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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이름 올리는 미세먼지, 그 옆엔 소행성 충돌?…재난법 속 ‘재난의 역사’

중앙일보 2019.03.08 18:24
서울이 미세먼지에 6일째 갇혔다. 6일 서울 광화문에서 행인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거리를 지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서울이 미세먼지에 6일째 갇혔다. 6일 서울 광화문에서 행인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거리를 지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올봄 미세먼지는 불안을 넘어 공포였다. 이런 국민 심리를 반영한 회의가 8일 국회에서 열렸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3조 1항 ‘재난의 정의’에 미세먼지를 추가할지를 논의했다. 재난에 포함되면 국가가 미세먼지 안전관리체계를 확립하는 등의 의무를 지게 된다.
 
여야 이견이 거의 없어 오는 13일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되고 새로운 재난으로 법안에 새겨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목록에 나열된 ‘태풍ㆍ홍수ㆍ강풍ㆍ붕괴ㆍ폭발…’ 등 한국인을 공포에 떨게 하는 재난의 ‘반열’에 오르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재난 및 안전 관리 기본법 3조 1항은 한국 사회를 뒤흔든 ‘공포의 이력서’인 셈이다.
 
 폭염이 계속된 지난해 8월 15일 서울 마포대교 아래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폭염이 계속된 지난해 8월 15일 서울 마포대교 아래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여름 한반도는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지난해 8월 1일 서울은 1907년 기상 관측 이래 최고 기온인 39.6℃를 기록했다. 폭염으로 48명이 죽었다. 지난해는 가장 추운 겨울이기도 했다. 지난해 2월 3일까지 10명이 추위로 사망했다. 기상청은 ‘2018년 이상 기후 보고서’에서 “1973년 전국 기상 관측 이래 2018년은 1월 말과 2월 초 사이 가장 낮은 기온을 보인 반면 8월에는 일 최고기온을 기록했다”고 썼다.
 
국민에겐 더위와 추위는 이미 공포로 다가왔다. 국회 논의 결과 지난해 9월 법이 개정돼 재난의 정의에 한파와 폭염이 들어갔다. 당시 행안위 법안소위 회의록을 보면, 일부 위원이 이견을 보이자 소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우리나라의 지리적 특성상 폭염과 혹한은 전 국민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라고 설득했다.
 
 운석이 떨어진 경남 진주시 미천면 오방마을의 2014년 3월 모습. 운석을 찾으려는 외지인의 발길이 이어졌다. [중앙포토]

운석이 떨어진 경남 진주시 미천면 오방마을의 2014년 3월 모습. 운석을 찾으려는 외지인의 발길이 이어졌다. [중앙포토]

2016년 1월 법 개정 땐 뜻밖의 자연 현상이 재난의 정의에 포함된다. ‘소행성ㆍ유성체 등 자연우주물체의 추락ㆍ충돌’이 바로 그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014년 3월 9일 오후 8시가 조금 지난 시각, 한반도 상공에 커다란 불덩어리가 하늘을 가로지르는 모습이 전국에서 목격됐다. 이튿날 경남 진주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지붕을 뚫고 떨어진 돌덩어리 네 개가 발견된다. 큰 것은 20㎏에 달했다. 극지연구소와 서울대 운석연구실의 조사 결과는 ‘운석’이었다.
 
진주와 가까운 창원 성산구 일대의 공포는 컸다. 당시 이 지역 국회의원이었던 강기윤 새누리당 전 의원이 소행성 추락 등을 재난에 포함하자는 법 개정안을 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및 산업 전반에 심각한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게 제안 이유였다. 당시 법안 소위 위원들 사이에도 공감대가 있었는지 별 이견 없이 법안은 처리됐다. 정청래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00% 동의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이슬란드에서 2011년 발생한 화산 모습 [AFP=연합뉴스]

아이슬란드에서 2011년 발생한 화산 모습 [AFP=연합뉴스]

그때 화산도 재난 목록에 들어간다. 화산 활동 가능성이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한국에서 왜 화산이 법정 재난이 됐을까. 당시 일본ㆍ콜롬비아ㆍ아이슬란드 등의 화산 폭발이 외신으로 전해지면서 공포감이 확산한 것이 이유였다. 한국에선 낯선 재난이기에 국회 논의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다. 법안소위에서 정청래 의원이 “화산 활동이란 뭘 얘기한다는 개념 규정이 있냐고요”라고 따져 묻자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아직은 없다”고 답했다.
 
많은 국민의 가슴에 먹먹한 트라우마를 남긴 2014년의 세월호 참사는 해상 사고가 재난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했다. 윤재옥(당시 새누리당)ㆍ이언주(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정부는 이전까지 재난의 정의에 포함돼 있던 ‘교통사고’ 개념에 해상사고 등도 포함하자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세월호 참사의 충격이 컸기에 개정 법안은 이견 없이 상임위를 통과해 그해 12월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재난의 정의에는 ‘교통사고’ 뒤에 괄호와 함께 ‘해상사고를 포함한다’는 부연 설명이 붙게 됐다. 무력한 정부가 감싸주지 못한 국민의 불안과 공포는 그렇게 재난 및 안전 관리 기본법에 흔적을 남겼다.
 
윤성민ㆍ이우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의 재난의 정의
 제3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재난”이란 국민의 생명ㆍ신체ㆍ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것으로서 다음 각 목의 것을 말한다.
 
가. 자연재난: 태풍, 홍수, 호우(豪雨), 강풍, 풍랑, 해일(海溢), 대설, 한파, 낙뢰, 가뭄, 폭염, 지진, 황사(黃砂), 조류(藻類) 대발생, 조수(潮水), 화산활동, 소행성ㆍ유성체 등 자연우주물체의 추락ㆍ충돌,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자연현상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재해
 
나. 사회재난: 화재ㆍ붕괴ㆍ폭발ㆍ교통사고(항공사고 및 해상사고를 포함한다)ㆍ화생방사고ㆍ환경오염사고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의 피해와 에너지ㆍ통신ㆍ교통ㆍ금융ㆍ의료ㆍ수도 등 국가기반체계(이하 “국가기반체계”라 한다)의 마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감염병 또는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른 가축전염병의 확산 등으로 인한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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