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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매입형·부모협동형유치원’ 개원…비리유치원 대안 될까

중앙일보 2019.03.08 06:00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해 12월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공립유치원인 양재유치원에서 아이들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해 12월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공립유치원인 양재유치원에서 아이들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시도교육청이 사립유치원을 매입한 뒤 공립으로 전환해 운영하는 ‘매입형 유치원’과 학부모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사립유치원을 운영하는 ‘부모협동형 유치원’이 국내 처음으로 서울 관악구·노원구에 각각 문을 연다. 최근 사립유치원의 개학연기 투쟁으로 국공립 확대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고, 학령인구 감소로 운영이 어려운 사립유치원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들 유치원이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새로운 유치원 모델 잇달아 문열어
사립유치원 개학 연기 투쟁으로
학부모 국공립 확대 목소리 높고
학령인구 감소로 사립도 관심 커

서울시교육청은 국내 1호 매입형 유치원과 부모협동형 유치원이 서울 관악구 봉천동과 노원구 상계동에 개원한다고 8일 밝혔다. 매입형 유치원인 구암유치원이 8일, 부모협동형 유치원인 꿈동산유치원은 12일에 입학식을 연다. 
 
매입형 유치원은 기존 사립유치원을 시도교육청이 매입한 뒤 원래 유치원의 부지와 시설을 활용해 공립유치원으로 운영하는 것이고, 부모협동형은 학부모들이 사회적협동조합을 결성해 직접 유치원을 설립·운영하는 형태다. 공영형과 함께 정부가 유치원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제시한 새로운 유치원 형태다.
 
매입형 유치원의 장점은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학부모가 선호하는 단설 유치원을 설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새로 단설 공립유치원 한 곳을 최소 100억원 이상이 들지만, 매입형은 원래 유치원의 부지와 건물을 활용하기 때문에 수십억 원으로도 공립유치원을 늘릴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120명이 다니고 있던 사립 해슬아유치원을 지난해 59억9400만원에 매입했다. 2003년 300명 규모로 문을 연 해슬아유치원은 학령인구 감소로 원아 수가 줄면서 경영위기를 겪었다.
 
매입형 유치원인 구암유치원은 7학급으로 운영되며 정원은 128명이다. 올해는 졸업생을 제외하고 기존 원아 34명을 포함해 총 105명이 다니게 된다. 지난해 11월 온라인 입학관리시스템인 ‘처음학교로’를 통해 원아들을 모집했고, 원장 등 교직원 21명은 지난달에 새로 배치됐다. 공립유치원이기 때문에 학부모의 유아 학비 부담도 기존 사립유치원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부모협동형 유치원인 꿈동산유치원은 9개 학급으로 정원은 총 267명 규모다. 부모협동형 유치원은 사립이지만 학부모가 급식부터 교육과정에 이르기까지 유치원 운영 전반에 참여하기 때문에 투명하게 운영하는 게 가능하다. 1990년 문을 연 꿈동산유치원은 설립자가 사망하면서 폐원위기에 몰렸었다. 
 
원래 유치원을 설립하려면 반드시 땅과 건물을 소유해야 해 학부모들이 운영하는 게 불가능했지만, 지난해 10월 정부가 학부모나 교사가 유치원을 설립할 때 공공기관의 시설을 임대할 수 있게 규정을 완화하면서 물꼬가 트였다. 건물임차에 필요한 비용은 조합원들의 출자금으로 마련했다. 현재 꿈동산유치원 외에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 학부모들로 구성된 ‘아이가 행복한 유치원(가칭)’이 내년 3월 개원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서울시교육청 전경. [뉴스1]

서울시교육청 전경. [뉴스1]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공립유치원 확충이 곤란한 지역 내에 사립유치원을 매입해 공립으로 전환하는 첫 사례를 만들었고, 학부모들이 직접 경영하는 유치원을 처음으로 선보였다”며 “유치원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1년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40% 달성을 목표로 대안형 유치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공립유치원 확대를 위해 올해 9월께 4곳 안팎의 매입형 유치원을 신설하는 것을 포함해 2021년까지 30곳을 설립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진행한 매입형 유치원 공모에는 전체 사립유치원 650곳 중에 7.8%에 해당하는 51곳이 신청서를 냈다. 
 
매입형 유치원은 자체소유 건물에서 단독 운영되고 있는 6학급 이상 사립유치원이 대상이다. 최근 2년간 감사결과에서 ‘경고’ 이상 행정처분을 받거나 관계 법령에서 정한 시설·설비 인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유치원, 각종 지적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유치원은 매입대상에서 제외된다. 부모협동형 유치원은 운영형태를 지속해서 점검해 새로운 모델로 정착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우리 사회가 유아교육 성장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매입형·부모협동형 유치원 1호가 문을 여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사립유치원이 미래 지향적인 유아교육의 길로 나가는데 이런 유치원들이 하나의 대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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