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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대사관 침입자는 北요원?…스페인 한복판 의문의 괴한

중앙일보 2019.02.28 21:53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 괴한들이 침입한 사건과 관련해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대사를 지낸 만큼 북한 요원들과 관련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노이에서 포착된 김 대표.[연합뉴스]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 괴한들이 침입한 사건과 관련해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대사를 지낸 만큼 북한 요원들과 관련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노이에서 포착된 김 대표.[연합뉴스]

 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북한대사관에 괴한이 침입해 직원들을 결박하고 4시간 동안 억류한 뒤 컴퓨터와 전화를 빼앗아 달아났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발생한 이 사건은 2층에서 뛰어내려 가까스로 탈출한 북한 여성이 이웃 주민과 함께 경찰에 신고해 알려졌다. 
 

괴한들 타고 달아난 아우디 두대는 북한 외교차량
"대사 지낸 김혁철 검증하려 김정은이 요원 파견,
김혁철 본인이 두고 간 파일 없애려 보냈을 수도"
관측 전한 엘 콘피덴시알 "김혁철 거취 주시해야"

 북한대사관이 침입을 당한 사건에 대해 스페인 당국도 경위와 배경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석연치 않은 대목이 많아서인데, 전문가들은 북한 요원들의 소행일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신고한 여성으로부터 침입 사실을 들은 스페인 경찰이 북한대사관을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자 깔끔한 복장의 남성이 나와 “아무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김정은 배지'를 달고 있었다고 현지 언론 엘 콘피덴시알이 보도했다. 김정일 배지의 잘못으로 보인다. 이 보고를 받은 스페인 경찰은 계속 대사관 앞을 지키라고 지시한다.
마드리드에 있는 북한 대사관. [EPA=연합뉴스]

마드리드에 있는 북한 대사관. [EPA=연합뉴스]

 
 경찰이 출동하자 괴한들은 치밀하게 탈출했다. 엘 콘피덴시알에 따르면 한 남성이 벽을 넘어 대사관 건물로 들어가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대사관 밖에서 경계 근무를 서던 경찰들이 그를 잡으려고 이동하는 사이 대사관 문이 열리더니 아우디 승용차 두 대가 빠른 속도로 달아났다. 경찰을 따돌린 것이다.
 
 이 차량들은 수 시간 후 대사관 인근에서 버려진 채 발견됐다. 경찰 확인 결과 북한대사관 소속 외교 차량이었다. 스페인 경찰은 이 차량에서 괴한들의 정체를 밝힐 수 있는 증거를 찾고 있다.
 
 스페인 정보 당국은 27일 북한 대사관을 방문해 두 번째로 내부를 조사했다. 북한 대사관 직원이 그 과정을 함께 했지만 나머지 직원들이 거의 없어 제대로 된 반응을 따지 못했다고 한다.
 
 스페인 출신으로 북한 공무원으로 임명돼 서방에 북한의 입장을 전해온 알레한드로 카오 데 베노스는 트위터에 “마드리드 북한 대사관에 침입한 강도 사건에 대한 관심에 감사드리며, 모든 직원은 잘 지내고 있다"고 적었다. 그는 “컴퓨터와 전화를 도난당했다"고 설명했다.
 
마드리드 고급 주택가에 있는 북한대사관의 모습(빨간 표시)[구글맵 캡처]

마드리드 고급 주택가에 있는 북한대사관의 모습(빨간 표시)[구글맵 캡처]

 엘 콘피덴시알은 북한 정권이 유달리 이 사건에 침묵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북한 요원들의 소행일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소개했다. 브루스 베넷 미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제2차 북ㆍ미 정상회담에서 실무 협상을 맡은 북한 국무위원회 소속 김혁철이 주스페인 북한 대사관에서 근무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베넷 연구원은 우선 김혁철이 2017년 북한의 핵 실험으로 갑자기 추방당하면서 사무실에 자신 및 정권 관련 파일과 서류를 남기고 갔을 수 있다고 봤다. 김혁철이나 북한 정권이 이런 내용을 다른 대사관 직원들이 볼 수 없도록 하려고 요원을 보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요원들이 폭력을 행사하고 협박했기 때문에 북한 대사관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추측이다.
 
 베넷 연구원은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유주의 국가에서 오래 근무한 외교관들을 불신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김혁철은 김정은보다 나이가 10년가량 많은데, 김정은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그의 개인 파일을 검토해 알아보기 위해 요원을 보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비에르 페레스코미야스교황청대 교수는 이 매체에 김혁철이 자유주의적 사상에 물들었을 수 있다고 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왼쪽)와 북한 측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 [EPA,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왼쪽)와 북한 측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 [EPA,연합뉴스]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은 북한이 아닌 외부나 다른 나라에서 이런 일을 지시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요원들이 침입해 파일과 특정 정보를 찾고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엘 콘피덴시알은 북한 요원들의 목적이 있었을 것이므로 향후 김혁철의 거취를 주목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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