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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적폐판사' 공격 시작됐다···이번엔 "MB 석방한 판레기"

중앙일보 2019.03.07 11:57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6일 보석으로 풀려나자 석방 결정을 내린 정준영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향해 여권 지지자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를 법정구속한 성창호 부장판사를 ‘적폐사단’으로 낙인찍었던 것과 비슷한 모양새다.

 
정준영 부장판사.

정준영 부장판사.

 
대표적 친문(친문재인) 커뮤니티 중 하나인 ‘클리앙’에선 7일 “정준영 판레기(판사+쓰레기)” “적폐 판사 정준영” 등의 내용이 담긴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 중엔 특히 정 판사의 사진을 올리며 “이렇게 생긴 자다”라는 글도 있는데 인신공격성의 140여개 댓글이 달렸다. “정준영 적폐 판사 잊지 않겠다” “술 여자 좋아하게 생겼다” “사지를 찢어 죽이자” “XX 같은 얼굴” 등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에 올라온 정준영 부장판사 비판 글. [커뮤니티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에 올라온 정준영 부장판사 비판 글. [커뮤니티 캡처]

 
일부 유저가 “인민재판 하지 말라”며 만류하자 “이게 무슨 인민재판인가. 님이 지지하는 세력이 정권 잡았을 때 했던 게 바로 인민재판”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또 다른 커뮤니티인 ‘오늘의 유머’ ‘MLB파크’ ‘뽐뿌’ 등에서도 “지옥에나 떨어져라” “권력의 멍멍이” 등 비판이 나왔다. 특히 정 판사가 문재인 정부 때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맡게 된 데에 대해서 “판레기 중 그나마 조용한 인간이라 뽑아줬더니, 문재인 대통령과 국민 등에 제대로 칼을 꼽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도 “정준영 부장판사 놈아 니가 사람이냐?” “정준영뿐 아니라 법원 전체를 압수 수색 해야 한다” 등의 청원이 올라와 있다. 주진우 전 시사인 기자는 트위터에 “탈모, 코골이로 석방되는 사람은 역사상 처음일 것”이라고 조롱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MB 보석과 관련해 “질병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앞서 지난 1월 성창호 부장판사도 여권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성 판사를 “적폐사단”으로 규정하고 ‘사법 농단 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성 판사는 법원에 신변 보호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MB가 석방되기 하루 전날(5일) 2016년 ‘정운호 게이트’ 당시 공무상 비밀 누설을 했다는 혐의로 검찰로부터 기소됐다.  
 
MB 측은 “4월 8일이면 구속 만기로 풀려날 수 있었는데, 보석 결정이 왜 MB를 도와준 결정이냐”고 반박했다. 이재오 자유한국당 상임고문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보석 조건부로 달린 주거ㆍ외출 제한, 접견ㆍ통신 금지 등을 보면 MB는 사실상 ‘가택연금’ 상태”라며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모르고 떠드는 한심한 비판엔 대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 편 아니면 다 적폐’로 몰아가는 것은 결국 여권에 부메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이번 결정이 MB에게 유리한 것도 아닌데, 단지 ‘석방’이라는 표현만 보고 흥분해 판사를 공격하는 것 같다. 이런 막무가내식 비판은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일이고 결국 청와대와 민주당에게 짐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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