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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A/S] 퇴근길 살인범 증거찾은 경찰관 표창 받는다

중앙일보 2019.03.03 11:00
곡성경찰서 이재연 경위. [사진 곡성경찰서]

곡성경찰서 이재연 경위. [사진 곡성경찰서]

"내년 정년인데 표창장하나 추가해주세요."(star****)
"정말 정의로운 경찰관 입니다. 이런 분이 우리나라에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투철한 직업 정신 존경합니다."(cjh4****)

곡성경찰서 이재연 경위에 경찰청장 표창 수여 예정
112상황실 근무 이 경위, 15시간 야근 후 홀로 수색

범행에 쓴 트럭 발견해 묵비권 행사하던 살인범 자백
'열혈 경찰'에 포상 요청 쇄도…민갑룡 경찰청장 격려


"고인과 유족들의 한을 풀어준 당신, 당신은 진정 영웅이십니다."(맑은강)
"경찰관으로서 이렇게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분이 있군요. 경의를 표합니다."(강변안개)
 
<야근 뒤 나홀로 수색…살인범 무너뜨린 59세 ‘열혈 경찰’>이라는 제목의 지난달 26일 중앙일보 보도 이후 독자 반응 중 일부다. 네티즌들은 전남 곡성경찰서 112상황실 이재연(59) 경위에게 찬사를 보내며 모범 경찰관에 대한 경찰 차원의 포상이 이뤄지길 바랐다. 바람은 현실이 됐다. ‘뉴스 애프터 서비스(A/S)’ 코너를 통해 소식을 전한다.
 
전남지방경찰청은 "이 경위에게 경찰청장 표창을 수여할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앞서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 경위의 공로에 대해 보고를 받고 그에게 연락해 “야근 후 피곤함도 잊은 채 홀로 범행에 이용된 차량을 찾으러 다니신 열의가 매우 자랑스럽다”며 격려했다.
 
이 경위는 곡성에서 고물수집상이 저지른 강도살인 사건의 증거물을 찾아내 피의자의 진술을 받아 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묵비권을 행사하던 피의자는 피해자의 통장에서 돈을 인출할 때 타고다닌 트럭이 발견되자 범행을 자백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15일 곡성 한 마을에서 배 농장을 운영하는 A씨(59)가 사라지면서 불거졌다. 이튿날 가족의 미귀가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마을 공터에서 A씨의 자가용을 발견했다. 차량 내부에서는 A씨의 혈흔이 나타났지만 A씨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신고 이틀 만에 마을 고물수집상 B씨(50)를 긴급체포했다. A씨가 실종될 무렵 비슷한 동선으로 B씨가 움직이고, 자신의 1t 트럭과 함께 종적을 감췄기 때문이다.
 
B씨는 입을 열지 않았다. A씨 실종 이후 마스크를 쓴 채 은행 현금인출기(ATM)에서 A씨의 통장에 든 돈 1200만원을 인출한 인물이 자신인지에 대해서도 진술을 거부했다.
곡성경찰서 이재연 경위가 퇴근길에 혼자 찾아낸 강도살인 피의자의 1t 트럭. [사진 곡성경찰서]

곡성경찰서 이재연 경위가 퇴근길에 혼자 찾아낸 강도살인 피의자의 1t 트럭. [사진 곡성경찰서]

 
A씨 생사가 확인되지 않아 B씨를 일단 ‘강도상해’ 혐의로 체포한 경찰은 사건의 실체 파악에 난항을 겪었다. B씨가 A씨를 살해했더라도 시신을 못 찾거나 진술이 없으면 ‘강도살인’ 적용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112상황실에 근무하는 지령요원인 이 경위는 업무 특성상 수사 상황을 자세히 파악하고 있었다. 내년 6월 정년 퇴직을 앞둔 그는 수사팀 소속은 아니지만, 사건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였다.
 
이유가 있었다. A씨 실종 직후 B씨가 자신의 트럭을 타고 동광주톨게이트(TG)를 지난 적 있으나 트럭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 경위의 집은 동광주TG 인근이다.
 
이 경위는 지난달 20일 퇴근을 위해 경찰서 문을 나섰다. 14시간 야근에 추가 1시간까지 총 15시간의 근무를 마친 이 경위가 향한 곳은 집이 아닌 동광주TG 일대였다. B씨의 트럭을 찾기 위해서다.
 
평소 화물차 주차가 잦은 대로변부터 먼저 수색하던 이 경위는 수상한 트럭 한 대를 발견했다. 앞차와는 거의 붙은 채 주차돼 있고 뒤쪽 적재함 덮개가 내려져 번호판이 확인되지 않는 차량이었다. B씨가 범행에 쓴 뒤 숨겨둔 그 트럭이었다.
 
수사팀의 집요한 설득으로 조금씩 심경 변화를 일으키던 B씨는 트럭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결국 범행을 자백했다. 이 트럭을 몰고 이동해 A씨의 통장에서 돈을 찾은 사실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B씨는 A씨에게 고철을 싸게 팔라고 했으나 서로 의견이 달라 말다툼 끝에 상해를 입힌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A씨의 차량에서 통장을 빼앗아 돈을 찾았다. A씨는 살해해 저수지에 유기했다.
 
경찰은 A씨의 시신을 찾아 B씨의 강도살인 혐의를 입증한 뒤 검찰에 송치했다. 트럭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B씨가 입을 열지 확신할 수 없었다.
 
이 경위는 “집 근처라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색했는데 (운이 좋아) 찾았다.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곡성=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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