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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조 들여 유니콘 20개 만든다는 文···벤처 냉소 왜

중앙일보 2019.03.07 17:29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선릉로 디캠프에서 열린 '제2벤처 붐 확산 전략 보고회'에 참석해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선릉로 디캠프에서 열린 '제2벤처 붐 확산 전략 보고회'에 참석해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전 세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 1~5위 회사 중 4곳은 공유경제 모델을 기반으로 한다. 그런데 2, 3, 5위를 차지한 우버(기업가치 81조원)ㆍ디디추싱(63조원)ㆍ에어비앤비(32조원)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한국에선 ‘그림의 떡’이다. 현행법상 승차 공유 서비스는 출퇴근 시간 외엔 금지되어 있고, 내국인 대상 숙박 공유업은 연간 180일 이내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유니콘 기업들이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했다면 아마도 얼마 안 가 문을 닫았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디캠프에서 ‘제2벤처붐 전략’을 발표하면서 “세계 시장에서 활약하는 한국 유니콘 기업을 20개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4년간 12조원 규모의 투자를 창출해 유망 스타트업을 글로벌 유니콘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것이 이날 발표의 골자다.
 
그런데 정작 정부 정책의 혜택을 받게 될 스타트업ㆍ벤처 업계 반응은 냉소적이다. “한국이 사업하기 힘든 나라인 건 불필요한 규제 때문인데, 정부 돈을 풀어서 유니콘 기업을 만들겠다는 발상 자체가 비현실적이고 구시대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정부는 ▶스타트업ㆍ벤처가 몸집을 키우게 지원하고 ▶정부가 직접 창업 거점도 늘리고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수조 원 단위의 펀드를 조성할 예정이라고 한다. 결국 이런 정책은 세금이 들어가는 건데, 전 세계 어떤 나라도 정부가 유니콘 기업을 몇 개 키워낸다는 목적 하에 대규모 세금을 직접 투입하는 곳은 없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국민 세금을 안 들이고 제2의 창업붐을 일으키는 것이 진짜 규제 혁파”라고 지적한다. ‘벤처 1세대’로 불리는 이재웅 쏘카 대표가 정부 발표가 있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벤처에 투자할 정부 재정을 전통 산업 구조조정에 투입해 혁신 산업이 뒷다리 잡히지 않게 해달라”는 지적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날 기획재정부ㆍ중기부 등 10개 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28페이지짜리 벤처붐 액션 플랜에는 벤처ㆍ스타트업 업계가 가장 목말라하는 규제 개혁 정책은 사실상 빠져 있었다. 정부가 규제 혁파를 목표로 도입한 ‘규제 샌드박스’가 그나마 유일한 규제 개혁 전략이다. 올해 안으로 임시허가 등 샌드박스 혜택을 적용할 사례를 100건으로 늘리겠다고 하는데, 샌드박스 유효기간(2년)이 지난 뒤에는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장기 계획도 없다.  
 
 ‘제2벤처붐 대국민 보고회’에 참석한 한 벤처기업인은 “기업인들과의 치열한 현장 토론 없이 대통령과 장관들이 준비된 정부 정책을 읽은 뒤 사진 촬영을 하고 끝났다”고 했다. 이런 행사보다는 정부가 그토록 만들고 싶다는 글로벌 유니콘 기업들의 수장을 한 번이라도 만나 성공 비결을 듣는 것이 내실 있는 정책을 만드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다.
 
하선영 산업2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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