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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응 보고 많은 생각”…‘새로운 길’ 고민 깊어진 김정은

중앙선데이 2019.03.02 00:02 625호 4면 지면보기
하노이 노딜 이후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베트남을 공식 친선방문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응우옌 푸 쫑 국가주석과 함께 하노이 주석궁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베트남을 공식 친선방문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응우옌 푸 쫑 국가주석과 함께 하노이 주석궁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문 도출에 실패한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이 돌연 중도에 끝난 뒤 베트남 외교부는 김 위원장의 공식 친선방문 일정과 관련해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1일 오전 김 위원장의 일정이 조정된 게 알려졌다. 당초 2일 오후였던 귀국 시간이 이날 오전으로 반나절 앞당겨졌다.
 

최선희, 한국 언론과 인터뷰
“국무위원장 생각 달라지는 느낌
핵시설 전체 폐기 내놓은 적 없어”

반나절 앞당겨 귀국길에 올라
시진핑과 긴급 협의 가능성도

정부 당국자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다 이후 북·미 양측이 진실 공방을 펼치면서 복잡한 상황이 되고 있다”며 “베트남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복잡한 상황을 신속하게 복기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평양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조금이나마 앞당긴 것 같다”고 분석했다. 사실상 ‘올인’ 모드로 준비했던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면서 발생한 충격파를 고려하면 곧바로 귀국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초청국인 베트남의 입장을 고려해 출발 날짜는 지키되 시간을 조정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베트남 방문에 이수용 국제담당 부위원장과 이용호 외무상, 노광철 인민무력상 등 외교안보 핵심 참모들을 대동했다. 이에 따라 숙소인 멜리아 호텔이 외교안보 컨트롤 타워가 됐다. 그럼에도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따른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호텔방 대책 회의’에는 한계를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반나절 일정 조정을 놓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긴급 협의가 예정됐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도 현지에서 나온다. 하노이에 머물고 있는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중국은 정세가 어떻게 변하더라도 북한을 지지한다는 입장”이라며 “지난 1월 베이징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해 양국이 긴밀히 논의하기로 합의한 만큼 가까운 시일 내에 북·중 정상이 직간접적으로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이날 김 위원장이 묵고 있는 멜리아 호텔에 투숙 중인 일부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으로서는 미국과 회담을 계속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지 않다”고 주장했다. 최 부상은 “이번 회담에서 미 측이 굉장히 사리가 맞지 않아 우리는 이러한 회담에 계속 나가야 할지 생각을 다시 해야겠다고 고민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부상의 이 같은 언급은 이날 새벽 이용호 외무상과 함께 진행한 긴급 기자회견과 궤를 같이한다. 이 외무상은 회견에서 북한이 요구한 건 미국이 발표한 ‘전면적 대북 제재 해제’가 아니라 ‘부분적 제재 해제’라고 주장했다.
 
최 부상은 자신의 느낌이란 전제를 단 뒤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왜 미국이 이런 거래 방식을 취하는지, 거래 계산법에 대해 굉장히 의아함을 느끼고 계시고 생각이 좀 달라지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최 부상이 김 위원장의 심중을 공개 거론한 것은 김 위원장의 지시나 허락을 받았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최 부상은 이날 미국과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단정적 표현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김 위원장이 지금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는 점에서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국과 계속 대화할 생각인가.
“지금으로선 계속해야 하나 싶다. 우리가 했던 요구 사항들이 해결된다면야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회담하면서 보니까 이런 회담을 계속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비핵화와 관련해) 취한 조치들이 많이 있지 않은가. 우리가 하는 조치와 더불어 신년사부터 시작해서 상응조치가 없으면 새로운 길을 찾겠다는 입장도 표시했기 때문에 이제는 정말 뭐가 돼도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번 미국 측의 반응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북측의 제재 해제 요구 범위가 넓다는 지적도 있는데.
“해당 제재는 원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시험에 관한 제재였다. 각 제재 결의들이 그런 행동이 행해지지 않는 경우에는 (제재를) 동결하거나 해제하게끔 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얘기한 것처럼 우리는 15개월 동안 (핵·미사일 실험을) 계속 중단하고 있지 않나. 그런데 이에 대해 유엔 제재들이 전혀 해제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지금 미사일 시험과 핵실험을 넘어 (전체 핵 시설) 폐기까지 해야 한다며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도 실망이 컸겠다.
“실망감보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왜 미국이 이런 거래 방식을 취하는지, 거래 계산법에 대해서 굉장히 의아함을 느끼고 계시고 생각이 좀 달라지신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 개인적인 느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핵시설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북측이 놀란 것 같다고 했다.
“처음부터 얘기됐던 게 영변인 것이고, (미 측에) 영변에 대한 입장을 우리가 이번에 처음 밝힌 것이다. 아직 핵시설 전체를 폐기 대상으로 내놓은 역사가 없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15개월 중지, 핵실험 중지 등 두 사안을 갖고도 응당 프로세스가 진행돼야 할 유엔 제재 결의들이 영변 핵 폐기를 해도 안 된다고 한다. 이 계산법에 나도 혼돈이 오고, 어디에 기초한 회담 계산법인지 모르겠다. 영변에 대해 정말 깨끗하게 포기하고 폐기할 입장을 내놨지만 잘못된 화답이 왔기 때문에 ‘이게 아니다.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영변 핵시설을 전문가 입회하에 폐기한다고 제안했다.
“앞으로 구체적인 실무접촉을 통해 확정해야겠지만, 우리가 한다는 ‘폐기’의 의미는 미국 측 핵 전문가들을 초청해 명백하고 투명하게 한다는 뜻이다. 모든 성의를 가지고 우리 딴에는 최상의 안을 내놨다고 생각했는데 잘 안됐다.”
 
하노이=정용수·이근평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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