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미세먼지 출구전략 삼아
탈원전 정책부터 폐기를
국민 분노도 폭발하고 있다. 환경재단 이미경 이사는 “목숨 걸고 시위하겠다. 국민 분노를 끌어내겠다. 그래야 바꿀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책임지지 않는 대한민국에 분노한다고 했다. 대통령은 환경부 장관에게, 환경부 장관은 시·도지사에게 미룬다. 도대체 국민은 누구에게 따지고 물어야 하나. 이럴 때일수록 대통령이 앞장서야 한다. 우선 진정성부터 보여야 한다. 쉬운 방법이 있다. 탈원전 폐기 선언이다. 미세먼지의 3번째 주범(15%)이 석탄화력 발전이다. 국민은 원전(54.9%)보다 미세먼지(82.5%)를 더 무서워한다. 석탄화력을 줄이고 원전 가동을 늘리는 게 답이다. 애초 미세먼지 30% 감축과 탈원전은 같이 갈 수 없는 사이다. 문재인 정부의 로드맵에 따르면 2030년이 돼도 석탄화력발전(33%→31%)은 별로 줄지 않는다. 오죽하면 SNS상에 “북한 석탄 수입하려고 석탄화력발전소를 안 없앤다”는 황당한 말까지 나돌겠나. 아예 석탄화력은 모두 폐기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미세먼지야말로 탈원전 도그마에서 벗어나는 좋은 출구전략이 될 수 있다.
대선 공약이라고 신성 불가침한 것도 아니다. 광화문 대통령 시대 공약도 무르지 않았던가. 대통령 스스로도 “비상시기에는 비상한 조치를 하는 게 정부의 책무”라고 말하지 않았나. 지금이 바로 비상시기다. 이미 여권에서도 운을 뗐다. 지난해 송영길 의원은 “미세먼지 주범인 화력발전소를 퇴출하고 신한울 3·4호기와 스와프하자”고 제안했다. 못 이기는 척 송 의원 손을 잡아주면 될 일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한국전력의 적자를 줄이고 전기요금 인상 걱정을 더는 건 덤이다.
탈원전 폐기는 중국과의 협상에도 유리하다. “국민 분노가 워낙 커 핵심 대선 공약까지 포기했다”며 중국발 미세먼지 감축을 강하게 밀어붙일 명분을 준다. 한 걸음 더 나가 국민에 인내와 희생을 요구할 수 있다. “탈원전 공약마저 접는 비상한 각오”의 대통령이 국민의 분노를 뒤에 업고 “불편해도 참아달라”는데 누가 토를 달겠나. 중국 탓도좋지만 우리부터, 대통령부터 할 것을 다 해야 한다. 쉽지 않고, 효과도 장담할 수 없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익숙해지면 지는 거다.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