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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ATV 사고 3년간 사상자 1200명... 상당수 무면허에 보험도 안돼

중앙일보 2019.03.06 03:00
사륜 오토바이 사고 사진. [사진 경남경찰청]

사륜 오토바이 사고 사진. [사진 경남경찰청]

지난 1월 23일 경남 함안군 칠북면 한 농로에서 운전자 A씨(83)가 몰던 차량이 넘어지며 숨졌다. 같은 달 29일 합천군 쌍백면 한 다리에서 우회전하던 차량이 넘어져 다리 아래로 떨어져 운전자 B씨(76)가 역시 사망했다. 두 사고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고령 운전자가 사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사고가 났다는 점이다.  
 
농어촌의 도로나 여름철 해수욕장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일명 ‘사발이’라고 불리는 ATV(사륜 오토바이)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사륜 오토바이는 농어촌에선 주로 고령 노인들의 이동수단이나 농기계용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런데 사륜 오토바이는 배기량에 따라 125cc를 초과할 경우에는 2종 소형(오토바이 면허), 125cc 이하는 1종 보통 면허(자동차 면허)나 원동기장지자전거 운전면허를 취득해야 도로에서 운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농어촌 지역에선 고령 노인이 무면허로 운전하거나 운전 미숙으로 커브 길을 돌다 전복되는 경우도 많아 사고가 잦은 것이다.  
 
사륜 오토바이 사고는 경남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한해 300건 이상씩 발생한다. 경찰에 따르면 사륜 오토바이 사고는 2016년 311건(사망 45명), 2017년에는 354건(사망 37명), 2018년 333건(사망 59명)이 발생했다. 사륜 오토바이는 2명 이상이 타는 경우도 있어 3년간 부상자도 1026명에 달한다. 실제 지난달 1일 경기도 양주시 남면 구암 사거리에서 50대 운전자가 몰던 25t 덤프트럭이 우회전하던 사륜 전동차 한 대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전동차에 타고 있던 70대 2명이 숨졌다. 지난해 11월 20일 강원도 양구 동면의 한 농로에서는 80대 노인이 사륜오토바이를 몰고 가다 농로 옆 1.5m 아래 논으로 떨어져 A씨가 그 자리에서 숨졌다.  
 
사륜오토바이가 도로를 횡단하는 모습. [사진 경남경찰청]

사륜오토바이가 도로를 횡단하는 모습. [사진 경남경찰청]

사륜오토바이 도로를 횡단하다 트럭과 부딪히기 직전의 모습. [사진 경남경찰청]

사륜오토바이 도로를 횡단하다 트럭과 부딪히기 직전의 모습. [사진 경남경찰청]

문제는 면허 없이 사륜 오토바이를 몰다가 피해가 발생하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도로에서 무면허로 ATM을 운전한 것은 국민건강보험법상 급여 제한 사유인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다. 무면허 운전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신호위반이나 중앙선 침범 등 11대 중대 과실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오토바이의 일종인 사륜 오토바이는 도로교통법 제80조(운전면허)에 따라 면허증이 있어야 도로에서 운전대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도로가 아닌 농로나 풀밭·모래사장에서 사륜 오토바이를 모는 것은 면허와 상관이 없다. 그러나 농어촌의 고령의 노인들은 집에서 논과 밭으로 오가면서 도로를 지나면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잦아 주의가 요구되는 것이다. 또 면허가 있어도 미등록 사륜 오토바이를 몰다가 사고가 났다면 건강보험 적용 여부는 따지게 돼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2016년 4월에 농어촌에 거주하며 도로에서 ATV를 운전하다 전복되면서 머리를 심하게 다친 사람이 건보로 진료를 받아서 발생한 공단 부담금 628만원을 회수했다. 이 사람은 당시 건강보험 이의신청위원회에 이의신청했으나 무면허여서 기각결정을 내렸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2017년 이전에 무면허로 사고가 난 일부 운전자들이 공단 부담금 회수조치에 반발해 이의신청을 하는 경우가 많아 이후 홍보를 계속해 왔다”며 “2017년 이후에는 이런 내용이 많이 알려져서인지 이의신청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복된 사륜 오토바이. [사진 경남경찰청]

전복된 사륜 오토바이. [사진 경남경찰청]

사륜오토바이 논밭에서 집으로 가기 위해 도로를 횡단하는 모습. [사진 경남경찰청]

사륜오토바이 논밭에서 집으로 가기 위해 도로를 횡단하는 모습. [사진 경남경찰청]

최근에는 사륜 오토바이에 회전 때 안정성을 확보해주는 안전장치(차동장치)가 장착돼 있지 않아 전복 사고도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A·B씨 두 사고 모두 사륜 오토바이에 차동장치가 없었다는 것이 경찰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농업용 동역 운반차로 판매되는 ATV의 경우 차동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 “향후 차동장치가 없는 ATV에 대해서는 도로 주행이나 농기계로 쓰지 못하도록 농림축산식품부나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함안=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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