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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도넘은 사법부 흔들기, 민주주의 무너뜨린다

중앙선데이 2019.03.09 00:01 626호 30면 지면보기
여권(與圈)과 검찰의 사법부 흔들기가 금도를 넘어서고 있다. 친문 핵심 김경수 경남지사의 1심 재판장인 성창호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김 지사를 법정 구속하자 더불어민주당이 “사법농단 세력의 반격”이라고 규정한 게 불과 한달여전이다. 당시 민주당은 판결문 분석 간담회를 개최하고 광화문 광장에서 성토 집회를 열기까지 했다. 정권 창출의 정당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정치적 우려에서라고는 하나 여당이 담당 판사를 공개 비판하는 건 내용을 떠나 그 자체로 부적절했다.
 

김경수 1·2심 판사에 ‘양승태 키즈’ 낙인
주심판사도 진보 성향으로 교체 의혹 제기
민주주의 보루인 ‘판결 신뢰’ 붕괴 막아야

서울중앙지검이 지난 5일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판사 10명을 기소했는데 성 부장판사를 주요 기소 대상에 포함해 다시 논란이 불거졌다. 여권은 “성 부장판사가 ‘정운호 게이트’ 관련 검찰의 수사 정보를 유출해 사안이 중하다”며 검찰 결정을 두둔했고 어제 김명수 대법원장은 성 부장판사 등 6명을 재판 업무에서 배제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측이 “김 지사 판결에 대한 보복이자 사법부에 대한 겁박”이라고 지적한 것이 오히려 합리적 의심으로 보인다.
 
더 심각한 건 검찰이 김 지사의 항소심 재판장인 차문호 부장판사에 대해서도 참고 자료 명단에 넣어 법원에 통보했다는 점이다. 차 부장판사가 한 일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의 사촌 동생(차성안 부장판사)이 상고법원 반대 입장을 밝히자 임종헌 전 차장의 부탁을 받고 자제해 달라는 뜻을 전달했다는 게 전부라고 한다. 법 위반이나 비위가 아니라서 기소 대상도, 징계 대상도 아님에도 자료를 통보한 것은 망신주기 의도가 아니라면 뭔가. 여권에선 성·차 부장판사를 싸잡아 “양승태 키즈”라며 공격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김 지사 항소심의 주심판사를 진보성향의 ‘우리법연구회’ 출신 김민기 판사로 교체한 것은 공정한 재판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법원 정기인사에 따른 것이라고는 하나 김 지사가 무죄판결을 받게 되더라도 오해를 살 수 있다. 어쩌다 사법 행정이 이 지경이 됐는지 기가 막힐 따름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보석을 허가한 정준영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인신공격도 도가 지나치다. 인터넷 커뮤니티엔 정 부장판사의 얼굴 사진과 함께 “판레기(판사+쓰레기)” “지옥에나 떨어져라” 등의 막말이 이어졌다.
 
사정이 이러니 일반인들도 더 이상 재판 결과에 수긍하지 않는다. 요즘 판사들 사이에서 법정에 나가는 게 두렵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이유다. 사법부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사회적 갈등의 심판자인 법관이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른 공정한 판결을 내려 우리 사회가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드는 걸 막고 통합으로 나아가게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심판에 대한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국가 권력의 한 축인 입법부(특히 여당)가 ‘적폐’를 들먹이며 사법부를 계속 흔드는 일은 중지돼야 한다. 그러는 사이 민주주의의 토대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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