. 이를 바탕으로 이듬해 유엔환경계획기구가 창설됐다)과 리우선언(※스톡홀름 선언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채택된 선언. 178개국이 참석해 환경보존과 개발의 조화를 주장했다)이 있지만 강제성은 없다. 두 선언은 관습법의 의미를 가진다. 이에 근거해 ‘심각한 피해’를 입은 국가는 상대 국가에 피해보상의 요구가 가능하다. 하지만 심각한 피해의 정도와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데 어려움이 있다.”
 
사실상 대책이 없다는 얘기인가.
“국내의 경우 사업장은 환경 설비를 강화하고, 자동차는 친환경차로 바꾸고, 발전시설은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 난방은 친환경 보일러로 교체하도록 단기와 장기적 발전 계획을 실행해야 한다. 이럴 경우 미세먼지를 30~40%는 줄일 수 있다. 때문에 무엇보다 국민 참여가 절실하다. 국민들이 피해자이지만 가해자이기도 하다. ‘공기가 오염됐을 땐 바람을 기다린다’는 프랑스의 대기질 예보기관의 푸념은 그만큼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인터뷰 중간에 장 센터장의 휴대전화가 계속 울렸다. “내일도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해야 하냐”는 환경부 ‘푸른하늘 기획과’의 문의와 각 지방자치단체와 언론사의 질문이 이어졌다. 센터 직원들의 업무는 24시간 계속된다. 오전 11시 1차 발표(오늘과 내일 예보)를 위해 7시 30분부터 실황 및 모델 분석이 이뤄지고, 낮에는 오염 농도 초과 여부 및 판단을 위한 자료 분석이 있은 뒤 오후 5시에 2차 발표(내일과 모레 예보)를 한다. 저녁에는 비상 상황 발생에 대비한 작업과 함께 2인 1조의 야근체제를 갖춘다.
 
미세먼지에 대한 예보가 시작된 건 2013년 1월 중국 베이징에서 대규모 스모그가 발생한 것이 계기였다. 당시 스모그 농도는 1000~2000㎍/m³로 최악의 상태였다.
 
“그 전에도 미세먼지가 심각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과거에는 미세먼지를 분석하지 않아 그냥 ‘안개’라는 표현을 썼다. 많은 국민들은 미세먼지 속에서도 ‘오늘은 안개가 많이 꼈네’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출근을 했고, 외부 활동을 했다.” 과학의 발전과 오염도를 나타내는 지표의 세분화가 국민들을 불안케 하고,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역설인가.
 
장 센터장은 “미세먼지와 오존 등에 대한 예보가 국민에 대한 서비스 제공인지 아니면 국민들을 더욱 화나게 하고 조바심내게 하는 건 아닌지 과학자로서 고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처럼 국민들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미세먼지는 당연히 알려줘야 하지만 무시해도 될 만큼의 오염까지 일일이 밝히는 것은 국민들을 과도하게 불안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5년 발족한 센터에는 모두 22명이 근무한다. 12명은 자료 분석팀이며, 10명은 기상청에 파견된 10명의 예보관이다. 이들은 한 시간 단위로 예보를 해야 해 그만큼 스트레스가 크다. 미국은 106명이, 영국은 60명이 근무하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근무환경이 열악하다. 최근 예보관 두 명이 유산을 경험해 임신을 하면 즉각 근무교체를 하고 있다. 장 센터장은 “40억원에 가까운 예산은 대부분 시스템 업그레이드와 연구개발비에 사용하고 있지만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예산증액 보다는 인력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했다. 가정주부인 부인과의 사이에 초등학생을 둔 그는 “최근 마음고생이 너무 심한 직원들에게 미안하고, 가족들 보기도 민망하다”고 말했다.
 
최근 센터 측은 하루 100여통에 이르는 항의 전화를 견디지 못해 전화 수신처를 131 콜센터로 돌렸다. 명지수(32) 전문위원은 “예보등급을 나쁨으로 발표할 때마다 국민들에게 죄를 짓는 느낌”이라며 “배 안에 있는 아이가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도록 모든 직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과학을 전공한 석·박사급의 30~40대로 구성된 이들은 미세먼지와 함께 자신들을 향한 국민들의 비난에 마음고생을 하고 있었다. 사회적 재난에 대처하는 우리의 모습은 매번 왜 이럴까.
 
박재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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