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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다운사이징(downsizing)사회

중앙선데이 2019.03.01 15:49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중앙SUNDAY 편집국장 김종윤입니다. 통계청의 2018년 인구동향조사 출생ㆍ사망 통계(잠정)는 예상대로였습니다. 앞으로 이 사회가 다운사이징(downsizing)될 것이라는 분명한 신호를 보냈습니다.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 0.98은 전쟁이나 사회체제 붕괴 등 급변이 발생했을 때나 나타나는 숫자입니다. 외부 충격 없는 한국에서 이런 합계출산율이 나온 건 이례적입니다. 한때 연 100만 명이 넘던 신생아 수가 지난해는 32만6900명으로 떨어졌습니다. 역대 최저입니다.  
 
이번 통계에서 특히 눈에 띄는 건 주 출산 연령인 30~34세 여성 인구입니다. 이 연령대 여성 인구(전년 대비)는 2014년 1.8% 감소한 이래 2015년 4.6% 줄고 2016년부터는 매년 5% 이상 감소했습니다. 비록 25~29세 여성인구가 2017년과 지난해 각각 2.5% 증가했지만 20~24세 여성인구와 15~19세 여성 인구는 지난해만 각각 1.3%와 5.3% 줄었습니다. 이는 앞으로도 저출산의 덫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의미입니다.  
 
텅텅 비어 있는 한 병원의 신생아 실. [연합뉴스]

텅텅 비어 있는 한 병원의 신생아 실. [연합뉴스]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책을 본격적으로 마련한 게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입니다. 이후 정권이 몇 차례 바뀌었고 매년 수십조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결과는 급격하게 밑으로 꺾이는 출생아 수 그래프입니다.  
 
이제는 시각을 바꾸어야 할 듯합니다. 합계출산율을 끌어 올리려는 정책과 노력은 획기적인 모멘텀이 생기지 않는 한 무위에 그칠 공산이 큽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결혼한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로 ▶자녀 교육ㆍ양육비 부담▶소득ㆍ고용 불안정▶일ㆍ가정 양립 곤란▶주택마련 부담 등을 꼽았습니다. 저출산의 원인이 한 가지가 아니라 다층적, 복합적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개별 과제도 해결하기 쉽지 않은데 이렇게 다차원적으로 문제가 얽혀 있으니 단시일 안에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건 불가능합니다.    
 
합계출산율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통계청]

합계출산율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통계청]

때문에 다운사이징 사회를 인정하고 이에 맞는 대책을 고민하자는 겁니다. 이 추세면 2021년부터 인구의 자연감소가 시작될 가능성이 큽니다. 원래 예상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2027년이었습니다. 사회 규모는 전체적으로 축소됩니다. 부양해야 할 인구는 많아지는데 생산 활동을 통해 돈을 벌 인구는 줄어듭니다. 
 
이런저런 단기 지원으로 아이를 낳게 유도해 봤자 청년들이 귀 솔깃하지 않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삶의 질 향상입니다. 삶의 질이 윤택해져야 아이도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미겠다는 동기가 생기는 법이지요.  삶의 질을 높이려면 어떤 방법이 있나요. 그건 사회의 체질 개선입니다.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다운사이징은 단순하게 규모를 축소하는 게 아니라 인구 변동의 큰 맥락 속에서 개혁적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걸 의미한다”라고 주장합니다.
 
연령별 출산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통계청]

연령별 출산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통계청]

정부도 출산대책을 ‘출산율 제고’에서 ‘모든 세대의 삶의 질 향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말뿐입니다. ‘삶의 질 향상’의 전제가 무엇일까요. 안정적인 일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일자리가 있어야 어깨 펼 수 있습니다. 결혼도, 출산도, 주택 마련도 일자리라는 디딤돌이 있어야 뛰어오르기 쉽습니다. 
 
 문재인 정부도 체질 개선에는 공감합니다. 그러면서 내놓은 카드가 ‘소득주도 성장’입니다. 문제는 일자리 만들어 소득 높이겠다는 이 엔진이 계속 삐걱댄다는 겁니다. 엔진에서 소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건 수리할 때가 됐다는 뜻 아닌가요. 취지가 아무리 선하다 해도 일자리가 늘지 않고 뒷걸음질 친다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결과가 없으면 선한 의도는 의미가 없습니다. 대통령과 정부는 결과에 책임지는 자리입니다.  
시도별 합계출산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통계청]

시도별 합계출산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통계청]

 
지난주 중앙SUNDAY는 탈세·마약·성범죄 논란에 휩싸인 서울 강남 유명 클럽 현장을 고발했습니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데 경찰, 구청, 세무서 등의 유착 의혹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계속 추적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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