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설] 검찰 기소권, 자의적으로 행사돼선 안 된다

중앙일보 2019.03.07 00:12 종합 30면 지면보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한 전·현직 판사 기소를 놓고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에 검찰이 “수사가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고 밝히면서 법원에 대한 압박이란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치적 잣대나 조직의 필요에 따라 기소권을 행사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검찰이 그제 기소한 전·현직 판사는 모두 10명이었다. 기소 대상에 김경수 경남지사를 ‘댓글 조작’ 혐의로 법정구속한 성창호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 등이 들어갔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 공소장에 공범으로 기재된 권순일 대법관 등은 빠졌다. 이를 두고 “검찰 기소가 지나치게 작위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어제 정치권에선 “성 부장판사 기소는 누가 봐도 명백한 보복”(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권 대법관이 기소 명단에서 빠진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이정미 정의당 대표)라는 비판이 동시에 나왔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검사에게 기소 여부에 관한 재량을 인정하는 기소편의주의를 택하고 있다. 하지만 기소권 행사는 어디까지나 합리적 범위 안에 있어야 한다. 자의적인 고무줄 잣대에 따라 춤을 춰선 안 된다. 기소 대상에 성 부장판사는 넣고 권 대법관은 뺀 기준은 무엇인가. 특히 양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공소장에 거명된 전·현직 판사들 가운데 ‘수사기록 등을 복사해 형사수석부장에게 보고한’ 영장전담판사 혐의의 죄질이 유독 나빴는지는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검찰이 “수사 종결로 보는 것은 오해”라며 추가 기소 가능성을 시사한 것 역시 문제의 소지가 있다. 당장 “법원을 압박하는 카드로 쓰겠다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사법 불신의 사태를 빚은 건 법원이지만 그렇다고 기소권 남용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이 부여한 기소권을 검찰 호주머니 속 공깃돌처럼 다뤄선 안 된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