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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성부른 사업 떼내 더 키운다”…SK, 배터리소재·백신 분사

중앙일보 2019.03.04 00:04 경제 3면 지면보기
안동 SK케미칼 백신공장 ‘L하우스’. 세포 배양 방식이 개발되면서 대형 세포 배양기를 통해 제품을 생산하는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 SK케미칼]

안동 SK케미칼 백신공장 ‘L하우스’. 세포 배양 방식이 개발되면서 대형 세포 배양기를 통해 제품을 생산하는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 SK케미칼]

SK그룹 내부의 자회사 분리 속도가 매섭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7일 배터리 소재 사업을 분리해 SK아이이소재(SK IE Materials)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SK아이이소재는 배터리 분리막 사업에 주력할 예정이다. 배터리 내부에서 음극과 양극을 나누는 분리막은 배터리 부품 중에서도 핵심으로 꼽힌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배터리 시장이 성장세에 있어 독자 생존에 있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SK케미칼은 지난해 7월 백신 전문 기업인 SK바이오사이언스를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켰다. SK플래닛도 지난해 9월 온라인 쇼핑몰 사업을 하는 11번가를 별도 법인으로 떼어냈다. SK텔레콤은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 회사인 옥수수의 분사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SK그룹의 자회사 분리를 놓고 재계에선 SK식 ‘퀀텀 점프’ 전략이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리학에서 파생한 퀀텀 점프는 기업이 사업구조나 방식을 바꿔 단기간에 발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 내부에서 최근 분사한 회사 면면을 살펴보면 백신·배터리 소재 전문 영역이 뚜렷한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계열사 분리에 따른 눈에 보이는 성과도 나오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SK케미칼에서 분사해 독자 경영을 시작한 지난해 국내 대상포진 백신 시장의 3분의 1을 점유해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는 평가가 많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동남아와 남미 백신 시장을 두드리는 중이다. 온라인 유통 업계 치킨 게임으로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이어오던 11번가는 지난해 적자 폭을 크게 줄였다. 11번가는 2017년 영업손실 1540억원을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수익성 개선에 성공해 영업손실이 678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시장 평가도 나쁘지 않다.  특히 배터리와 백신 분야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백영찬 KB 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과 SK아이이소재 분할을 통해 배터리 분리막 사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리막 사업 매출액은 지난해 2790억원 수준으로 석유 등 다른 사업 분야에 비해선 크지 않지만, 성장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게 SK그룹 내부의 판단이다. 실제로 전기차 등 관련 시장이 늘면서 세계 배터리 출하량은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배터리 분리막 사업도 2016년 이후 매년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이 사업 분할에 적극적인 건 자금 조달을 통한 신사업용 실탄 확보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11번가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신설법인으로 출범하면서 국민연금 등에서 5000억원의 자금을 투자받는 데 성공했다. OTT 서비스 회사인 옥수수 역시 분사 과정에서 유치한 투자금을 활용해 콘텐트 제작에 투자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옥수수 역시 11번가 모델처럼 분사-투자유치-흑자전환 수순으로 단계를 밟을 것으로 재계에선 내다보고 있다. 이에 앞서 박정호 SK텔레콤 지난달 기자들과 옥수수 분사 진행 상황에 관해 묻는 말에 “금방 될 것 같다”고 말한 바가 있다.
 
SK그룹의 퀀텀 점프 전략에 긍정적인 신호만 나오는 건 아니다. 그룹 내부에선 이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도 들린다. 바이오 분야가 대표적이다. SK그룹 내에서 바이오 사업을 벌이고 있는 회사는 5곳에 달한다. 화학 의약품을 개발하는 SK케미칼을 필두로 SK바이오사이언스(백신), SK플라즈마(혈액제제), SK바이오팜(신약개발), SK바이오텍(원료의약품)이바이오산업에 투자하고 있다. SK그룹 한 계열사 직원은 “‘따로 또 같이’라는 SK그룹 경영철학은 이해하지만, 글로벌 제약사 등 해외 바이오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선 덩치를 키우진 않고선 불가능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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