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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 무기수 김신혜 19년만에 재심

중앙일보 2019.03.06 03:00
법원 관련 이미지.[사진 pixabay]

법원 관련 이미지.[사진 pixabay]

"나는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
 

광주지법 해남지원, 사건 19년 만에 재심 첫 공판준비기일
2000년 3월 완도서 수면제 먹여 살해 후 도로에 유기 혐의
"남동생이 용의자 됐다는 고모부 말에 거짓 진술했다"

19년 전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김신혜(42·여)씨에 대한 재심 절차가 본격 시작된다.
 
광주지법 해남지원은 6일 오후 4시 김씨에 대한 재심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무죄를 주장하는 김씨에 대한 재심은 존속살해와 사체유기 혐의로 2000년 3월 구속된 지 19년만, 2015년 1월 청구한 재심이 확정된 지난해 9월 말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 절차에 앞서 주요 쟁점과 입증 계획 등을 정리하는 절차다. 피고인의 출석 의무는 없지만, 김씨가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 위해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2000년 3월 7일 오전 전남 완도군 완도읍 버스정류장 앞 도로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아버지(당시 52세)살해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됐다. 그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항소했으나 기각됐다. 김씨가 23세 때의 일이다. 판결은 이듬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시신 발견 직후 뺑소니 사망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경찰은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원)의 부검 결과 교통사고가 아닌, 약물이나 술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되자 수사 방향을 바꿨다.
 
완도경찰서는 행적 수사 등을 통해 사건 발생 이틀째인 3월 8일 김씨를 상대로 조사를 시작해 다음날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당시 서울에서 지내던 김씨가 완도에 내려와 미리 준비한 대량의 수면제를 술에 타 아버지에게 먹여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옮긴 것으로 결론 내렸다.
 
김씨 아버지의 시신 부검 결과 혈액에서 수면제 성분인 독실아민이 13.02㎍/㎖ 검출됐다. 성인 기준 치사량을 훨씬 초과한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혈중알코올농도는 0.303%였다.
 
검찰과 경찰은 김씨의 범행 배경을 ‘성적 학대’와 ‘보험금’으로 판단했다. 이복 여동생으로부터 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도 같은 피해를 입은 점에서 범행했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8개의 보험 상품에 가입한 상태여서 교통사고로 위장해 8억원의 보험금을 노렸을 가능성도 있었다. 
 
김씨는 수사 초기 고모부와 함께 경찰서에 찾아와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경찰과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수면제의 성분이나 수량, 먹인 방법 등에 대해 진술을 번복했다. 검찰 수사가 끝나갈 무렵에는 입장을 바꿔 혐의를 부인했다.  
법원 관련 이미지. [사진 pixabay]

법원 관련 이미지. [사진 pixabay]

 
경찰은 범행에 쓰였다는 수면제의 출처를 확인하지 못했다. 김씨의 진술을 토대로 알약 형태의 수면제를 가루로 만들 때 사용했다는 밥그릇 덮개와 가루를 닦을 때 썼다는 행주를 압수해 분석했지만, 수면제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김씨는 수사 초기를 제외하고는 줄곧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아버지의 사망 경위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고 경찰이 지목한 범행 배경도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아버지로부터의 성적 학대 피해는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형량을 줄이기 위해 자신과 친척들이 꾸며낸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보험금 관련 주장도 사실관계가 어긋난 짜 맞추기라고 했다.
 
이번 사건에서는 김씨의 고모부가 중요 인물로 꼽힌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 결정적인 진술을 해서다. 김씨의 고모부는 “(신혜가)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씨는 “고모부가 나에게 ‘(이복) 남동생이 아버지를 죽인 용의자가 된 것 같다. 큰일이 날 것 같다’고 해 대신 거짓 진술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동생이 처벌받는 것을 걱정해 자신이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진술하고,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하면 형량이 줄 것으로 생각했으나 사실은 모두 거짓이었다는 의미다.
 
이번 재심 개시 결정 과정에서 경찰 수사의 위법성이 뒤늦게 드러났다. 경찰은 영장 없이 압수 수색을 하거나 압수 조서를 허위로 작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 측은 재심에서 무죄까지 끌어낸다는 계획이다.
 
해남=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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