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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100주년 맞아 연해주 독립운동 발자취 찾는 여행객들

중앙일보 2019.03.02 10:00
헤이그 특사로 파견됐던 이상설 (1870~1917) 유허비와 유허비 앞에서 묵념하는 여행객들. 유허비 주변에는 이상설의 고향 진천에서 온 소나무가 심어져 있다. [박해리 기자, 가이드 제공]

헤이그 특사로 파견됐던 이상설 (1870~1917) 유허비와 유허비 앞에서 묵념하는 여행객들. 유허비 주변에는 이상설의 고향 진천에서 온 소나무가 심어져 있다. [박해리 기자, 가이드 제공]

 
올해 100주년을 맞은 3·1절 사흘 전인 지난달 26일 러시아 연해주 독립운동 본거지에 한국인들이 찾았다. 특정 단체에서 의무적으로 모인 이들이 아닌 친구·가족끼리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놀러 온 자유 여행객들이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접근성이 좋고 해산물이 저렴해 최근 인기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특별한 여행을 원하는 일부 여행객들은 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우수리스크 일일 투어를 신청하기도 한다. 투어에 참석한 이성원(29)씨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의미 있는 여행을 하고 싶어서 동생과 함께 신청했다”고 말했다. 기자 역시 겨울 휴가를 이용해 독립운동 발자취 찾기에 동참했다.
블라디보스토크 하바로프스카야 거리는 신한촌(新韓村)이라고 불렸던 과거 고려인 밀집지다. 이곳은 해외 독립운동가들의 활동 근거지가 됐다. 현재는 러시아인들이 거주하는 낮은 아파트들이 모여있다. 박해리 기자

블라디보스토크 하바로프스카야 거리는 신한촌(新韓村)이라고 불렸던 과거 고려인 밀집지다. 이곳은 해외 독립운동가들의 활동 근거지가 됐다. 현재는 러시아인들이 거주하는 낮은 아파트들이 모여있다. 박해리 기자

 
이날 여행객들은 블라디보스토크 하바로프스카야 거리의 언덕배기에 모였다. 신한촌(新韓村)이라고 불렸던 이곳은 1911년 러시아 정부가 콜레라 창궐을 이유로 한인들을 강제 이주시킨 곳이다. 한인들은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한인촌이라는 뜻의 마을을 세웠고, 이후 독립운동가들의 활동 근거지가 됐다.
 
투어에 참석한 인원은 총 10명이다. 이날 가이드를 맡은 서애라씨는 “인원이 많을 때는 30~40명이 신청해 승합차가 아닌 큰 버스 2대로 움직여야 할 때도 잦다”고 말했다. 
고려인 이주 1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008년 건축된 고려인문화센터는 역사관·식당·교육관 등으로 이루어져있다. 이곳에서 한국어, 태권도 등 교육 프로그램도 이루어진다. 센터 안에는 안중근 의사를 기리는 기념비가 있다. 박해리 기자

고려인 이주 1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008년 건축된 고려인문화센터는 역사관·식당·교육관 등으로 이루어져있다. 이곳에서 한국어, 태권도 등 교육 프로그램도 이루어진다. 센터 안에는 안중근 의사를 기리는 기념비가 있다. 박해리 기자

 
신한촌에서 출발한 차량은 1시간 30분 떨어진 우수리스크 지방으로 갔다. 우수리스크 번화가에서 시작된 일정은 고려인문화센터·최재형 고택·이상설 유허비·발해성터 순서로 진행됐다.
 
고려인 이주 1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008년 건축된 고려인문화센터는 역사관·식당·교육관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몇 차례 강제 이주를 당했던 한 많은 고려인의 생활상과 조국 독립에 힘썼던 항일운동 역사도 엿볼 수 있다.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 이병헌이 연기한 유진 초이 역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독립운동가 최재형(1860~1920) 선생의 고택. 최 선생은 안중근 의사와 인연이 깊다. 박해리 기자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 이병헌이 연기한 유진 초이 역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독립운동가 최재형(1860~1920) 선생의 고택. 최 선생은 안중근 의사와 인연이 깊다. 박해리 기자

 
독립운동가 최재형(1860~1920) 선생의 고택에 도착하자 먼저 온 한국인 선교회 팀이 관람을 마치고 자리를 뜨고 있었다. 이 고택은 최재형 선생이 1919년부터 일본 헌병대에 처형되던 1920년까지 살았던 마지막 거처다.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 이병헌이 연기한 유진 초이 역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최 선생은 안중근 의사와 인연이 깊다. 
 
최 선생은 연해주에서 활동하는 구국운동단체 동의회를 결성해 총재를 맡았고, 사업으로 축적한 부를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안중근도 이 동의회에 참석해 함께 활동했다. 최 선생의 딸 엘리자베트 표트로브나의 회고록에 따르면 우수리스크에서 거주하기 전 살던 연해주 크라노스키의 저택에서 안중근이 기거하며 거사를 준비하고 사격 연습도 했다고 한다. 현재 크라노스키 저택은 남아있지 않고 우수리스크에 있는 고택만 남아 최재형 기념관으로 꾸며졌다. 
 
헤이그 특사로 파견됐던 이상설(1870~1917) 유허비는 찻길과도 떨어진 벌판에 홀로 우뚝 서 있다. 1917년 순국한 그는 임종 전 “조국 광복을 이룩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니 어찌 고혼(孤魂)인들 조국에 돌아갈 수 있으랴. 내 몸과 유품은 모두 불태워 강물에 흘려보내고 제사도 지내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
투어에 참여한 여행객들이 독립운동가 최재형(1860~1920) 선생의 고택 내부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국가보훈처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최재형 기념관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고택은 아직 수리 중이다. 박해리 기자

투어에 참여한 여행객들이 독립운동가 최재형(1860~1920) 선생의 고택 내부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국가보훈처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최재형 기념관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고택은 아직 수리 중이다. 박해리 기자

 
유허비 앞에는 그의 유해가 재로 뿌려진 수이푼 강이 위치한다. 추위로 인해 강물은 꽁꽁 얼었다. 이상설의 고향인 진천에서 가져온 작고 앙상한 소나무들이 유허비를 빙 둘러 지키고 있었다. 비석 앞에는 놓아둔 지 사나흘 정도 돼 보이는 시든 꽃 두 송이가 있었다.
 
딸과 함께 여행 온 김영선(62·여)씨는 “의미 있는 곳이니 함께 묵념하는 시간을 갖자”고 제안했다. 여행객들은 다 같이 유허비 앞에서 고개를 숙여 잠시 묵념했다.
유허비 앞에는 헤이그 특사로 파견됐던 이상설 (1870~1917)의 유해가 재로 뿌려진 수이푼 강이 위치한다. 추위로 인해 강물은 꽁꽁 얼었다. 박해리 기자

유허비 앞에는 헤이그 특사로 파견됐던 이상설 (1870~1917)의 유해가 재로 뿌려진 수이푼 강이 위치한다. 추위로 인해 강물은 꽁꽁 얼었다. 박해리 기자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혼자 러시아 여행 중인 대학생 임보경(21·여)씨는 “다음에는 독립운동가들의 흔적을 따라가 보는 코스로 일정을 짜서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수정 : 2019년 3월 7일
애초 기사에는 안중근 의사가 연해주 우수리스크 최재형 고택에서 사격 연습을 했다고 보도했지만, 독자 제보에 따라 실제 연습한 곳은 다른 집으로 확인돼 수정했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우수리스크=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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