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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녹지국제병원 개원시한 연장 요구 수용 불가"

중앙일보 2019.03.04 11:50
제주도 서귀포시 토평동 녹지국제병원 전경. 최충일 기자

제주도 서귀포시 토평동 녹지국제병원 전경. 최충일 기자

제주도가 국내 첫 투자개방형병원인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취소 전 청문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개설허가를 취소하려는 절차에 돌입한다는 의미다. 청문 결과에 따라 의료기관 허가가 최종적으로 취소될 수도 있다. 의료법(64조)이 정한 개설 시한인 3월 4일까지 문을 열지 않은 것에  따른 조치다.  
 
제주도는 4일 “녹지측에 허가 후 3개월 준비기간을 부여했지만 정당한 사유없이 개원을 하지 않아 연장 요청을 불승인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밝혔다.  
 
녹지국제병원은 지난해 12월 5일 외국인만 진료하는 조건부 개설 허가를 받았지만, 의료법이 정한 90일 이내에 진료를 시작하지 않으면서 허가 취소에 직면한 상황이다. 제주도는 그간 "녹지병원의 내국인 진료 제한은 의료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마지노선"이라고 해왔다. 반면 "제주특별법과 제주도 보건의료특례 조례에 내국인 진료를 제한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 조건부 허가가 부당하다는게 녹지측의 주장이다.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는 이런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에 반발해 개원을 미뤄오다 지난달 26일 “개원 시한을 연장해달라”고 제주도 측에 요청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2015년 6월 만들어진 사업계획서에도 녹지국제병원이 ‘제주도를 방문하는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대상으로 성형미용/건강검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 의료기관임’으로 명시 돼 있다며 이를 일축했다.
 
또 제주도는 녹지측이 정당한 사유가 없이 개원을 미룬 것으로 판단했다. 녹지측의 시한 연장 요구 이튿날인 지난달 27일 제주 공무원을 병원으로 보냈으나, 출입을 제한 하는 등 정당한 공무집행을 기피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또 구샤팡 녹지국제병원 대표가 올해 1월 안동우 제주도 정무부지사와 만난 자리에서도 이런 모습이 감지됐다. 제주도에 따르면 당시 구샤팡 대표는 “녹지가 이것(녹지국제병원)을 밀고 나가기에는 경험도 없고 운영할 수 있는 그것도 없다”며 “더 이상 제주도와 만날 필요도 없고 소송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통보했다.  
 
 
제주시 노형동 녹지그룹 제주 사무실. 최충일 기자

제주시 노형동 녹지그룹 제주 사무실. 최충일 기자

제주도는 앞으로 병원으로부터 의견을 듣는 청문절차를 진행해 허가 취소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사업취소 청문 절차의 마무리는 5일부터 시작돼 한 달여 간의 기한이 소요될 전망이다. 다만 녹지 측에선 청문 절차가 진행되는 기간, 청문 중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본안 격인 개원 허가 취소 소송이 마무리되기 전, 청문 과정에서 사업 취소 최종 결정이 내려지면 녹지 측도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행정소송에서 녹지측이 이기면 허가 취소라는 것이 취소가 돼 다시 허가가 부활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소송전이 장기화할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4개월로 한정된 행정소송절차가 마무리된다 해도, 녹지 측이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ISDS) 제도를 활용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직접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중국 국영기업인 녹지그룹이 투자해서 만든 녹지국제병원은 한중FTA 적용 대상으로, 이 제도가 적용 가능한 투자분쟁이기 때문이다. 이전에 나온 법원 판결과 상관없이 진행이 가능하다.
 
의료계 안팎에선 개원을 놓고 다툼이 이어지는 게 예견된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사업자인 녹지 측이 정해진 기한 내에 ‘제주 녹지국제병원’의 개원이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병원의 핵심인력인 의사를 단 한명도 확보하지 못하는 등 개원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 의료연대 제주본부에 따르면 녹지병원은 현재 채용한 의사 9명 전원이 사직한 상태다.  
 
잠겨 있는 제주녹지국제병원 입구. 최충일 기자

잠겨 있는 제주녹지국제병원 입구. 최충일 기자

녹지 국제병원이 정상적으로 진료를 개시하려면 기한 내에 의사면허증을 제출해야 한다. 최근 취재진이 찾은 병원의 모습도 정상 개원이 불투명해 보였다. 모든 출입문은 자물쇠로 잠겨 있었고, 병원 인근 헬스케어타운 내 리조트 공사 현장의 장비도 멈춰선 상태였다. 현재 병원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는 간호사 행정직 등 60~70 여명의 직원들도 “현재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을 우리도 잘 모른다”며 “개원이 계속 미뤄지면서 많은 이들이 개원 때까지 버티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긴 상황”이라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앞서 제주도는 지난해 12월 5일 녹지병원에 대한 설립을 허가했다. 녹지 측은 지난 14일 제주지법에 ‘진료대상자를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대상으로 한정한 것은 위법하다’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 명의로 낸 ‘개설허가 조건 취소 청구 행정소송’을 통해서다. 녹지 측은 이번 행정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병원 사업 철회를 위해 8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영리병원저지 범국민운동본부에 따르면 녹지 국제병원은 2017년에 공사대금 1218억원을 지불하지 못해 대우건설·포스코·한화건설 등 3개 건설회사에 병원 건물 등을 가압류 당한 상태다. 지난 14일에는 병원 시공사 등 제주도내 3개 업체로부터 21억4866만원을 추가로 가압류 당하기도 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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