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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영변 아닌 다른 핵시설 알고 있어 북한이 놀라”

중앙일보 2019.03.01 00:20 종합 3면 지면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할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오른쪽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이날 기자회견은 40여 분간 진행됐고, 약 350석이 마련된 기자회견장은 내외신 기자들로 통로까지 빈틈 없이 가득 찼다. [하노이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할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오른쪽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이날 기자회견은 40여 분간 진행됐고, 약 350석이 마련된 기자회견장은 내외신 기자들로 통로까지 빈틈 없이 가득 찼다. [하노이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결렬된 뒤 연 기자회견에서 ‘노딜’ 배경을 설명하면서 강조한 점은 두 가지다. 첫째 회담 결렬 배경에는 자신이 받아들일 수 없는 북한의 제재 완화 요구가 있었다는 것, 둘째 향후 북·미 간 비핵화 대화는 계속되기를 기대한다는 것이었다. ‘핵 담판’ 당사자였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선 개인적인 비판을 피했다. 다음은 기자회견에서 나온 질의응답 요지.
 

트럼프가 밝힌 김정은과의 대화
“김정은, 웜비어 문제 몰랐다 답해
로켓·핵실험 안할 거란 말 믿어”

“김, 영변 핵시설 해체 동의했지만
고농축 우라늄 문제는 준비 안돼”

이번 절차가 생각한 것보다 더 어려웠나. 제재 완화에 대한 북한의 요구 때문에 협상이 결렬됐나.
“바로 제재 완화 때문에 회담이 이렇게 됐다. 북한은 제재 완화, 완전한 제재 해제를 원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다. 북한은 핵 프로그램 상당수를 비핵화할 준비가 돼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미국이 전면적인 제재 해제는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 점에 대해 앞으로 해봐야겠지만 이번에는 북한의 그런 제안을 들어줄 수 없어 여기서 회담을 끝냈다. 지금의 제재는 계속해서 유지될 것이다.”
 
김 위원장이 전면적인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반면 미국은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원한다면 이 같은 간극을 다음 정상회담까지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언젠가는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견해차가 큰 것은 맞다. 미국은 여전히 제재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은 비핵화를 할 준비가 돼 있지만, 미국이 정말 원하는 중요한 비핵화를 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미국은 북한의 핵 활동 상황을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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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도 회담을 조기에 종료한 바 있는데 결국 미국에 상당히 유리하게 해결됐다. 이번 경우 (회담 종료가) 대통령의 결정이었나, 김 위원장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했나.
“이게 내 결정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의미가 없다. 일단 관계는 계속 유지하고자 한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계속 지켜볼 것이다. 어젯밤 김 위원장이 약속했지만 로켓이나 핵실험은 안 할 거라고 했다. 나는 그를 신뢰하고 이 말을 믿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영변 핵시설 폐기 및 사찰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영변 핵시설 이야기를 나눴나’라는 질문을 받자 “그렇다”면서 “(그간 협상 때) 나오지 않은 것 중에 우리가 발견한 게 있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추가로 발견한 시설이 우라늄 농축과 같은 것이냐는 물음에 “그렇다”면서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에 대해 북한이 놀랐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영변 핵시설 외에도 굉장히 규모가 큰 핵시설이 있다”면서 “미사일도 빠져 있고, 핵탄두 무기 체계가 빠져 있어 우리가 합의를 못 했다. (핵)목록 작성과 신고, 이런 것들을 합의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영변 핵시설 해체에 동의했지만, 미국은 더 많은 것을 원했다. 추가적인 비핵화가 필요했다. 당시 언급은 안 했지만 고농축 우라늄 시설, 아니면 기타 시설 해체도 필요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그걸 할 준비가 안 돼 있었다. 그래서 1단계 수준인 영변 핵시설 해체에만 만족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또 오랫동안 싸워온 협상 레버리지(지렛대)를 놓칠 순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렇게 쉽게 제재 완화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회담 결렬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회견 도중 여러 차례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신뢰를 표명했다. 김 위원장을 “기질(캐릭터)이 강한 인물”이라면서 “그와 굳건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굉장히 좋은 시간,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북한에서 수감됐다 귀국 후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문제에 관해 김 위원장을 감싸는 듯한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에게 웜비어의 사망과 관련한 언급을 했나.
“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웜비어 사건은 굉장히 끔찍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김 위원장이 이런 일을 허용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마음이 좋지 않았다(He felt badly about it). (감옥) 상태가 굉장히 열악하겠지만 김정은이 이것을 알았다거나 그렇게 했다고 믿지는 않는다. (김 위원장이) 그 사태를 나중에 알았다고 했다. 또 북한에는 많은 수용소가 있고 갇힌 사람이 많다. 김정은은 그때는 몰랐다고 말했고 나는 이를 믿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 말미에 중국의 역할과 관련해선 “북·중 국경에서 북한 교역의 93%가 이뤄진다”고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강조하면서도 “김정은은 아주 강력해서 남의 말에 휘둘릴 사람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대화의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나는 테이블을 박차고 나온 것이 아니라 우호적인 분위기였다. 우리는 악수를 나눴다”고 말하면서다. 3차 회담에 대해선 “다음 회담이 열리기까지 오래 걸릴 수도 있고 곧 열릴 수도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하노이에서 여러 번 언급한 북한의 경제발전 잠재력에 대해서도 또 한 번 거론했다. “북한 같은 경우에는 좋은 위치에 있고 러시아와 중국 옆에 있다. 한국도 있다. 바다도 있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는 굉장히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 북한은 앞으로 대단한 경제 대국이 될 가능성이 있다.”
 
대북제재를 더 강화할 것인가.
“그런 얘기는 내가 하지 않겠다. 지금까지 많은 강한 제재를 해 왔는데 제재 강화에 대해선 더 말하지 않겠다. 북한에는 생계를 이어가야 할 훌륭한 사람들이 있고, 그것은 내게 중요한 문제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김 위원장을 만나면서 내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 그분들도 일리가 있다. 그래서 한국을 위해, 일본을 위해, 그리고 솔직히 중국을 위해서라도 하겠다. 중국 입장에선 국경 바로 옆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애초 양 정상의 합의문 서명식 이후 열릴 예정이었던 기자회견은 회담이 결렬되며 당초보다 2시간 앞당겨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인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38분가량 진행됐다.  
 
하노이=정효식 특파원,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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