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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1년 성적표…“피해자는 美 소비자”

중앙일보 2019.03.07 14:00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마주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주석(왼쪽)은 무역전쟁에 대한 휴전을 선언했다. 두 지도부는 이달 말 협상 타결을 앞두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마주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주석(왼쪽)은 무역전쟁에 대한 휴전을 선언했다. 두 지도부는 이달 말 협상 타결을 앞두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델라웨어주에 위치한 중국산 조명 판매업체 사장 톰 바리는 최근 폐업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9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전기제품을 비롯한 중국산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한 이후로 업체가 취급하는 수입품 가격이 크게 올랐다.

미국 경제학계 분석 결과
“물가 상승, 투자 심리 위축”
단기 부작용 그칠 것이란 의견도

 
고객의 발길이 끊길까 우려했던 바리는 소비자 판매가를 올리지 않았다. 주변 업체와 달리, 수입품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을 고객에게 전가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회사 순이익이 크게 줄었다. 무역 협상 조기 타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촉발한 미·중 무역전쟁이 지속한 지 딱 1년이다. 지난해 3월 중국산을 비롯한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25%, 10%씩의 관세를 부과한 것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수천억 달러에 이르는 천문학적 관세를 주고받던 두 국가는 이달 말 협상을 타결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관세는 아직 유효하다. 오르는 수입품 물가 부담은 미국 수입업체와 소비자에 전가되고 있다. 
 
이런 현실을 조명한 미 경제학계 연구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이들 연구의 핵심은 “중국 등 주요 수입품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조치가 미국 소비자와 수입업체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수입품 가격이 오른 데 따른 결과라는 것이다.
 
예컨대 지난해 일부 중국산 수입 품목 물가가 올라 소비자 부담이 커졌고, 불안정해진 수출입 환경 때문에 미국 내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감세 정책에 따른 소비 진작 효과마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소비자와 수입업자, 5조 원 비용 치렀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등 공동 연구진이 미국 주요 가전제품의 소비자 물가 지수를 추려 추정한 지수 그래프. 붉은 점선이 표시된 시점은 지난해 1월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산 세탁기에 관세를 부과한 시점이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등 공동 연구진이 미국 주요 가전제품의 소비자 물가 지수를 추려 추정한 지수 그래프. 붉은 점선이 표시된 시점은 지난해 1월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산 세탁기에 관세를 부과한 시점이다.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프린스턴대·컬럼비아대 공동 연구진은 지난해 미국의 관세 부과에 따라 중국산 수입품 가격이 높아짐에 따라, 미국 수입업체와 소비자에 전가된 비용이 매달 평균 45억 달러(약 5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기존 수입품 가격에 비해 오른 상승분 등이 포함된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또 수입품 중 소비재의 물가가 상승한 결과, 미국인의 실질 임금은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특히 중국산 수입 제품의 가격이 오르면서, 미국인 가정의 지출 여력이 크게 떨어졌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 가정의 실질 임금이 매달 14억 달러(약 1조5800억 원)씩, 현재까지 총 70억 달러가 감소했다”고 분석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이는 20조5000억 달러(약 2경3145조 원) 규모의 미국 국내총생산(GDP)에 견주면 적은 금액이다. 하지만 NYT는 “관세 부과가 계속된다면, 평범한 미국 가정이 치러야 할 비용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러스트벨트 제조업체 “관세 피해”
 
미국 오하이오주의 한 기계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신화통신=연합뉴스]

미국 오하이오주의 한 기계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신화통신=연합뉴스]

 
수입품 물가가 오른 결과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감세 정책에 따른 소비 진작 효과가 일부 상쇄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 오하이오대 연구진은 “트럼프 대통령은 감세 정책을 통해 오하이오주(州)를 비롯한 동부 제조업자의 숨통을 틔워주려 했다. 하지만 지난해 초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에 따라 (중국산을 비롯한)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 가격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또 연구진은 “원료 수입업체를 중심으로 매출이 크게 줄었으며, 노동자들의 소비 심리도 얼어붙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오하이오주 등 ‘러스트 벨트(미 중부 제조업 쇠퇴 지역)’의 평범한 노동자 가정이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무역 갈등에 직격탄을 맞았다는 지적이다.
 
이어 연구진은 설문 조사 결과 “오하이오주 제조업자 가운데 약 3분의 2가 ‘관세 부과에 따른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투자액 37조원 감소”
 
미 애틀란타 연방은행 등이 공동 분석한 결과,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따라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그 결과 지난해 민간 부문 투자액이 1.2%, 제조업은 4.2%씩 하락했다.

미 애틀란타 연방은행 등이 공동 분석한 결과,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따라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그 결과 지난해 민간 부문 투자액이 1.2%, 제조업은 4.2%씩 하락했다.

 
미 시카고대·스탠퍼드대 등 연구진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복) 관세 부과에 따라 미국 내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 그 결과 지난해 민간 부문 투자액 1.2%, 제조업 투자액 4.2%씩 줄었다”고 분석했다. 금액은 325억 달러(약 36조6300억 원), 220억 달러(약 24조8400억 원)에 이른다.
 
연구진이 미국 주요 기업에 올해 투자 여부를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이 “투자 계획을 연기하거나, 취소했다”고 답했다.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긴장감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수입품 물가 인상에 따른 부작용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국 상공회의소의 미론 브릴런트 부소장은 “자유 무역에서 관세는 나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조치는 장기적으로 미· 중 무역 관계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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