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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람에서 무덤까지] 골초 김정은 위원장

중앙일보 2019.03.05 00:14 종합 27면 지면보기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골초인 듯하다. 베트남 하노이로 가다 중국 난닝역에서 내려 담배를 피우고, 여동생 김여정이 재떨이를 받치고 있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김 위원장은 평소에도 현장지도에 나가서 담배를 들고 있는 모습이 조선중앙TV나 노동신문 등에 자주 등장한다. 절대 권력자의 흡연 모습이 여과 없이 북한 주민에게 전달된다. 북한 같은 폐쇄국가에서 가능한 일이다. ‘최고 존엄’의 이런 모습을 보면 담배가 나쁘다는 인식을 못 하게 된다. 일부 탈북자는 “북한에서 갓난아기가 있는 방안에서 아버지가 담배를 피운다”고 증언한다. 담배의 질도 형편없다. 주민이 애용하는 담배는 필터가 조악하거나 없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북한의 남성 흡연율(2016년)은 37.3%다. 놀랍게도 여성은 0%다. 세계보건기구(WHO) 북한편에 이렇게 돼 있다. 한국(남성 38.1%, 여성 6%)보다 낮다. 세계폐암재단 자료(2014년)는 남성 45%, 여성 2.5%로 돼 있다. 둘 다 북한 보고를 토대로 작성한 것이다. 한 금연 전문가는 “믿을 수 없다. 조사 체계가 안 돼 있을 텐데”라고 말한다. 북한도 나름 금연 정책을 시행한다. WHO 자료를 보면 병원·학교(대학 제외)·대중교통 등에서 금연이다. 금연 캠페인 방송을 한단다. 2005년 한국보다 WHO의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을 한 달 먼저 비준했다. 하지만 식당·작업장·사무실 금연, 흡연 과태료 부과 등 FCTC 권고 대부분을 준수하지 못한다. 금연 보조제·약도 없다.
 
북한의 담배 폐해는 한국보다 훨씬 심각하다. 폐암 발생률이 세계 186개국 중 12위(한국 38위), 사망률 7위(한국 59위)로 높다. 기대수명도 남성 68세, 여성 76세로 매우 낮다. 문재인 대통령은 2004년 민정수석을 그만두고 히말라야 등반 때 “나 때문에 깨끗한 공기가 더러워지는 것이 죄스럽다”며 35년 흡연을 중단했다. 문 대통령이 흡연자라면 금연 분위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게다. 지난해 3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평양 만찬에서 김 위원장에게 금연을 권유한 적이 있다고 한다. 앞으로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금연을 권유했으면 한다. 김 위원장이 금연하면 북한의 보건 수준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다.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화해 무드를 타고 남북 보건 협력이 진행되고 있다. 금연 보조제·약 지원, 금연 프로그램이나 조사방법 이식, 정보 제공 등을 못할 이유가 없다. 김 위원장 입에서 “나 때문에 인민들의 건강이 나빠지는 것이 죄스럽다”는 말이 나오길 기대한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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