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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딜’로 끝난 하노이 핵담판

중앙일보 2019.03.01 00:26 종합 1면 지면보기
‘하노이 담판’은 결렬로 끝났다. 파국의 시작일 수도 있다. 빅딜도 스몰딜도 아닌 ‘노딜’이었다.  
 
‘완전한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북한과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 간에는 접점의 여지가 없었다. 미국은 제재를 풀지 않았고, 북한은 비핵화 추가 조치를 거부했다. 이제까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동력이었던 ‘트럼프-김정은’ 두 정상 간 톱다운 방식은 한순간에 ‘최대 리스크’로 변했다. 종전 선언, 김정은 위원장 서울 답방, 금강산 관광 등을 기대했던 한국 정부에도 비상이 걸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북·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영변 (핵시설)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생각했다”며 “반면에 김정은 위원장은 모든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영변 대 영변+α’ ‘모든 제재 해제 대 부분적 해제’가 협상 결렬의 핵심 이유였음을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서 또 다른 우라늄 농축시설을) 우리가 아는 걸 알고 (북한이) 놀랐다. 나도 대북제재를 해제하고 싶지만 북한도 포기해야 한다”고도 했다. 회견에 동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보유 핵에 대한 신고 문제도 합의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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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막판 북한의 단호한 입장을 확인한 미국 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털어놓았다는 “모든 사항이 합의되지 않으면 합의된 게 없다”는 말 한마디가 이번 결렬을 상징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후속 회담에 대해 “알 수 없다”고 했다. “우린 분명 앞으로 여러 번에 걸쳐 만나게 될 것”이란 회담 전 발언에서 크게 선회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월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14개월 동안 이어진 ‘협상 국면’은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대립 국면’으로 바뀔 공산이 커졌다.  
 
당장 북·미 모두 당분간 협상에 나서긴 쉽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로선 먼저 국내 사정이 여의치 않다. 당장 민주당과 워싱턴 조야에선 “실무 레벨에서 진전도 없는데 왜 2차 정상회담에 나섰느냐”(정 박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비판이 쏟아진다. 6월부터는 대선전에 돌입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은 전술적 패배와 전략적 성공을 거뒀다”(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 소장)는 긍정적 여론도 있다. “잘 버텼다”는 것이다. 트럼프로선 “김 위원장이 27일 만찬에서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트럼프 대통령)는 ‘미확인 약속’ 을 이용해 현상을 유지하는 전략을 취할 공산이 크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북한은 (비핵화의) 큰 단계로 나아가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신년사에서 밝힌 ‘선경(先經)’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제재 완화 달성에 실패한 김 위원장으로선 군부를 다독이고 내부 결속을 위해서도 당분간 강경 모드로 전환할 공산이 없지 않다. 다만 대미 담판을 접고 ‘비핵화 협상 이전’으로 회귀하는 건 리더십을 훼손하는 문제다. ‘판’ 자체를 깰 가능성이 낮은 이유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5분간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의 귀국길 기내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적극적 중재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고, 이에 문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 안에 직접 만나 심도 있는 협의를 계속하자”고 했다.  
 
하노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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