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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망 걸렸다' 해경에 신고했다가…무면허 음주운항, 딱 걸려

중앙일보 2019.03.08 12:43
멈춘 카페리선 구조했더니 선장에게서 술 냄새가…
지난 5일 오후 9시 15분쯤 경인 연안 해상교통관제센터(VTS). 모니터를 통해 오가는 배들의 운항 정보를 확인하던 센터 직원의 눈에 이상한 점이 포착됐다. 백령도로 향하던 751t급 카페리 화물선이 덕적도 서방 30㎞ 해상에서 움직이질 않았다. 그리고 곧 이 배에서 다급한 신고가 접수됐다. "배가 움직이질 않아요." VTS는 즉시 인천해양경찰서 상황실로 구조 요청을 했다.
무면허. 음주 운항 혐의를 받고 있는 A선장에게 음주 측정하는 해경대원. [사진 인천해양경찰서]

무면허. 음주 운항 혐의를 받고 있는 A선장에게 음주 측정하는 해경대원. [사진 인천해양경찰서]

 
당시 인천 앞바다는 바람이 약해 파고가 높지 않았다. 하지만 짙은 바다 안개로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해경은 어선 등과의 충돌을 우려해 현장으로 300t급 경비함정을 급파했다. 현장에 도착한 해경은 배 주변을 살펴봤다. 다행히 침몰 흔적 등은 없었다. 확인 결과 배의 스크루가 어망이 걸리면서 기관 고장으로 멈춰 선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은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이 배의 선장 A씨(50)를 찾았다. 불콰한 얼굴로 나타난 A씨에게선 술 냄새가 확 풍겼다. 음주측정 결과 A씨의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147%. 만취 상태였다. 그는 '선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했지만, 선원명부엔 다른 사람의 이름이 올라와 있었다.
 
해경, 무면허·음주 운항으로 선장, 기관장 조사 중
무면허 상태에서 술에 취해 대형 카페리 화물선을 운항한 50대가 해경에 붙잡혔다. 인천해양경찰서는 해사안전법 위반 및 선박직원법 위반 혐의로 카페리 화물선 선장 A씨와 기관장 B씨(59)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 
 
A씨와 B씨는 각각 4급 항해사와 6급 기관사 자격증 없이 선장과 기관장으로 화물선을 운항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선장 노릇을 한 A씨에겐 음주 운항한 혐의도 추가됐다. 해사안전법에 따르면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인 상태로 선박을 운항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또 음주 운항 적발 횟수에 따라 해기사 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될 수 있다.  
 
해경 조사 결과 이 배는 이 날 오후 5시쯤 인천시 중구 남항부두를 출발해 백령도로 향하던 중이었다. 배엔 차량 12대가 실리고 차주 4명, 선원 4명이 타고 있었다. 해경 관계자는 "A씨는 이 카페리 화물선의 선주로 선원명부엔 다른 사람의 이름을 적은 뒤 선장 역할까지 한 것으로 보인다"며 "A씨와 B씨가 언제부터 무면허로 배를 운항했는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음주 측정하는 해경. 송봉근 기자

음주 측정하는 해경. 송봉근 기자

 
한편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적발된 음주 운항(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건수는 총 530건이다. 2014년 78건, 2015년 131건, 2016년 117건, 2017년 122건, 2018년 82건으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달 28일에도 5998t급 러시아 화물선 선장이 음주 운항을 하다가 부산 광안대교와 정박 중인 요트를 잇달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해양경찰청 관계자는 "날씨가 풀리면서 나들이나 낚시 등을 위해 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낚싯배 등의 승객도 음주 적발 시 1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것을 알아달라"고 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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