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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자처하는 직장인···"퇴사때 회사 허락 필요없다"

중앙일보 2019.03.08 05:00
[중앙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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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직장'이란 개념이 통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여러 번 이직하거나 중도에 퇴사하는 게 이상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회사를 그만둘 때 우리가 알아둬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
 
양지훈(41) 변호사의 신간 『회사 그만두는 법』(에이도스)은 제목 그대로 퇴사할 때 알아야 하는 법률 지식을 소개하는 책이다. 아울러 근로자에게 필요한 노동법과 그간 자신이 담당했던 노동 사건을 자세히 다뤘다. 양 변호사는 대기업을 다니다 퇴사하고 노동 사건 전담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양 변호사에게 근로자에게 필요한 법적 상식에 대해 들어봤다.
책 표지

책 표지

퇴사할 때 허락받을 필요 없다 
 
퇴사할 때 근로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노동 사건을 담당하며 놀란 점은 많은 회사원이 여전히 회사를 그만둘 때 상사나 인사팀의 허락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근로자는 회사를 그만둘 때 회사의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다. 퇴직 의사 역시 굳이 사직서가 아니라 구두로 표현해도 된다. 또한 못 받은 임금이나 퇴직금이나 수당이 있으면 퇴사 이후 3년까지 청구할 수 있다. 
 
권고사직을 받은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변호사로서 해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언은 절대 사직서를 제출하지 말라는 것이다. 회사의 어떤 권유도 단호하게 거절해야 한다. 사직서는 회사가 원하는 대로 노동자가 자발적으로 사직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된다. 사표를 내지 말고 해고를 당한 뒤 법원을 통해 회사를 상대로 해고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하면 된다. 승소 판결을 받으면 복직되고 실직 기간 미지급된 임금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다. 
 
▶퇴사할 때 알아둬야 할 것

1. 근로자가 회사를 그만둘 때는 회사의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다.
2. 사용자가 사직서를 반려했다 해도 근로자는 사직 의사를 표시한 1개월 뒤부터 자유로이 퇴직할 수 있다.
3. 근로자는 사표 외에도 구두로 사직 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
4. 못 받은 임금, 퇴직금, 수당 등이 있으면 퇴사 이후 3년까지 청구할 수 있다.
5. 전직 금지약정이 없다면, 회사는 근로자가 퇴사한 뒤 경쟁사로 이직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노동 사건을 다루며 느낀 한국 사회의 특수성이 있다면.
한국의 사무직 근로자 중에는 회사 정책이나 괴롭힘으로 정신 질환이 생기거나 그로 인해 자살하는 극단적인 경우가 많다. 물리적인 작업환경으로 인한 사망 사고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정책과 악질적인 상사 때문에 우울증에 빠져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다. 미국 같은 경우는 분노를 외적으로 표시하고 항의하는 것과 달리 한국 근로자들은 그 칼을 조용히 자신에게 겨눈다. 반자발적 자살이라 할 수 있는 과로사가 많은 것 역시 한국적 특수성이다. 
 
작업 중지권이라는 강력한 무기 
 
근로자가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없나.
근로자는 산업 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을 미리 알게 됐다고 스스로 판단할 때, 작업장을 떠날 권리와 자신의 근로 제공 의무를 면할 권리가 있다. 여기에는 물리적 요인뿐 아니라 비물질적 요인까지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감정노동자가 폭언을 당하거나, 근로자가 매일 야근을 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 일을 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근로자는 작업 중지권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행사할 수 있다.
 
대기업에 다니다 퇴사하고 노동 사건 전담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양지훈 변호사. [사진 에이도스]

대기업에 다니다 퇴사하고 노동 사건 전담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양지훈 변호사. [사진 에이도스]

 
근로자가 또 알아둬야 하는 것은.
근로자 중에는 입사할 때 근로계약서조차 제대로 읽어보지 못하고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입사하면서 근로계약서를 꼬치꼬치 따져 계약을 체결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점도 알고 있다. 하지만 사용자의 권력 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은 노동법과 근로계약서에서 나온다. 근로계약을 하나하나 따져보고, 계약을 체결한 뒤에는 근로계약서를 서면으로 받아두자. 
 
근로 계약할 때 연봉 외에 어떤 부분에 주의해야 하냐.
'근무 장소'와 관련한 부분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근무 장소를 미리 합의하면 사용자가 임의대로 근로자를 배치전환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노동 소송 사례를 보면 사용자가 일부러 근로자를 서울에서 제주도로 보내도 위법하지 않은데, 근로계약에 근무 장소가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계약을 체결할 때 근무 장소를 미리 명시하면 이런 갈등을 예방할 수도 있다.  
 
노동법은 필수 생존 지식 
 
생각보다 노동법에 무지한 근로자가 많은 듯하다. 
노동법은 퇴사 등 결정적인 국면에서 약자인 근로자가 사용자나 회사와 동등한 지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법률이다. 나아가 노동법은 민법과 달리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를 위한 '편파적'인 법률이다. 이런 걸 고려했을 때 노동법은 근로자가 당연히 알아야 하는 필수 생존 지식이다.
 
근로자들은 스스로 '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과거 고도성장이 가능했던 시절에는 노예처럼 회사에 순종하는 게 모범적인 직장인상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불안정한 사회경제적 상황에서 회사의 요구를 무조건 받아주다가는 '호구'가 되기에 십상이다. 임금은 우리가 회사로부터 하사받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받아야 하는 노동의 대가다.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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