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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47병상 녹지병원 무서워 투자병원 실험 무산되다니

중앙일보 2019.03.05 00:05 종합 30면 지면보기
제주 녹지국제병원이 사실상 취소단계에 접어들었다. 법정 개설시한인 4일까지 문을 열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주도가 취소 전 청문 절차에 돌입했다. 사실상 취소와 다름없다.
 
녹지병원은 국내 1호 투자개방형 병원(일명 영리병원)으로 2015년 12월 중앙정부(복지부) 사업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2002년 김대중 대통령이 인천 송도에 투자병원을 설립해 동북아 의료허브를 구상한 이후 13년만의 결실이었다. 그런데 제주도 개설허가 장벽을 넘지못했다. 국제 소송, 신인도 상실 등이 불을 보듯 뻔하다.
 
녹지병원은 유한회사 형태의 47병상 성형·미용병원이다. 이게 문을 연다고 해서 대한민국 의료가 탈이 난다고 모두 벌벌 떨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복지부 사업승인을 내세워 개설허가를 내줬으면 될 걸, 지방선거를 의식해 공론조사라는 희한한 일을 벌였다. 반대(58.9%)가 더 나오자 ‘외국인 제한’이라는 카드를 꺼냈다가 녹지측의 반발을 샀다. 제주특별법에는 투자병원이 내국인도 진료할 수 있게 돼 있다.
 
설령 내국인 진료를 허용해도 성형·미용일 뿐이다. 서울·부산 등지에 실력있는 데가 널렸다. 일부가 제주 가서 성형수술 한다고 한국 의료에 구멍이 뚫리지도 않는다. 3만4000여개의 병원에 70만여개의 병상이 있고,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라는 강력한 보호막이 있어 한국 의료가 무너질 가능성이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그런데도 복지부는 “더이상 영리병원은 없다”고 자기부정 행위를 서슴지 않았고 제주도는 눈치보기에 바빴다.
 
반도체·철강 등 전통 제조업은 한계가 보인다. 서비스업, 특히 의료 분야에서 새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고령화 시대에 보건의료 일자리만큼 값진 게 없다. 그런데 사사건건 ‘의료 영리화’ 덫을 씌워 싹을 자르고 있다. 이러다간 정말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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