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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토콘드리아 유전자는 모계로 이어져…남자는 무슨 역할?

중앙일보 2019.03.05 07:00
[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28)
중국에는 모계사회를 1500여년간 유지하고 있는 '모쒀족'이 있다. 사진은 백지순씨 사진전 '아시아의 모계사회' - 중국 윈난성 모쒀족. [중앙포토]

중국에는 모계사회를 1500여년간 유지하고 있는 '모쒀족'이 있다. 사진은 백지순씨 사진전 '아시아의 모계사회' - 중국 윈난성 모쒀족. [중앙포토]

 
아직 젠더 논란과 가부장제가 상존하고 있는 요즈음에, 간 크게도 여인네가 가정사의 주도권을 잡는 모계사회를 들먹이다니 스스로 매 맞을 각오를 자처하는 것 같아 조금 거시기 하긴 하다. 그러나 옛날에는 오히려 모계사회가 일반적이었고 집단적, 유전적 측면에서는 이런 제도가 더 합리적이고 타당성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데 왜 지금처럼 바뀌었을까. 정설은 아니지만 아마도 수컷이 완력으로 주도권을 빼앗았거나, 혹은 먹이가 부족해 식솔의 부양권이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이 그 이유가 아닌가도 싶다. 그러나 아직도 지구촌 여러 곳에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런데 좀 다른 측면, 생명의 발생론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남성우위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이른바 생명체의 탄생이 하나의 세포인 수정란으로부터 출발한다는 명제 하에서는 수컷의 역할이 그렇게 크다고는 볼 수 없다는 거다. 
 
난자는 하나의 생명체를 키워 내는 완벽한 구조를 가진 단세포이다. 단 염색체가 반쪽(n, 반수체)만 들어 있다는 것을 뺀다면 말이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의 핵에는 배수체(2set)인 2n이 들어 있다는 것은 익히 안다.
 
난자가 완전한 염색체 2n을 가지기 위해서는 n 하나가 더 필요한데 이를 채워주는 것이 바로 정자의 역할이다. n이 들어가면 이를 수정되었다는 말로 표현한다. 큰소리치는 수컷의 역할이 기껏 염색체의 반쪽만을 제공하는 역할에 그친다는 걸 인정하고 싶진 않을 테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이후 일어나는 생명체의 발생과 탄생은 오롯이 난자의 기능에 의존한다.
 
여기서 또 중요한 것이 있다. 수정으로 암수에서 온 n이 모여 단순히 2n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완벽한 수정란이 되기 위해서는 남녀의 두 n이 서로 무작위로 뒤죽박죽(?) 잘리고 이어져 하나의 새로운 n이 만들어진 다음에 이것이 복제(doubling)되어 2n으로 되는 과정을 거친다는 거다. 이때 당연히 태어난 아이의 성질은 새로 조합된 2n이 결정한다.
 
난자가 정자로부터 하나의 n을 받아 완전한 염색체 2n을 갖게 되면, 이를 수정되었다고 표현한다. 사진은 난자(둥근 모양)에 정자를 찔러 넣는 시험관 시술. [중앙포토]

난자가 정자로부터 하나의 n을 받아 완전한 염색체 2n을 갖게 되면, 이를 수정되었다고 표현한다. 사진은 난자(둥근 모양)에 정자를 찔러 넣는 시험관 시술. [중앙포토]

 
이른바 아비와 어미의 어느 쪽 유전자가 더 많이 2n에 섞였느냐에 따라, 혹은 어떤 형질이 선택되었나에 따라 태어난 아이의 자질과 성격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동일 부모에게 태어난 자식이 각기 생김새와 개성이 다르게 되는 까닭이다. 시원찮은 자식에게 서로 “제 아비를 닮아서”, “제 어미를 닮아서” 하면서 힐난하는 것이 완전 거짓은 아닌 셈이다.
 
성(姓)의 결정도 이때 생긴다. 아직 자세한 메커니즘은 모르지만, 성별은 두 DNA가 섞일 때 우연과 확률의 영역에서 결정된다. 즉, 남자의 X와 Y염색체 중 어느 쪽이 선택되느냐에 따라서다. 종교에서는 신의 영역이라 할 테지만.
 
여기서 참 이상한 것이 또 있다. 세포 속에는 염색체가 핵 속의 2n에만 있지 않다는 거다. 미토콘드리아라는 소기관에도 조그마한 게 들어있다. 보통 에너지 생산에 관련한 유전자가 주를 이루고 크기가 염색체의 수십 분의 1에 불과하지만, 생명유지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는 난자에서 온 것으로 정자(수컷)로부터는 전달되지 않는다. 당연히 스스로 복제하여 자손에게로 이어지는 유전자다.
 
따라서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는 어머니의 가계로부터 계속 유전되는 것으로서 외할머니, 외할머니의 외할머니, 또 외할머니로부터 계속 전달된다는 사실, 그래서 종족끼리의 유전적 연관성을 조사할 때 미토콘드리아 DNA의 구조를 보고 모계 조상의 원류를 유추하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남성은 자손을 만드는 씨앗의 반쪽만 부여하는 역할을 하고 생명의 탄생은 온전히 여성에게 맡기는 격이 됐다.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는 할머니-어머니-딸로 계속 모계 유전된다.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안성식 기자.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는 할머니-어머니-딸로 계속 모계 유전된다.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안성식 기자.

 
이런 현상은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동식물의 공통이다. 이런 출생의 역할론으로 봐서는 여성이 중심 되는 모계사회가 어울리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혹자는 “고작(?) 생명의 발생론만으로 모계사회를 운운하나”라는 비난이 있을 수는 있겠다. 단지 그렇다는 거다. 그런데 밥상 차릴 때 숟가락만 들고 거드름 피우는, DNA 반쪽만 제공하면서 큰소리는 혼자 다 치는, 사회의 주도권, 모든 권한을 독점하려는 남성들의 꼴이 조금은 그렇지 않나.
 
얼마 전 신문기사에 생뚱맞게도 “한 아빠 두 엄마”라는 기사가 나 모두를 뜨악하게 했다. 좀 억지 주장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묘한 주제이다. 미토콘드리아와 관계된 것이라 설명한다. 이 경우는 친엄마가 될 사람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에 이상이 있어 정상아기를 생산할 수 없을 때 행하는 유전자 조작기법이다. 이른바 난자 속 핵을 바꿔치기한다는 것이다.
 
방법은 이렇다. 정상인의 난자를 빌려온다. 친엄마가 될 난자의 유전자(핵)를 뽑아내 빌린 난자의 핵과 교체한다. 이때 당연히 난자 속 미토콘드리아는 빌려온 여인의 것이 그냥 남아있다. 여기에 남편의 정자를 수정시킨다. 태어난 아기는 친엄마의 핵(유전자)과 빌린 난자(핵이 없는)의 껍데기(?)와 아비의 유전자가 결합한 창조물이 되는 셈이다.
 
자, 그러면 여러분의 판단은 어떤가? 난자의 유전적 유산(핵 DNA)을 물려준 인간이 진정 부모일진대, 인간을 특정 짓는 형질하고는 관계없는 난자 속 눈곱만한 미토콘드리아 DNA만을 제공한 쪽도 부모라 할 수 있는지? 아니 그것 말고도 핵은 없지만, 껍데기는 제공했잖아! 
 
맞다. 물론 껍데기라 하면 어폐는 있다. 크게 기여한 것은 옳다. 수정란이 생명체로 자랄 수 있는 완벽한 환경을 제공하고 작지만, 생명을 영위하는 데 중요하달 수 있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DNA를 제공했으니 그 기여도가 낮다고 볼 수는 없다는 거다.
 
그러나 인간이 인간이기를 결정짓는 요인이 핵 유전자라는 명제에서 본다면, “생명 탄생에 씨앗이 아닌 밭만 제공한 것이 큰 기여라고 생각할 수가 있는지?”는 각자의 판단이다. “한 아빠 두 엄마”, 이 조금은 이상한 타이틀은 세계토픽이 뽑은 제목이다. 하기야 이를 두 엄마라 부르기엔 좀 무리가 있는 듯은 하다.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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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필진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 시중에는 건강식품이 넘쳐나고 모든 식품이 약으로 변했다. 허위와 과대광고로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함량 부족의 전문가가 TV에 붙박이로 출연하면서 온갖 왜곡정보를 양산하고 소비자를 기만한다. 음식으로 치료되지 않는 질병이 없고 그들의 말대로라면 질병에서 해방될 것 같은 분위기다. 대한의사협회가 이들을 쇼닥터로 지칭하고 규제대상으로 삼을 정도로 이제 그 도를 넘겼다. 노후에 가장 관심사인 건강관리를 위해 올바른 지식을 알리고 시중의 잘못된 식품에 대한 왜곡된 상식을 바로잡는 데 일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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