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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주식투자자들이 왜 농어촌특별세를 내야 하나

중앙일보 2019.03.06 00:32 종합 27면 지면보기
김광기 경제연구소장·논설위원

김광기 경제연구소장·논설위원

농어촌특별세(농특세)라는 게 있다. 세계 각국이 모여 무역자유화에 합의한 우르과이라운드를 계기로 1994년 탄생한 세금이다. 당시 농수산물 시장의 개방이 불가피해지자 정부는 농어촌을 달래기 위한 돈이 필요했다. 농어업의 경쟁력 강화와 기반시설 확충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게 목적으로 제시됐다.
 
농특세는 기존 세금에 덧붙이는 목적세다. 증권거래세와 개별소비세, 취득세, 레저세, 종합부동산세 등에 일정한 비율로 얹어 매긴다. 부자들의 경제활동과 사치성 소비 관련 세금들이 표적이었다.
 
농특세의 수명은 10년이었다. 하지만 한번 태어난 세금은 쉽게 죽지 않는 법. 이제껏 10년씩 2번 연장돼 2024년까지로 늘었다. 그때가 되면 또 연장될 게 뻔하다. 누구도 건드리기 힘든 성역이 된 셈이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농특세를 주로 먹여 살리는 게 주식투자자다. 지난해 농특세는 총 4조 4000억원 걷힌 가운데 절반인 2조 2000억원 정도가 주식투자자들 호주머니에서 나왔다. 초기엔 수천억 원이었던 게 이렇게 불어났다. 농특세는 유가증권(코스피)시장의 증권거래세 0.3%를 절반으로 쪼개 0.15% 가져가도록 설계됐다. 코스피시장에서 주식 1억 원어치를 팔면 30만원이 통행료처럼 빠져나가는데 그중 15만원이 농특세, 나머지 15만원이 증권거래세다.
 
코스닥시장에선 1억원당 30만원 전액이 증권거래세로 부과된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농특세도 그냥 거래세라고 본다. 이렇게 증시에서 거래세로 빨려 나간 유동성이 지난해 무려 8조 4000억원에 달했다. 그런데도 증시가 온전한 게 신기할 정도다.
 
투자자들이 깨닫기 시작했다. 해도 너무한다는 것을. 지난해 증권사들이 벌어들인 주식거래 수수료 수입이 총 5조원이다. 증시의 최대 장사꾼은 국세청이 된 셈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증권거래세의 폐지를 공식 건의했고, 더불어민주당이 화답했다. 연초 여의도 증권가를 방문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주식으로 손해를 봐도 증권거래세를 낸다니 어이가 없다”며 폐지의 뜻을 밝혔다.  
 
민주당은 ‘자본시장 활성화 특별위원회’(위원장 최운열 위원)을 출범하고 거래세를 포함한 자본시장 과세체계 전반을 손보는 작업에 들어갔다. 최운열 위원은 “증권거래세는 이미 세계 대부분 국가가 폐지한 낡은 제도”라고 말한다. 그는 주식양도차익 과세를 확대하는 추세에 맞춰 거래세를 향후 5년간 매년 20%씩 낮추다 없애는 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아울러 금융투자 상품의 손익통산(이익과 손실을 합산) 과세와 손실이월공제(손해 보면 3~5년간 이익에서 상계)를 추진 중이다. 이렇게 과세체계가 선진화되면 우리나라에도 금융투자의 르네상스시대가 열릴 것으로 업계는 기대한다. 거래비용의 감소로 시중 자금 유입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세금 개입으로 가로막혔던 다양한 투자기법과 상품개발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의 발달과 장기투자 문화의 확산은 국민의 노후 자산증식을 돕고, 혁신적 모험기업들의 자금조달도 촉진하게 된다.
 
그런데 기획재정부가 이런 흐름에 사사건건 반기를 들고 있다. 편하게 듬뿍 걷던 세금이 줄어들 것이란 걱정에서다. 처음엔 증권거래세를 손볼 계획이 전혀 없다고 버티다, 여론이 들끓자 마지못해 단계적으로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물러섰다.
 
이번엔 증권거래세는 내려도 농특세는 그대로 걷겠다고 우긴다. 농어촌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반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란다. 농특세가 생긴 30여 년 전과 비교해 농어촌이 크게 변했다. 지역균형발전을 명목으로 다양한 개발·지원 사업이 펼쳐지고 있다. 주식투자자들의 돈까지 헐어 농어촌을 도와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 필요하면 일반 세금으로 직접 지원하면 그만이다.
 
기재부의 어깃장 때문에 모처럼 맞은 자본시장 활성화와 혁신성장 촉진의 기회가 물거품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길게 보면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는 길인데 말이다.
 
김광기 경제연구소장·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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