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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일·차한성 빼고, 영장유출 성창호는 기소

중앙일보 2019.03.06 00:03 종합 14면 지면보기
성창호. [연합뉴스]

성창호. [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판사 10명이 5일 기소되자 법조계에서는 예상외의 결과라는 반응이 나왔다.
 

사법남용 의혹 연루 10명 기소
현직 판사 8명 재판 배제 검토
법조계 “대마불사식 선별적 공소”

양 전 대법원장 공소장에 공범으로 적시된 권순일 대법관과 차한성 전 대법관이 제외되고 김경수 경남지사를 법정구속시킨 성창호(사진)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가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로 기소됐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신분과 같은 사건의 외적 고려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검찰의 선별적 공소가 바둑 용어인 대마불사(大馬不死)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현직 법관 8명을 포함해 총 10명의 전·현직 법관을 직권남용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했다.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임성근·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판사,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등 기소된 법관 대부분은 고등법원 부장판사(차관급) 출신이다. 지방법원 부장판사로는 성창호·조의연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만 기소 대상에 포함됐다. 재판 중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이날 기소된 법관까지 더해 이번 수사로 기소된 전·현직 법관은 14명이다. 검찰은 이날 기소 대상자를 포함한 법관 66명에 대해 대법원에 비위 통보를 했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 과정에서 새로운 증언이나 사실 관계가 드러날 경우 추가 기소 가능성도 있다”며 “수사가 완전히 종료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검찰이 사실상 수사를 마무리했지만 재판 과정에서 증인으로 출석할 법관들에게 수사 협조를 구하는 ‘경고성 발언’이란 해석이 나왔다.
 
권순일 대법관과 차한성 전 대법관은 이른바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 공범으로 지목됐었다. 차 전 대법관은 강제징용 재판 개입 혐의도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두 사람이 법원행정처에 재직할 당시 실제 인사 보복이 이뤄지거나 강제징용 재판 지연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에 두 사람을 공범으로 적시한 뒤 기소하지 않은 것은 검찰의 자기 모순”이라 지적했다. 또다른 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심상철 전 서울고등법원장은 통합진보당 관련 소송 한 건 배당에 개입해 기소됐다. 심 전 법원장의 혐의가 두 사람 보다 무거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최대한 절제해 기소 여부를 결정했다”면서도 “증거와 공소 유지 가능성 등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검토했다”고 말했다.
 
대(大)자가 적힌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 시항이 포함된 업무수첩을 검찰에 제출해 양 전 대법원장 구속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이규진 전 상임위원은 헌법재판소의 평의 결과 등을 빼돌리고 통진당 관련 행정소송에 개입한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됐다.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재판에 개입해 판결 내용을 수정토록 한 임성근 전 형사수석과 헌재의 해산 결정 후 통진당 소속 의원들이 제기한 행정소송에 개입한 이민걸 전 기조실장도 모두 재판개입에 따른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됐다.
 
김경수 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한 성창호 부장은 2016년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판사로 근무 당시 구속영장 관련 정보를 상부에 보고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기소됐다. 성 부장은 2016년 ‘정운호 게이트’ 가 법관 비리 수사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신광렬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지시에 따라 조의연 당시 영장전담부장판사와 함께 영장 청구서와 검찰의 수사 기록 등을 상부에 보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검찰에서 영장 청구와 관련해 법원의 개입을 차단하고 영향력을 축소하기 위해 성 부장판사 등에게 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기소 대상에 오른 현직 판사들을 추가로 징계하거나, 재판업무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옛 국민의당도 재판 청탁 의혹=옛 국민의당이 홍보비 리베이트 수수 의혹 사건과 관련해 사법부에 청탁을 한 정황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국민의당은 2016년 11월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던 박선숙·김수민 의원(현 바른미래당 의원)에 대한 재판부의 유·무죄 심증을 파악해 달라고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에게 요청했다. 이 전 실장은 서울서부지법 나모 판사를 통해 “피고인 쪽 변명이 완전히 터무니없어 보이지는 않는다”는 주심판사 심증을 e메일로 보고받아 국민의당에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박선숙 의원은 이날 “어떤 청탁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당시 국민의당 관계자로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은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검찰 기소 후 재판 과정에서 어떠한 개입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태인·박사라·이수정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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