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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참전용사'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 별세...향년 87세

중앙일보 2019.03.04 12:27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이 2010년 열린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 100주년 기념 사진전에 참석한 모습. 박 명예회장은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의 장남이다. [사진 두산그룹]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이 2010년 열린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 100주년 기념 사진전에 참석한 모습. 박 명예회장은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의 장남이다. [사진 두산그룹]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이 3일 밤 노환으로 별세했다. 87세.  

한국전쟁 참전해 2014년 국가유공자 인정
'노블레스 오블리주' 몸소 실천한 기업인

맥주 공장 병씻는 일부터 시작해
'중공업 중심' 두산그룹 체질 개선 주도
"사람 중심" 모토로 두산그룹 이끌어

 
박 명예회장은 1932년 고(故)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의 6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경동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950년 9월부터 해군 군무원으로 일했다. 그러던 중 해군 본부가 부산으로 옮겨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1951년 1월 해군에 자원입대했다. 장교가 아닌 통신병으로 입대한 그는 비문을 다루는 훈련을 받은 뒤 암호문을 취급하는 부서에서 일했다. 이 과정에서 해군 함정을 타고 함경북도 청진 앞바다에서 진행된 작전에 참전했다. 박 회장은 한국전쟁 참전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 5월 참전용사 국가유공자 증서를 받았다. 이런 이유로 재계에선 박 명예회장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한 대표적인 기업인으로 꼽는다.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이 1968년 6월 한양식품 독산동 공장에서 코카콜라 국내 첫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사진 두산그룹]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이 1968년 6월 한양식품 독산동 공장에서 코카콜라 국내 첫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사진 두산그룹]

 
군 제대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박 명예회장은 한국으로 돌아와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출발점은 남달랐다. 그는 두산그룹이 아닌 한국산업은행 공채 6기로 1960년 입행하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생전 박 명예회장은 산업은행 입행에 대해 “‘남의 밑에 가서 남의 밥을 먹어야 장차 아랫사람의 심경을 이해할 수 있다’는 선친 뜻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3년간의 은행 생활을 끝낸 박 명예회장은 1963년 4월 동양 맥주에 사원으로 입사했다. 그는 공장 청소와 맥주병 씻는 일부터 시작했다. 이후 한양식품과 두산산업 대표를 거쳐 1981년 두산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박 명예회장은 두산그룹을 이끌며 사람을 유독 강조했다. 그는 두산그룹 회장에 취임하면서는 “모든 사원이 일생을 걸어도 후회 없는 직장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가 남긴 어록에는 사람 중심 경영 철학이 짙게 배어있다.
“기업이 바로 사람이고 기업을 경영한다는 건 곧 사람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렸다.”
“사람이 잘나고 못나면 얼마나 차이가 있겠습니까. 노력하는 사람. 그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능력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박용곤 두산그룹 회장이 1996년 8월 열린 두산그룹 창업 100주년 축하 리셉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두산그룹]

박용곤 두산그룹 회장이 1996년 8월 열린 두산그룹 창업 100주년 축하 리셉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두산그룹]

 
박 명예회장은 1985년 동아출판사와 백화양조 등을 인수하면서 출판과 식음료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했고, 90년대 들어서는 두산창업투자·두산정보통신 등을 설립하면서 사업분야를 다각화했다.
 
두산그룹 내부에선 박 명예회장이 그룹의 체질을 바꾸는 게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산그룹 창업 100주년을 한 해 앞둔 1995년 박 명예회장은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당시 주력 사업이던 식음료 비중을 낮추고 비슷한 계열사를 통폐합했다. 이를 통해 33개에 이르던 계열사를 20개로 줄였다. 두산그룹의 대표사업으로 꼽히던 OB맥주도 매각했다. 이를 바탕으로 두산그룹은 2000년대 한국중공업과 대우종합기계, 미국 중장비 업체 밥캣을 인수하면서 소비재 기업에서 산업재 기업으로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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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으로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박혜원 두산매거진 부회장 등 2남 1녀를 뒀다. 빈소는 5일 오후 2시부터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지고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발인과 영결식은 7일이며, 장지는 경기 광주시 탄벌동 선영이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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