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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청정기 없는 학교에 애 보내니 죄책감" 엄마의 호소

중앙일보 2019.03.05 14:45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5일 오후 부산 황령산에서 바라본 부산국제금융센터 63층 건물 일대의 모습. 부산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이다. 연합뉴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5일 오후 부산 황령산에서 바라본 부산국제금융센터 63층 건물 일대의 모습. 부산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이다. 연합뉴스

#서울 금천구 조은영(44)씨는 요즘 고교 2년생 아들의 건강 걱정을 많이 한다. 아들은 비염이 심해 평소에도 머리가 띵한 증세가 있고 자주 졸기도 한다. 조씨는 "코가 막혀 입으로 숨을 쉬는데 미세먼지 심한 날은 폐 속으로 더러운 공기가 얼마나 들어가겠나. 발암물질이 가득하다는데 너무 걱정된다"고 말한다. 조씨는 "4일 학교에 갔다 와서는 코와 목 안에 더러운 솜이 꽉 찬 것 같다며 맥을 못 춘다. 5일 아침에 학교 가라는 얘기를 하는데 죄책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조씨의 걱정에는 이유가 있다. 아들의 학교 교실에는 공기청정기가 없다. 도서관 같은 데 한 대씩 돌아간다고 한다. 조씨는 "덩치 큰 남자애 스무명이 창문을 닫은 채 수업하면 얼마나 숨 막히겠나"라고 걱정한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워킹맘 장윤경(34·서울 도봉구)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미세먼지가 심해서 어린이집에 공기청정기가 있는지 확인했다. 어린이집 교사가 "설치돼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최근 아이를 데려다주면서 혹시나 한 마음에 들어가 봤다. 장씨는 "커다란 공기청정기가 쉴새 없이 돌아가고 있더라. 마음을 놓고 출근했다"고 말한다.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면서 학부모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초·중·고교 학급 중 기계환기설비나 공기청정기, 창문형 필터 등의 실내 공기정화장치가 없는 데가 47.8%에 달한다. 반면 어린이집은 이런 데가 없다. 유치원은 3%에 불과하다. 초중고생을 둔 부모는 걱정이 많고, 영유아를 둔 학부모는 상대적으로 안심하는 편이다.
 
 5일 교육부에 따르면 2월 기준으로 전국 초중고와 특수학교 23만7002개 학급(학교는 1만2034개) 중 공기정화장치가 달리지 않은 데가 절반가량인 11만3184곳(47.8%)에 이른다. 초등학교는 미설치율이 25.1%, 중학교는 74.3%, 고등학교는 73.7%다. 중·고교 사정이 좋지 않다. 유치원 중 이런 장치가 없는 데는 전체 3만5726개 학급 중 3%가량인 1081개이다.
 
 중학생 학부모 김미연(42·서울 강남구)씨는 "4일 애가 입학했는데, 그 학교 교실에 공기청정기가 없다고 한다. 애가 눈이 따끔따끔하고 목이 아파서 힘들었다고 했다"며 "이런 날씨가 이어지면 공기청정기를 교실마다 놓든지, 휴업이든 단축 수업이든 뭔가 조처를 해달라고 요청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미설치 학급 비율(유치원 포함)이 높은 데는 경북(67.8%), 전북(63.8%), 대구(62%), 경기(58.5%), 울산(57.7%) 등이다. 서울은 38.3%가 미설치 학급이다. 대전은 2%로 매우 낮다. 
 
교육부는 유치원·초등학교·특수학교는 우선 설치 대상으로 지정해 미설치 학급을 1년 새 62%에서 20%로 줄였다. 내년까지 100% 설치를 완료할 예정이다. 또 교육청에서 학교의 공기정화장치 전기료 및 필터 교체비용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김우중 보육기반과장은 "전국 3만9000여개 어린이집에 모두 공기청정기가 설치돼 있다. 학부모들이 감시하기 때문에 의무시설이 아닌데도 100% 설치율을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경기는 어린이집들이 공기청정기를 렌털 형식으로 설치했고 시·도가 관리비 일부를 지원한다. 그 외 지역은 지난해 추가경정예산 136억원을 편성해 공기청정기 5만3500대(1만4948개 시설)를 설치해줬다고 한다. 복지부는 현재 어린이집 공기청정기 현황을 다시 전수조사하고 있다.  
 
 신성식·남윤서·박형수 기자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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