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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연의 시시각각] 굳세어라 금순아

중앙일보 2019.03.08 00:49 종합 30면 지면보기
최상연 논설위원

최상연 논설위원

3월 들어선 매일이지만, 주말마다 미세먼지가 덮쳐 등산이 어렵다. FC 바르셀로나 주장 메시가 공을 잡으면 골이 터지거나 뭔가 일이 생긴다. 문재인 청와대가 쓰는 사람은 코드 인사 풀을 벗어나지 못한다. 요즘 이 세가지는 겨울이 가면 봄이 오는 것처럼 흔들림이 없다. 지지난 주말 ‘최악의 미세먼지’ 앞에 등산을 포기하고 메시의 대(對)세비야전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축구황제 메시는 50번째 해트트릭과 도움 하나를 완성한 뒤 오른 손을 번쩍 쳐들고 포효했다.
 

개각해도 코드·오기 인사 반복 우려
분노 정치만으론 위기 돌파 못한다

중폭 개각을 한다는데 코드 돌려막기에 오기 인사일 게 뻔하다. 이미 내정된 주중대사가 예고편이다. 최악의 고용참사, 서민경제 붕괴에 대한 책임은 말할 것도 없고, 자신은 강남 살면서도 ‘모든 국민이 강남 살 이유는 없다’던, 바로 그 분을 중국 대사로 내보내는 정부다. 굳세어라 금순아 수준의 일관성은 평가 받을지 모르겠다. 집권 중기를 맞아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정부를 쇄신하겠다는 해설은 믿기 힘들지만.
 
코드 인사 외엔 도무지 거들떠 보지 않는 이 정부의 오만과 독주는 왜 그런 것인가. 한마디로 국정 전반을 코드에 집착하니 믿을 건 내 편 뿐이기 때문이다. 허물어버리겠다는 4대강 보(洑)가 그렇다. 우린 지금 샤워를 거르는 날이 없다. 머리도 매일 감는다. 전 국민이 물을 물쓰듯하는데 어렸을 땐 그렇지 않았다. 목욕은 한 달에 한번 공중목욕탕을 이용하는 행사였다. 그 때보다 인구가 늘었고 급속한 공업화로 산업용수와 농업용수 사용량도 많아졌다. 피부론 못 느끼지만 한국은 물부족 국가다. 가뭄까지 겹치면 지역별로는 꽤 심각한 상황을 겪는다.
 
물을 가둬 놓고 관리하는 것 외엔 뾰족한 다른 대책이 없다. 한강의 여러 댐들이 홍수나 가뭄에 대비하는 그런 역할을 하고, 그 덕에 많은 사람들이 살고 싶다는 강남도 탄생했다. 4대강 보란 게 사실은 댐과 마찬가지다. 많은 돈이 들어갔고 만든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녹조가 발생한 물은 어차피 못 쓴다는 말이 있지만 해결책이 있을 거다. 수문을 열었다가 비가 많이 올 때 다시 가둔다든가 오염원을 차단하고 정수 처리하는 기술을 높인다든가 하는 방식 말이다.
 
이 정도가 보통 사람들의 평균적인 생각이다. 물론 인식과 정보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 그땐 전문가들이 나서야 한다. 우린 물 부족국가가 아니라든가 물을 가두면서 수질을 개선 시키는 기술은 개발할 수 없다든가 하는 설명을 과학적 자료, 실증적 근거와 함께 제시하면 납득이 된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딱 부러진 이유가 없다. 그저 ‘강은 흘러야 한다’는 낭만적 발상이다. 그러니 보 철거란 그냥 전 정권, 전전 정권 깨부시기란 주장이 먹힌다.
 
다른 비슷한 과거 정권 지우기와 역주행이 차고 넘친다. 멀쩡한 원전이 느닷없이 멈춰 섰고 위안부 합의는 껍데기만 남았다. 북한 비핵화는 기약이 없는데도 미국과 대북제재 해제를 협의하겠단다. 많은 사람들이 다음 차례는 청계천을 다시 덮는 복개도로 건설 아니겠느냐며 깔깔댄다. 그도 그럴 게 정부 논리대로 라면 강을 곧게 만드는 전국의 나머지 보와 댐을 함께 부숴야 근본적으로 자연성이 회복된다.
 
굳세기만 한 건 자랑이 아니다. 우리 경제가 일본형 장기 불황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걱정과 한숨이 많다. 추락 중인 여러 경제 지표가 그렇지만 문 정부의 코드 인사, 소득주도 성장, 포퓰리즘 정책이 당시 일본 민주당의 실패한 모습을 놀랍도록 닮았다는 것이다. 위기 돌파는 단합된 힘에서 나온다. 지지층만 바라보는 분노의 정치론 어렵다. 부드러움으로 강한 걸 이긴다는 이유극강(以柔克剛)은 노자의 말이다. 물과 같은 정치를 설명하면서다. 
 
최상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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