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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상의 시시각각] 다시 ‘냉소의 삽질’ 안 하려면

중앙일보 2019.03.01 00:34 종합 30면 지면보기
이현상 논설위원

이현상 논설위원

“어차피 다 정치적 문제 아닙니까.” 금강·영산강 보(洑)를 해체해야 한다는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의 발표 후 수자원공사 관계자에 연락했더니 돌아 온 냉소적 반응이다. 수자원공사는 이번 조사단에 들지 못했다. 대한민국 물관리 책임 기관을 뺀 게 말이 되느냐는 비판이 있었지만, 정작 당사자 수공은 부담을 덜어 다행이라는 표정이다. 그럴 만도 하다. 4대강 사업 원죄를 뒤집어쓰고 소속 부처마저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바뀐 처지 아닌가.
 

논란 많은 4대강 보 해체 추진
‘정치적 결론’ 의심 이길 수 있나

4대강 논쟁은 혼란스럽다. 생소한 경제학·화학·공학 용어에 정치적 입장까지 뒤섞여 논쟁은 길을 잃었다. 전문가들이 내세우는 자료보다는 이들이 속한 진영을 먼저 확인하는 게 현실이다. 이번 조사·평가위원회 발표를 보는 눈도 예외는 아니다. ‘강은 흘러야 한다’는 낭만적 구호와 ‘국가 파괴 행위’라는 서슬퍼런 질타가 부딪히고 있다. 위원회가 제시한 보 처리 방안의 근거는 ‘경제성’이다. 정교한 계산이 동원된 것 같지만, 반대 진영은 동의하지 않는다. 주관적 지표인 데다, 관광 효과나 경관 가치 등을 돈으로 따지기 힘들다. 보를 보존했을 때 홍수나 가뭄 대비 효과를 제대로 따지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수질 평가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조사 대상 수질 지표에 왜 어떤 것은 들어있고, 어떤 것은 안 들어 있느냐는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사실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이 오히려 좋아졌다는 보고도 많다. 한 국제학술지 보고서에 따르면 보 설치 전인 2009년과 설치 후인 2013년 금강 하류 수질을 비교했더니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총인(TP) 등이 줄었다. 환경론자들은 걸핏하면 여름 강을 휘저으며 ‘녹조 라테’를 떠낸다. 그러나 시각적 충격에도 불구하고 녹조가 과연 중요한 환경 표지인지에는 이론이 많다. 실제 물을 뽑아내는 취수구는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로 보호되고 있어 용수 이용에 별문제 없다는 것이 수자원공사의 설명이다. 유속보다는 수량·수온·오염원 등이 녹조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보를 허물어 하천을 재자연화하자는 진영이 내세우는 모범 사례가 독일 뮌헨 시내를 관통하는 이자르 강이다. 뮌헨 시민은 19세기 말, 알프스에서 내려오는 빠른 유속의 강 양쪽을 제방으로 막아 물레방아 등의 동력원으로 활용했다. 그러다 전기 보급으로 수로의 동력원 기능이 없어지면서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제방 때문에 더 빨라진 물살이 강바닥을 긁어내면서 지하수 수위가 내려갔다. 좁은 강폭이 홍수 조절에 불리하다는 점도 주목받았다. 뮌헨시는 2000년대 초 이자르 강 양쪽의 콘크리트 제방을 뜯어내 강폭을 넓혔다. 강이 여울져 흐르면서 모래톱이 살아나고 새들이 찾아오면서 시민들의 휴식처가 됐다.
 
그러나 이자르 강 사례를 우리 4대강에 그대로 대입하기는 힘들다. 여름철 집중 호우, 느린 유속이 특성인 우리 강과 달리 이자르 강은 연간 강수량이 비교적 일정하고 유속도 훨씬 빠르다. 무엇보다 신중한 결정 과정을 눈여겨봐야 한다. 이자르 강 재자연화 논의는 인공 제방이 만들어진 지 100년도 넘은 1989년 시작됐다. 10년이 넘는 검토와 사전 조사 끝에 2000년 착공됐다. 그런 후에도 다시 10년의 공사 기간이 들었다. 그것도 고작 도심 8㎞ 구간이다.
 
4대강 사업이 끝난 지 이제 겨우 7년이다. 그동안 이렇다 할 홍수나 가뭄이 없어 치수 효과를 검증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경제성이나 환경 영향을 제대로 평가하기에도 너무 짧은 시간이다. 좀 더 두고 보자. 서둘러 허물었다가 정치 상황이 바뀌어 ‘어차피 정치’ 운운하며 다시 냉소의 삽을 들 일, 없다고 보장 못 한다. 
 
이현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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