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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Mr. 밀리터리] 해전에 지면 나라 망하는데, 해양전략 없는 한국

중앙일보 2019.03.01 00:02 종합 26면 지면보기
파고 높아지는 해양 영토분쟁 
한반도 주변 바다가 해양 영토 분쟁구역으로 변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 번갈아 도발적인 행동으로 나오고 있지만, 한국은 수세적인 방어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일본 해상 초계기에 대한 레이더파 조준사건이나 중국 정찰기의 동해 비행이 우연히 발생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앞으로 심각한 해상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중·일 해군력 증강 추세와 더불어 미국의 동북아시아 영향력 퇴조가 겹치면 동·서·남해가 지금처럼 우리 바다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은 다가올 해양분쟁에 대비한 해양전략조차 변변치 않다.  
  

일 초계기사건은 한국 견제구
중 군함 6~8척 서해에서 활동

이지스함 중 9·일 6·한 3 척
항공모함 중 6척, 일 2척 추진

한미동맹 약화 → 해상 분쟁 심화
‘해군 비전 2045’로는 한계

경남 통영 미륵산(458m)에 오르면 한산도가 내려다보인다. 요즘 통영 선창가 곳곳에는 동백꽃이 터졌다. 그러나 빨간 동백꽃은 알알이 피울음이다. 통영 앞바다는 1592년 8월 14일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 수군(해군)과 한반도를 침략한 왜군이 해전을 벌인 곳이다. 같은 해 5월 시작된 임진왜란에서 조선군은 육지에선 연전연패했지만, 수군은 건재했다. 충무공은 한산도 앞에서 학익진(鶴翼陣)을 펼쳐 왜군 8000명을 섬멸했다. 조선 수군의 희생은 고작 19명이었다. 세계 해전사에 기록된 한산대첩이다. 임진왜란은 충무공의 수군이 있었기에 한반도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300년쯤 뒤인 1875년 9월 조선은 일본 군함 운요호의 강화도 침공을 막지 못했다. 그 사건으로 조선은 일본과 굴욕적인 강화도조약 체결에 이어 개항했다. 일본의 한반도 침략이 시작됐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역사의 현상은 반복된다. 지난달 23일 중국 정찰기가 이어도 남쪽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거쳐 대한해협을 지나 울릉도와 독도 사이를 관통한 뒤 중국으로 돌아갔다. 중국 정찰기의 KADIZ 무단 침입은 2016년 50회에서 지난해 140여 차례로 많이 늘어났지만, 이번 비행은 지금껏 볼 수 없었던 과감한 행동이었다. 한국과 일본에 대해 보란 듯이 비행했다. 우리 공군 F-15K 등 전투기와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가 즉각 발진해 감시·경계비행에 돌입했다. 그런데도 중국 정찰기는 4시간 40분 동안 유유히 날았다.
 
이보다 하루 전인 22일 목포 3함대 소속 호위함(FFG) 함장 박모 중령을 만났다. 박 중령은 “서해에 경계작전에 나갔는데 하루 동안 중국 군함을 2번이나 조우했다”고 말했다. 이날도 이어도와 백령도 사이 서해 상에 중국 함정 6척이 작전을 벌이고 있었다. 해군에 따르면 중국은 서해에서 2016년까지는 소극적으로 활동해왔다. 하지만 2년 전부터 전투함 위주로 매일 6~8척이 서해에서 작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최근 이어도~백령도 사이의 공해에 대형 부표를 8개 설치했다. 해군은 중국 부표가 한국 함정에 대한 경고 차원도 있지만, 이 해상을 지나가는 잠수함과 군함을 감시하는 수단으로 보고 있다. 부표는 잠수함을 비롯한 함정을 탐지해 중국에 자동으로 보고한다는 것이다.
 
일본도 심상치 않다. 최근 초계기 사건이 발생한 곳은 동해 대화퇴어장과 남해 이어도 해상이다. 이 해역 모두 배타적경제수역(EEZ)이 획정되지 않은 회색구역이다. 과거엔 우리 함정이 거의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에도 일본 해상초계기는 매일 같이 경계활동을 했다. 그런데 2017년 대화퇴어장에서 우리 어선이 납북되고, 이어도 해상에서 북한의 유류 불법 환적에 대한 차단작전을 시행하면서 한국 함정도 그곳을 자주 들렀다. 초계기 사건은 우리 함정에 대한 견제라는 분석이다. 일본은 올 10월 해상자위대 관함식에 한국을 초청하지 않았다. 4월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 해상구조훈련에도 참석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일 군사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이렇듯 한반도 주변 파고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중국은 함정을 크게 늘리고 있다. 2023년까지 4개의 항모전투단을 구성하기 위해 항공모함과 이지스급 구축함을 적극 건조 중이다. 중국은 항모를 6척까지 확보할 전망이다. 미 해군 이지스함과 유사한 신형 구축함을 23척으로 확대한다. 현재 4000t급 이상 함정은 67척이다. 잠수함도 69척에서 73척으로 늘린다. 중국 함정은 702척에 총톤수가 122만톤이다. 우리로선 중국 함정에 절대적 수적 열세에 놓였다.
 
일본 해자대도 덩치를 키우고 있다. 해자대는 준항모급인 이즈모·카가 호위함 등 2척을 확보한다. 기존의 헬기 호위함을 포함하면 준항모급 대형 함정이 4척이 된다. 이즈모함과 카가에는 F-35B 최신예 수직이착륙 전투기 40대를 탑재할 예정이다. 구축함은 이지스함 6척을 포함해 37척이다. 잠수함도 20척에서 24척으로 늘린다. 현재 일본 함정은 131척에 총톤수가 46만톤이다. 이에 비해 한국의 구축함은 이지스함 3척을 포함해 12척뿐이다. 잠수함은 16척이다. 나머지는 북한에 대비한 중·소형함이다. 앞으로 이지스함 3척을 더 건조할 계획이지만, 한국형 미니 이지스함인 차기구축함(KDDX·6000t) 6척은 기약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비핵화 협상의 결과로 한반도에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체결될 경우 한·미 연합체제가 약화할 수 있다. 한국이 의지할 데가 없어지면 당장 일본은 해군력을 기반으로 독도 영유권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도 이어도~필리핀에 이르는 해상을 통제하겠다고 한다. 이 구역으로 우리의 젖줄인 해상수송로가 지나간다. 그런데도 한국의 해양전략은 불분명하다. 그렇다고 거센 파고를 스스로 감당할 해군력 양성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고육지책으로 해군은 다가올 파고를 고려해 ‘해군 비전 2045’를 추진 중이다. 2045년은 해군 창설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이때까지 자위가 가능한 해군력을 만들자는 것인데, 양적으로 늘리기 어려운 만큼 질적으로라도 높이자는 것이다. 이른바 ‘스마트 해군’이다. 핵심 내용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첨단 스마트 함정(smart battleship)으로 개조 ▶한반도 해상에 유·무인 감시체계를 배치해 통합 감시하는 스마트 작전운용(smart operations) ▶해상수송로 보호와 해양재난에 대비한 국제사회와 스마트 협력(smart cooperation) 등이다.
 
그러나 스마트 해군은 필연적이지만 한계가 있다. 국방대 박창희 교수는 해군이 ▶한반도 연안에선 신속한 적의 무력화 ▶독도·이어도 등 근해에서의 제한적 우세 ▶국제해양안보에 원해작전 등 최소한의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해양전략가 알프레드 마한(1840~1914) 등의 이론을 종합한 결론이다. 이를 위해선 준항모급 대형 수송함과 수직이착륙기는 필수다. KDDX의 제때 추진과 핵잠수함에 버금가는 디젤 잠수함도 시급하다. 해상수송로와 해적 퇴치 등에 활용할 해외 협력기지도 확보해야 한다.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지상전은 지역에 국한하고, 공중전에서 지면 신속하게 패전했다.(영국 몽고메리 장군, 1887~1976) 그러나 해전에서 패하면 나라가 폭망했던 역사를 잊지 말기 바란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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