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제 발등 찍은 트럼프? 관세폭탄에도 역대급 무역적자

중앙일보 2019.03.08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국가 주석(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주 앉아 있다. [AP]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국가 주석(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주 앉아 있다. [AP]

 
지난해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태양광 패널과 세탁기 등에 ‘관세 폭탄’을 때리기 시작했다. 7월 미·중 무역전쟁 개전 후에는 중국산 수입품이 집중 타격의 대상이 됐다. 무역적자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산 제품의 수입을 줄여 상황을 호전시키려는 의도였다.

작년 미 무역적자 10년 만에 최대
상품수지 적자는 건국 이래 최악

금리 올리자, 달러 몰려 수입 급증
감세·재정확대도 구매력 거들어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성적표’가 나왔다. 낙제점이다. 관세 폭탄을 때리기 전인 2017년보다 적자는 더 심해졌고, 일부 항목 적자 폭은 미국 역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대중 무역적자는 더 악화해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公約)’은 그야말로 ‘공약(空約)’이 됐다.
 
6일(현지시간) 미 상무부가 발표한 ‘2018년 상품·서비스 무역 수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국제 무역적자는 6210억 달러(약 701조원)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액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12.5% 늘어난 수치다. 금융 등 서비스 부문을 제외한 상품 무역적자는 전년보다 10.4% 증가한 8913억 달러(약 1006조원)였다. 건국 243년 역사에서 최고 기록이다.
 
대중 무역적자는 증가 폭이 더 가팔랐다. 상품 무역적자는 2017년보다 11.6% 늘어난 4192억 달러(약 473조3000억원)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치이다. 수출은 7.4% 줄어든 반면 수입은 6.7% 늘었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매체 마켓워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가 무색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폐기와 국경장벽 문제로 갈등을 빚어온 멕시코에 대해서도 2017년 1분기 이후 무역적자가 47억 달러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유럽연합(EU)·캐나다·홍콩과의 무역에서도 78억 달러, 27억 달러, 23억 달러씩 적자 폭이 커졌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적자가 커지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한 곳에서 정확히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적자 폭 확대를 경계했건만 미국 역사에 남을 기록을 만들어낸 배경은 뭘까.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해 미국 경제가 탄탄했다는 사실이 주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경제 호황이 역설적으로 사상 최대 무역 적자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경기과열을 경계하며 지난해 네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달러가 미국으로 몰렸고, 이로 인해 달러화 가치가 상승한 것이 해외상품 수입에 대한 수요를 키웠다. 미국이 ‘나홀로 호황’을 즐기는 사이 경기가 부진한 다른 나라는 수요가 감소해 미국 상품 수입이 주춤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및 재정지출 확대 정책도 무역적자 확대에 한몫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금을 덜 내게 돼 여윳돈이 생긴 미국 소비자와 기업의 구매력이 높아진 게 무역적자 확대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수출액보다 수입액이 크면 무역수지는 적자가 된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은 1조5000억 달러 규모의 세금 감면 정책을 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감세 정책이 결국 그가 그토록 줄이고 싶었던 무역적자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제학자들이 줄곧 경고했다”며 “경제학 교과서와 다른 길을 가는 트럼프의 비정통 경제 정책의 결과가 드러났다”고 전했다.
 
여기에 중국 위안화 가치는 지속해서 하락해 중국산 제품의 수출경쟁력을 끌어 올렸다. 위안화 가치는 무역전쟁 시작 전 달러당 6.25위안(3월 26일)에서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10월께 6.97위안으로 약 11% 떨어졌다. ‘관세 폭탄’이 결국 미국의 무역적자 확대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된 셈이다.
 
무역적자 확대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둔화로 이어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GDP 대비 무역적자는 2017년 2.8%에서 지난해 3%로 증가했다. 연방정부의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도 트럼프 행정부의 아킬레스건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날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양국 경제 관계에는 많은 불확실성이 남아있을 것”이라며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7%에서 2.6%로 하향 조정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박현영 기자 jwshim@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