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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헷갈리기 쉬운 ‘받히다’와 ‘받치다’

중앙일보 2019.03.11 00:02 경제 5면 지면보기
“이게 술의 결과다. 절대 안 돼!” 러시아 화물선의 부산 광안대교 충돌 사고는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당시 화물선 조타실에서 흘러나온 말이다. 선원들이 선장의 음주운항이 문제였다고 지적한 것이다.
 
CCTV 영상이 공개되며 1차 사고부터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드러났다. 항해기록저장장치엔 요트를 들이받기 직전 선원들의 외침도 담겼다. 이를 두고 표기가 제각각이다. “(요트에) 받치겠다”고 옮긴 이도 있고 “(요트에) 받히겠다”고 옮긴 이도 있다. 맞는 표기법은 뭘까?
 
화물선과 요트가 부딪힐 것 같다는 말이므로 “받히겠다”로 옮기는 게 바르다. ‘받치다’와 ‘받히다’는 다른 의미의 동사인데도 잘못 사용하는 일이 많다. 한글 맞춤법 제57항에 헷갈리기 쉬우므로 구별해 써야 한다고 올려놓았을 정도다.
 
‘받치다’는 물건의 밑이나 옆 따위에 다른 물체를 대다, 어떤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다 등의 뜻을 나타낸다. “집주인이 보리밥과 방금 끓인 된장국을 나무쟁반에 받쳐 내왔다” “조연들이 잘 받쳐 줘서 주인공의 연기가 더 실감 나게 다가왔다”와 같이 사용한다.
 
‘받히다’는 ‘받다’의 피동사로 쓰임새가 다르다. 사람이나 물체의 한 부분이 다른 것에 세게 부딪히다, 머리나 뿔 따위에 받음을 당하다는 의미의 단어다. “음주운전 차량에 받혀 일가족 3명이 참변을 당했다” “어선이 유조선에 받혀 침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할아버지가 쇠뿔에 받혀 크게 다쳤다”처럼 사용한다.
 
발음이 비슷해 혼동하기 쉬운 말로는 ‘바치다’와 ‘밭치다’도 있다. ‘바치다’는 신이나 웃어른에게 드리다, 무엇을 위해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놓다는 뜻이다. “이 노래를 돌아가신 어머니께 바칩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와 같이 쓰인다. 액체를 체와 같이 거르는 장치에 따라서 건더기와 분리하는 것을 표현하려면 ‘밭치다’를 써야 한다. “잘 삶은 면을 찬물에 여러 번 헹군 뒤 체에 밭쳐 놓았다”처럼 사용한다.
 
이은희 기자 lee.eunhee@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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