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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하는 건 비밀이에요" 서울대 수상한 채용설명회

중앙일보 2019.03.08 11:39
지난 7일 오후 3시 서울대학교 멀티미디어 83동 204호 강의실에서 국가정보원 채용설명회가 열렸다[연합뉴스]

지난 7일 오후 3시 서울대학교 멀티미디어 83동 204호 강의실에서 국가정보원 채용설명회가 열렸다[연합뉴스]

지난 7일 오후 3시 서울대학교 멀티미디어 83동 204호 강의실에 국가정보원 관계자들이 모였다. 이들의 임무는 다름 아닌 ‘젊은 피 수혈’이다.
 
국정원의 채용연계형 인턴 및 정기공채 채용설명회가 지난 7일 서울대에서 열렸다. 설명회장에 들어서려 하자 검은 정장을 입은 국정원 직원은 “휴대전화에 보안스티커를 붙여야 한다”라며 모든 참석자의 스마트폰 전방 후방 카메라에 ‘촬영금지’라고 적힌 빨간색 스티커를 붙였다. 그는 “녹음과 촬영을 하면 안 되고 강의실에 들어가면 전원을 꺼달라”고 말했다.
 
국정원 채용설명회장에 들어서기 전 국정원 관계자는 ’휴대전화에 보안스티커를 붙여야한다“라며 모든 참석자의 스마트폰 전방 후방 카메라에 ‘촬영금지’라고 적힌 빨간색 스티커를 붙였다. 박해리 기자

국정원 채용설명회장에 들어서기 전 국정원 관계자는 ’휴대전화에 보안스티커를 붙여야한다“라며 모든 참석자의 스마트폰 전방 후방 카메라에 ‘촬영금지’라고 적힌 빨간색 스티커를 붙였다. 박해리 기자

국정원 채용설명회를 들으러 80명 남짓한 학생들이 왔다. 남녀 비율은 거의 비슷했지만, 남학생이 조금 더 많았다. 촬영과 녹음을 할 수 없는 학생들은 노트를 꺼내서 필기하며 설명회를 들었다. 
 
이름을 소개하지 않은 국정원 인사담당자는 “국정원은 학력에 따른 차별 없이 블라인드 채용으로 진행한다”라고 설명하며 “서울대 학생에게는 학력차별이 있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농담도 던졌다. 차별을 두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인사담당자는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기 때문에 특정 분야 사람만 모이면 정보기관으로서 마이너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 채용합격에 성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덕목으로 인사담당자는 애국심과 헌신을 꼽았다. 인사담당자는 “국정원에서 일하는 건 드러낼 수 없고, 정보기관 업무의 특성상 미리 일어날 일을 예측해 막는 것이기 때문에 가시적 성과가 없다”라며 “항상 실패만 드러나기 때문에 애국심과 헌신으로 소리 없는 전쟁에서 싸울 수 있는 사람이 국정원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다음 주에 접수가 마감되는 인턴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국정원은 올해 처음 채용 연계형 인턴 제도를 도입했다. 각 분야에 채용된 인턴은 실무 현장에 투입돼 3개월간 채용을 전제로 일한다. 인사담당자는 “시험에는 약할 수 있지만, 전공분야의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을 선발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제도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1개월마다 근무 평가를 해 계약을 갱신하며 3개월 후 최종평가 후 정규직으로 채용한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오후 3시 서울대학교 멀티미디어 83동 204호 강의실에서 국가정보원 채용설명회가 열렸다. 설명회장 내부는 촬영이 금지됐다. 사진은 설명회가 진행된 건물 내부에 놓여진 국정원 채용설명회 홍보판. 박해리 기자

지난 7일 오후 3시 서울대학교 멀티미디어 83동 204호 강의실에서 국가정보원 채용설명회가 열렸다. 설명회장 내부는 촬영이 금지됐다. 사진은 설명회가 진행된 건물 내부에 놓여진 국정원 채용설명회 홍보판. 박해리 기자

 
한 여학생이 “국정원 인턴 경험을 나중에 대외적인 이력서에 피상적으로라도 드러낼 수 있나”라는 질문을 하자 인사담당자는 “증빙서류를 발급해 줄 수 없으며 대외적으로 인턴 경험을 발설해서도 안 된다”고 단호하게 답변했다. 인사담당자의 대답에 학생들은 약간 웅성거리며 실망한 반응을 보였다.
 
설명회에 참여한 학생들은 북한 쪽과 관련된 일에 관심이 많았다. 기자가 질문한 학생 중 4명은 북한 분야 쪽 인턴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을 졸업생이라고 소개한 한 남학생은 “학부 때 교수님과 함께 북한 관련 프로젝트를 한 게 있어서 경험을 살려 인턴에 지원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국정원이 채용설명회에 참석한 학생들 모두에게 나눠준 소정의 기념품. 학생들은 "희귀한 '국정원템(국정원+아이템을 합친 용어)'을 얻었다"라며 즐거워했다. 박해리 기자

국정원이 채용설명회에 참석한 학생들 모두에게 나눠준 소정의 기념품. 학생들은 "희귀한 '국정원템(국정원+아이템을 합친 용어)'을 얻었다"라며 즐거워했다. 박해리 기자

 
정치외교학부에 재학 중인 김모씨는 “이번에 지원계획은 없지만, 관심이 있어서 다음번에 지원하면 어떨까 해서 와봤다”라며 “인턴 경험을 쓸 수 없는 게 아쉽다. 채용이 안 되면 경력도 될 수 없어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서훈 원장의 취임 이후 지난해부터 10여년간 중단됐던 대학 채용 설명회를 재개했다. 채용인계형 인턴은 다음 주에 접수를 마감하며 특정직 7급 정규 공채는 5월에 원서 접수를 한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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