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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AI 특성화에 승부수…‘뉴 스타트’ 속도 낸다

중앙선데이 2019.03.09 00:43 626호 2면 지면보기
[양영유의 총장 열전] 김인규 경기대 총장
세계의 대학들이 파괴적 혁신에 나서고 있다. 지식이 아닌 지혜를 가르치는 교실, 칸막이가 없는 전공의 융·복합, 창의력으로 도전하는 스타트업 육성에 대학의 명운을 건다. 정글 속 생존경쟁 같다. 대학의 리더는 대부분 고등교육에 정통한 인사가 맡는다. 그런 면에서 김인규(69) 경기대 총장은 특이하다. 40년 넘게 방송계에 몸담았던 언론인 출신이다. 2017년 6월 총장이 돼 대학인으로 변신했다. 그에게 대학은 어떤 곳일까. 김 총장은 “평생의 경륜을 쏟아부어야 할 용광로”라며 “한류(韓流)와 인공지능(AI) 특성화에 승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제2 창학
3년간 매년 51억씩 정부 지원받아
4차 산업혁명, SW 중심 대학 육성

한류 전도사
중요성 강조하려고 50번 넘게 특강
세계 열광하는데 정부만 식어 답답

한류대학원 개원
K팝·K컬처·K드라마 체계적 연구
BTS처럼 글로벌 성공 전략 제시

캠퍼스 글로벌화
‘세계인들이 배워가는 대학’ 목표
외국인 학생수 2000명으로 늘릴 것

김인규 총장은 5일 ’ 경기대를 글로벌 인재 양성 대학으로 바꿔나가겠다“고 밝혔다. [신인섭 기자]

김인규 총장은 5일 ’ 경기대를 글로벌 인재 양성 대학으로 바꿔나가겠다“고 밝혔다. [신인섭 기자]

막상 총장을 해보니 어떻습니까.
“방송사에 있을 때보다 훨씬 일이 많고 바쁘네요. 한국방송공사(KBS) 사장(2009년 11월~2012년 11월)까지 했으니 거저먹는 게 아니냐고 하는데 그건 대학을 잘 몰라서 하는 소리입니다. 대학은 학생·교수·직원의 삼각 구도 조직이라 정신없이 1년 9개월을 보냈어요. 의견이 다양하고 절차도 많아 일의 속도를 내기가 쉽지 않아요.”
 
경기대는 그동안 다소 침체해 있었습니다.
“저도 깜짝 놀랐어요. 2000년대 초부터 관선이사 체제가 10여 년 계속된 후유증이 남아 있더군요. 경기대라는 배가 가라앉고 있었어요. 그래서 ‘바닥에 닿으면 끝이다. 물 위로 끄집어 올리자’고 했습니다. 드디어 우리 배가 물 밖으로 나왔어요. 교육부 자율개선대학에 선정돼 정부 지원금을 3년간 매년 51억 원씩 지원받게 됐어요. 제2 창학이 시작된 겁니다. 전략은 특성화와 글로벌화입니다.”
 
김 총장은 서울캠퍼스(서대문구)와 수원캠퍼스(광교)의 특성화에 승부를 걸겠다고 설명했다. 2017년 11월 개교 70주년 때 내걸었던 캐치프레이즈 ‘뉴 스타트(New Start)’ 얘기였다. 관광문화대학 안에 9개 학과 2092명이 재학 중인 서울캠퍼스는 한류 메카대학으로, 8개 학부 32개 학과 1만2457명이 공부하는 수원캠퍼스는 경기도의 대표 대학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인위적 대학 구조조정 말고 자율권 줘야
 
서울캠퍼스에 한류대학원이 생겼습니다.
“학부는 손대기 힘들어요. 학과별로 정원 1명에도 예민하기 때문이죠. 고민 끝에 예술대학원을 한류문화대학원으로 바꿨습니다. 국내에서 유일합니다. 제가 지난 5일 한류 특강 세미나에서 ‘한류의 세계화’를 주제로 첫 특강을 했습니다.”
 
한류에 필이 꽂힌 계기가 있습니까.
“2011년 7월 일본 도쿄돔에서 있었던 ‘뮤직뱅크’ 첫 해외 공연이었습니다. K-팝의 등용문인 ‘뮤직뱅크’ 프로그램이 ‘KBS 월드’를 통해 방송되자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어요. 해외공연까지 하게 됐는데 그 첫 장소가 도쿄돔이었죠. 4만5000명 자리가 꽉 찼는데 모두 일어서서 열광했어요. 마치 거대한 ‘인파 지진’이 난 듯했죠. 말로만 한류, 한류 했는데 장난이 아니더군요. 또 다른 계기는 2012년 여수 엑스포였어요. 첫 축하공연이 걸그룹 ‘2NE1’의 ‘내가 제일 잘 나가’였는데 외국 인사들이 다 환호했어요. 그런데 대통령(MB)을 포함한 우리 인사들은 무슨 노래인지 잘 모르더군요. 큰일이라고 생각했죠.”
 
그 후 김 총장은 한류 전도사를 자처하고 특강만 50번 넘게 했다. 경기대 총장에 지원할 때는 “한류의 학술·이론적 연구 메카를 만들겠다”는 카드를 내밀었다. 그리고 마침내 올 1학기에 정원 50명의 한류문화대학원을 개원했다.
 
한류문화대학원의 전공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K-컬쳐 융합학과, K-뷰티학과, 공연예술학과, 인터미디어학과, 문화콘텐츠학과 등 석사과정 5개 학과입니다. K-컬쳐 융합학과에는 K-팝, K-컬쳐 매니지먼트, K-드라마, 월드뮤직 등 한류 관련 전공을 넣었어요. 입학생 중에는 중국 CCTV -7 메인 PD 등 외국인도 있습니다. 화요일 ‘한류특강 및 세미나’에는 영화배우 안성기, ‘겨울연가’ 연출자 윤석호 감독, ‘꽃보다 할배’를 비롯한 예능 히트제조기인 나영석 PD 등 각 분야 명사가 강의합니다.”
 
연구는 어떻게 진행합니까.
“방탄소년단(BTS)을 예로 들죠. 방시혁씨의 얘기 외에는 BTS가 어떻게 세계를 주름잡게 됐는지 실증적인 연구가 없어요. ‘K-팝 가수의 성공스토리 분석’ 과정을 통해 글로벌 성공 요인과 전망을 연구합니다. 한류의 미래전략을 제시하고 사례 중심으로 커리큘럼을 운영하는 거죠. 한류 출범 20년을 맞아 좋은 성과가 나올 겁니다.”
 
김 총장은 “한류는 1999년 중국 언론에 처음 등장했다”고 했다. 당시 ‘사랑이 뭐 길래’라는 TV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는데 중국 언론이 “일본 드라마보다 한국 드라마가 더 인기”라며 한류라는 용어를 최초로 썼다는 것이다. 올해가 한류 20주년이라는 그의 주장의 근거다.
 
정부의 한류 정책을 어떻게 보십니까.
“지난해 스위스 세자르 리츠 호텔경영학과를 방문한 자리에서 ‘싸이’ 동영상을 보여줬더니 참석자들이 몸을 흔들며 흥겨워했어요. 요즘은 BTS가 K-팝을 세계로 전파한다고 소개했더니 즉각 스마트폰으로 찾아보더군요. 우리가 한류대학원을 만든다고 했더니 모두 부러워했어요. 세계는 열광하는데 우리 정부만 식었어요. 한류 지원체계를 재정비해야 합니다.”
 
서울캠퍼스에 이어 수원캠퍼스로 화제를 옮겼다. 수원캠퍼스는 52만9000여㎡(16만평)로 서울캠퍼스의 20배 규모인데 브랜드 파워는 약하다. 김 총장은 “경기도 대표 대학으로 탈바꿈 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수원캠퍼스는 경기대의 본부입니다. 뉴 스타트 전략이 무엇입니까.
“판교테크노밸리와 삼성전자, CJ블라썸파크 등이 가까이 있어요. 지리적 장점을 살려 지역밀착 협력을 활성화할 겁니다. 핵심은 AI 기반 캠퍼스입니다. AI를 특성화하려면 소프트웨어(SW) 중심 대학 변신이 필수입니다. 정부에 SW 중심 대학 선정을 신청했고, 산업인공지능 전문인력 양성사업에도 지원했어요.”
 
경쟁력 있는 프로젝트가 있습니까.
“컴퓨터공학 등 7개 전공 교수 23명과 50여 명의 연구인력, 10여 개 기업이 공동 과제를 수행 중입니다. 지능형 제조 데이터 분석과 스마트 제조기술 연구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입니다. 구체적으론 로봇지능 SW, AI 활용 콘텐트 창작, 로봇 손 조작 지능 연구를 꼽을 수 있어요. 학부·대학원·기업·연구소의 유기적 연계로 혁신하려 합니다.”
 
한류에 비유해 캠퍼스 글로벌화도 강조했습니다. 어떤 목표가 있나요.
“‘세계에 통하는 인재 양성’과 ‘세계인이 배워가는 대학’이 목표입니다. 학부 영어수업을 확대하고, 성적우수자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어요. 현재 280명인 해외 73개 자매대학의 교환학생·연수생을 2021년까지 500명, 1300명인 외국인 학생을 2000명으로 확대할 겁니다. 예일대의 에이미 추아 교수는 『제국의 미래』에서 인류 역사상 번영한 제국의 공통점은 개방성이라고 했습니다. 대학도 마찬가지입니다. 개방해야 경쟁력이 생깁니다.”
 
새 학기가 시작됐습니다. 신입생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셨나요.
“그동안 입시에 갇혀 살았으니 이제는 자유롭게 고민하며 도전하라고 했습니다. 에디슨이 ‘성공의 반대말은 실패가 아니라 도전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죠. 가만있으면 안 됩니다. 두드려야 합니다.”
 
 
성공의 반대는 실패 아닌 도전 않는 것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을 어떻게 보십니까.
“밖에서 있다 와보니 진퇴양난인 것 같습니다. 자율성을 풀자니 감당이 안 되고, 묶으니 욕을 먹고. 학령인구가 준다는 이유로 인위적인 구조조정에 집착하지 말고 출구전략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자발적으로 문을 닫으려는 대학까지 몰아붙여선 안 돼요. 자율권을 줘야 해요.”
 
김 총장은 지난해 12월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깐깐한 분인데 수락했어요. 추 대사는 일본통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 때까지는 한국에 남아 있을 거라고 하더군요. 그런 분하고 관계를 돈독히 하는 건 중요해요. 추 대사 말대로라면 시진핑 주석은 연내 방한합니다.”
 
이명박 정부 때 19대 KBS 사장을 지낸 김 총장은 역대 사장 중 유일하게 3년 임기를 채웠다. 정권이 바뀌면 사장이 바뀌는 구조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공영방송의 중립성과 공정성은 늘 도마에 올랐고, 그 역시 그런 논란에서 자유롭지는 않았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 다큐멘터리가 시끌시끌했습니다.
“제일 마음고생 심했던 일이었죠. 반대 시위가 석 달간 매일 열렸어요. 이승만을 해야 박정희·김영삼·김대중 대통령 다큐멘터리도 할 수 있을 것 아니냐고 했더니, 김대중부터 먼저 하자는 주장이 거셌어요. 역사는 역사로만 봐야 하는데….”
 
언론의 객관성·중립성을 어떻게 보십니까.
“저널리즘 관점에서 판단하는 게 원칙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것입니다. 객관성과 중립성은 정량화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40년 언론인 생활 … 1990년 김일성 육성 첫 방송
1973년 공채 1기로 KBS에 입사해 방송계에 40년간 몸담았다. 기자생활 대부분을 정치부 기자로 활동했다. KBS 뉴욕·워싱턴 특파원과 정치부장·보도국장·뉴미디어본부장 등을 거쳐 2009년 11월부터 3년간 사장을 역임했다.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이 써준 친필 붓글씨 족자를 소장한 드문 인사로 족자를 집무실에 걸어 놓는 거로 유명하다.  
 
1990년 10월 18일 제2차 남북고위급회담 때 정치부장으로서 사표를 써놓고 김일성 육성을 방송계 최초로 내보낸 것을 최고의 결단으로 꼽는다. 본인은 손사래 치지만 미·중 무역 전쟁과 한·중 관계 등 국제 정세에도 밝아 경세가(經世家)라는 평을 받기도 한다. 경기고 학생 시절 수구 선수를 했을 정도로 수영 실력이 뛰어나다.  
 
에두르지 않는 직설적 화법이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자평한다. 생활신조는 중용(中庸). 1950년 서울 출생. 10남매(5남 5녀) 중 막내. 서울대 정치학 학·석사(1969~1977), 성균관대 언론학 박사(2004~2007). 한국방송협회 회장, DTV 코리아 회장,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 총회(ABU) 회장, 한국전쟁기념재단 이사장, 한국장애인재활협회 회장. 2017년 6월 경기대 총장.
 
양영유 교육전문기자/중앙콘텐트랩 yangy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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